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을 맞이한 지난 9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각 당은 촛불민심을 이어가겠다는 논평을 내놨다. 촛불이 움직인 탄핵정국은 한국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으나,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한 사회적 예술가는 최근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3일 사회적 예술가 홍승희 씨는 재물손괴죄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박 전 대통령의 풍자화 그래피티를 한진중공업 소유의 공사장 가벽에 그렸다는 이유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21일 홍 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지난해 11월 1심 법원은 홍 씨에게 “재물 손괴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담장의 효용을 해쳤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지난 6월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지난 13일 대법원은 홍 씨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심 재판부는 “한진중공업 직원 진술에 의하면 사전에 그림 그리는 것을 허락한 사실이 없고, 이후 한진중공업이 훼손된 철제 담장을 교체한 것으로 보이는 등 홍 씨가 재물의 효용성을 떨어뜨린 점이 인정 된다”며 벌금 150만 원의 벌금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이 재물손괴죄를 적용한 홍 씨의 풍자화는 2015년 11월 홍 씨가 홍익대학교 부근 한진중공업 소유 공사장 가벽에 작업한 그래피티 작품이다. 욱일기를 배경으로 박 전 대통령이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국정교과서가 물총을 맞고 있는 모습 등이 표현됐다.
홍 씨가 그래피티 작업을 했던 공사장 가벽은 당시 수많은 그래피티 및 전단지가 방치돼 있던 곳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홍 씨의 그림만 다음날 즉시 지워졌고, 처벌 또한 홍 씨만 받았다.
검찰 구형 당시 한진중공업 공사 관계자는 “민원을 제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소유물에 해당 그래피티가 있다고 해 경찰과 함께 현장 확인을 한 뒤 진술했다”며 “회사 차원의 업무가 있는데 경찰서를 오가게 되니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홍 씨의 풍자화에는 재물손괴죄가 적용됐으나, 사실상 한진중공업 측은 경찰과 함께 홍 씨의 작품을 확인하기 전까지 공사장 가벽의 낙서나 그래피티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재물손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신고 없이 처벌이 가능하지만, 방치돼 있던 가벽에 그려진 무수한 그래피티 가운데 홍 씨 작품만 조사한 것은 의도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홍 씨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원 마지막 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됐다. 그래피티는 1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검찰 항소심에서 다시 유죄로 확정이 됐다. 2심 판결문을 보니 예전에 그래피티 건으로 벌금을 받았던 전과가 있어 ‘상습범’이라는 내용이 있었고, 대통령을 그렸다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대법원 또한 비슷한 취지로 판결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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