[비즈한국] 최근 방송 중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오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한국인은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이다. 외국인 눈에 보기에 한국인들이 패셔너블하게 보이는 셈인데 실제 소비지출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평가에는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자료를 분석해 만든 ‘민간소비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다른 OECD 회원국 국민들에 비해 교육과 의류·신발, 통신 등에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명한 사실이지만 실제로 교육비 지출 비중을 보면 다른 OECD 회원국에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높았다. 우리나라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52%로 나타났는데 이는 OECD 평균 교육비 지출 비중인 1.56%에 비해 3.5배나 높은 것이다. 학교 수업 외에 각종 학원에 자녀들을 보내는 교육열이 가계 소비지출 비중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열 덕분에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68%로 OECD 회원국 평균 41%보다 월등히 높다.
외국인 눈에 우리나라 사람이 옷을 잘 입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류·신발에 그만큼 돈을 많이 쓰는 덕분이다. 우리나라 가구 소비지출 중에서 의류·신발 비중은 6.10%로 OECD 평균인 4.45%보다 높았다. 또 인터넷 통신이 가장 발달한 국가답게 통신비 지출액도 OECD 회원국보다 많았다. 가구 소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의 경우 3.45%였으며, OECD 평균은 2.76%였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서민들은 전세나 자가를 구하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주거비에 쓰는 지출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소비지출 중 주택·수도·전기 등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8.44%인 데 반해 OECD 평균은 이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은 23.22%였다. 이는 외국의 경우 월세를 사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주거비 관련 고정 지출 비중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에는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어 주택과 관련해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적은 때문이다.
하지만 고정적인 주거비 지출 비용을 적은 대신에 집값 상승이 가져온 전세 및 매매 비용 상승 탓에 이자 부담은 높았다. 우리나라 가계 소비지출 중 이자 부담을 의미하는 기타상품·서비스 지출의 비중은 13.48%로 OECD 평균 10.97%에 비해 3%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가계 부채가 다른 국가들보다 많다 보니 이자 부담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3.8%로 주요 43개국 중 여덟 번째로 많았고, 증가 속도는 중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빨랐다.
다른 지출 통계 중에서도 그다지 반갑지 않은 내용도 있었다. 가계 소비지출 중 의료·보건에 들어가는 비용의 비중이 5.17%로 OECD 평균 4.50%보다 컸다. 이는 우리나라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의료나 보건 관련 지출이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하는 탓에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은 점도 소비 통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우리나라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 비중은 2.86%로 OECD 평균인 4.98%의 절반 수준 정도였다.
비거주자 국내 소비는 OECD 국가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거주자 국내 소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숙박과 식사, 상품 구입 등에 사용한 비용을 뜻한다. 우리나라 비거주자 국내 소비지출 비중은 1.99%로 OECD 평균인 5.75%에 크게 못 미쳤다. 한류 열풍으로 그나마 나아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외국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한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 증대와 함께 내수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가계 소비지출 중 의류·신발지출과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 비거주자 국내 지출이 이와 관련성이 큰 만큼 이들 지출 비중이 늘어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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