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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금융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운'의 영향력이 큰 곳일수록 학습주의적 방식이 필요

2017.12.11(Mon) 10:18:24

[비즈한국] 어떤 학생이 메일을 보냈다. ‘환율의 미래’ 그리고 ‘인구와 투자의 미래’ 같은 필자의 책을 다 읽었다면서, 어떻게 해야 이코노미스트가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기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학부를 갈 때에는 제일 좋은 학교를 가고, 대학원은 제일 좋은 학자를 고르세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실패를 통해 더 나은 성과를 거두겠다는 태도. 금융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이런 학습주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사진=뉴욕증권거래소 페이스북


사회생활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가 사람을 채용할 때 제일 중요하다. 좋은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더 머리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학자의 세계, 특히 전업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때에는 누구에게 배웠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 최고 혹은 세계 최고의 학자 옆에서 배우면 최고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회가 닿으면 ‘공저’의 형태로 책이나 논문을 쓸 기회도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답장이 왔다. 

“학부는 좋은 곳을 못 갔지만, 대학에서 내내 1등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바로 취직해야 합니다.”

 

이런 글을 받으면 참 마음이 아프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 머리를 깨우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점점 탄력을 받는 사람들이야말로 학자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중고등학교 때에는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흩뿌리느라, 정작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대학원 과정에 진학한 다음에야 경제학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참 고민한 끝에 학생에게 보낸 답장은 다음과 같았다.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세요. 이코노미스트나 파이낸셜타임스 혹은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경제지의 글을 번역해 올리는 겁니다. 금융시장의 이코노미스트로서 일할 자질을 가진 사람인지를 직접 보여주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서 사회적 자본을 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학생의 답장을 받지 못해 그 뒤의 일을 알 수는 없다. 아마 잘해나가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노파심에 몇 자 적으려 한다.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 ‘일취월장’에 다음과 같은 라이트 형제의 경험담이 실려 있다.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안가에서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가 260여 미터를 59초 동안 날아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만 동력비행을 연구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최고의 물리학자인 스미스소니언협회 회장인 새뮤얼 랭글리 박사 또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비행기를 개발하기 위해 17년간이나 노력하고 있었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 성공 9일 전에도 랭글리 박사는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서 수많은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동력비행을 선보였다. 하지만 비행기는 조금 날다가 강으로 추락해버렸고, ‘뉴욕타임스’는 “하늘을 날려면 앞으로 천 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책 289~290쪽

 

대체 어떻게 해서 자전거포를 운영하던 무명의 발명가,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로 동력비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고영성 작가는 그 이유를 ‘학습주의적 접근’에서 찾는다. 

 

라이트 형제는 개발의 모든 단계를 세세하게 기획하기보다 준비도 부족하고 조건도 충족되지 않는 상태지만 바로 비행 실험을 시도했다. 대신 실패의 원인을 정교하게 분석하여 수정한 후 또 다시 비행 실험을 하였다. (중략)

 

라이트 형제의 방식, 즉 학습주의 방식은 ‘운’의 영향력이 큰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학습주의 방식은 ‘예측 불가능성’을 대전제로 삼는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계획이 어떠한 결과를 낼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시도해보고 피드백을 받아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수정한 후 다시 시도해보는 것이다. -책 290~291쪽

 

내가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의 요지가 윗글에 다 담겨 있다. 

 

블로그를 만들어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칼럼을 번역해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아마 모르는 단어도 많을 것이며, 또 오역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망신을 당할까 걱정이 앞을 가릴 것이다. 그러나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 랭글리 박사처럼 이론만 열심히 파고든다고 비행기를 만들 수는 없다. 라이트 형제처럼 수많은 실험을 통해 자신의 실수를 고치고 또 이전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성공에서 운과 실력의 관계. 출처: LMCM analysis


하물며 금융업계처럼 ‘운’의 영향력이 큰 곳에서는 더욱 학습주의적 방식이 필요하다. 주식을 처음 투자하는 사람일수록 수익률이 높은 현상을 지칭하는 ‘초심자의 행운’이 빈번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워런 버핏처럼 뛰어난 투자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업계처럼 ‘운’이 중요한 세계에 뛰어들 생각을 하는 학생들은 학습주의 접근이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실패를 통해 더 나은 성과를 거두겠다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금융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 아닐까?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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