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스포츠 게임은 그래픽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점점 더 TV 중계 화면과 유사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실제로 요즘 나오는 스포츠 게임은 언뜻 보면 실사 화면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8비트 컴퓨터 시절 축구 게임이 축구공을 하나의 점(도트)으로 처리했다면, 최신 게임은 선수들의 얼굴에 흐르는 땀까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게임을 꼽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EA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피파온라인 시리즈다. 지금까지 3편이 출시됐고 이제 ‘피파온라인4’가 마침내 1차 비공개 테스트(CBT)를 시작했다.
피파온라인4는 전작에 비해 그래픽이 더욱 나아진 것은 물론, 실제 축구와 더욱 유사한 게임성까지 탑재했다. 애당초 콘솔로 출시한 피파17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예상 그대로다. 전술이나 연계, 포메이션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보다 심오해진 이번 작품이 과연 피파온라인 팬들이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가 이번 작품의 최대 관전포인트다. 피파온라인4 1차 비공개 테스트를 직접 체험해봤다.
# 첫 인상은 합격점…1차 테스트 치고 완성도 높았다
예고된 테스트 시각은 14일 오후 3시. 비록 1시간 연기된 4시에 테스트가 시작됐지만, 넥슨이 서비스한다는 점과, 피파온라인 시리즈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시에 테스트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게임을 최초로 시작하면 구단을 선택할 수 있다. 아직 테스트인 만큼 한번 선택하면 이후 변경이 불가능하다. 1차 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주요 리그의 팀과 유니폼이 전부 구현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선수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해당 팀 선수 전원이 주어지는데 대신 강화 레벨이 0, 이른바 ‘0카’ 팀으로 구성돼 있다.
몇 번의 오류와 긴급 패치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테스트가 가능했다. 아직 비공개인 만큼 서버 환경도 쾌적한 편이다. 현재 준비된 모드는 컴퓨터와 대전하는 리그 경기와, 다른 유저와 실력을 겨루는 친선 경기 두 가지다.
전체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크게 깔끔해졌다. 아직 모든 기능이 구현된 것은 아니지만 전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별로 낯설지 않은 구성을 택했다. 특히 선수와 관련된 부분이 거의 그대로다. 선수 능력치 항목이 동일하고, 선수 이름 앞에 시즌을 표시한다거나 10단계의 강화 시스템 역시 정겹기까지 하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변화는 중계진의 교체다. 진행은 배성재 SBS 아나운서 그대로지만, 해설은 전작의 박문성 해설위원에서 장지현 해설위원으로 바뀌었다. 새로 녹음된 중계 음성은 아직까지 다양하지는 않지만 경기 상황을 무리없이 전달해준다.
# 실제축구를 빼닮은 게임 플레이…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변모
피파온라인4는 콘솔용 피파17에 탑재된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을 바탕으로 온라인에 맞게 만들어졌다. 덕분에 선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자연스러워졌고, 마치 실제 선수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생생함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생생함과 게임의 재미는 별개의 문제다.
축구 게임은 득점 루트가 손에 익기 전까지는 원래 골을 넣기가 어렵다. 몇 가지 득점 루트를 익히는 순간 게임이 더욱 즐겁고 재미를 붙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피파온라인4는 후속작이 아니라 전작과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3편을 하던 감각으로 게임을 하면 골을 넣기가 대단히 어렵다. 가장 큰 차이는 수비에서 온다.
온라인게임 답게 수비는 자동으로 설정해 놓을 수 있다. 수비수가 공을 가진 선수 근처에 있으면 자동으로 공을 빼앗는다.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에 능력치가 낮은 수비수라고 해도 길목만 잘 막으면 얼마든지 수비가 가능하다. 덩치가 크고 느린 수비수라도 해도 움직임이 제법 빨라서 크게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전작에서 처럼 달리기 키와 스탠딩 태클 키만 눌러준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적절하게 길목을 막는 센스는 필요하다.
반면 공격하는 입장에서 보면 수비를 뚫고 골을 성공시키기가 대단히 어렵다. 전작에서 많은 유저들의 주요 득점 루트로 사랑받았던 치고 달린 후 크로스를 통한 헤딩이나 발리슛, 로빙 스루패스를 통한 일대일 찬스 같은 슈퍼 플레이는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좋다. ‘티티카카’라고 일컬어지는 짧은 패스를 통해 수비를 뚫어내거나, 빠른 패스워크를 통한 역습을 못하면 요행이 아닌 이상 골망을 흔들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자세 때문이다. 공을 패스하거나 슛을 날릴 방향과 선수의 자세가 일치하지 않으면 제대로 공을 찰 수 없다. 실제 축구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작에서는 마치 당구공 쿠션에 튕기듯 역방향만 아니라면 대부분 패스나 슛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쉽게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패스 플레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경기 전 포메이션과 전술 설정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이 또한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전작도 포메이션이 중요했지만, 선수 개개인의 성능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했다. 즉, 피파온라인4는 자신의 전술에 맞는 포메이션 구축을 통해 빌드업으로 골을 넣는 축구 게임이다. 익숙해지면 상당한 재미 요소지만, 만약 피파온라인4가 향후 흥행에 실패한다면 이 부분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 선수 강화부터 거래까지…전작 흥행 공식 그대로
확연히 달라진 게임 플레이와 달리 선수 시스템은 전작과 대단히 유사하다. 일단 선수 수급은 예상대로 선수팩 방식으로 이뤄진다. 1차 비공개 테스트에서는 브론즈, 실버, 골드 세 가지 종류의 선수팩이 있다. 팩의 등급에 따라 나오는 선수의 최저 능력치가 다르다.
브론즈는 경기를 치를 때마다 주어지는 BP 점수로 구매가 가능하다. 실버는 레벨업이나 각종 미션을 수행했을 때 보상으로 주어지며, 골드는 트로피 포인트로만 구매할 수 있다. 다만 트로피 포인트 역시 각종 미션을 수행해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시스템은 비공개 테스트를 위해 임시로 구현됐을 가능성이 크며, 정식 서비스에서는 유료 아이템까지 감안해서 다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선수 강화 시스템은 10단계이며 전작과 차이가 있다면 동일 선수가 아니더라도 가능하도록 변경된 부분이다. 최대 5명까지 강화에 투입할 수 있어 불필요한 선수를 좀 더 가치 있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화가 쉬워졌다고 해도 유저 입장에서 꼭 좋은 건 아니다. 강화가 일정 등급 이상 성공하면 원하는 특성을 부여하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결국 사용자는 이를 얻기 위해 강화를 반복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강화에는 실패할 확률도 있고, 실패할 경우 좋은 선수를 잃거나 등급이 낮아지게 된다. 이번 비공개 테스트에서는 성장이 불가능한 0등급으로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정식 서비스에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적 시장 시스템 역시 경매 방식의 입찰제 그대로다. 상하한가도 전작과 같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판매자만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도 원하는 가격을 올려 일종의 흥정이 가능해진 부분이다. 이를 통해 선수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대로 피파온라인의 경제 시스템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 유저들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편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피파온라인3가 5년간 꾸준히 흥행하며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두 가지 이유는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가벼운 게임성과 높은 중독성, 재미를 주는 선수 뽑기 및 거래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그런 점에서 피파온라인4는 최신 트렌드에 맞게 완전히 탈바꿈한 게임 플레이를 도입하면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은 그대로 가져가는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 전작의 흥행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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