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현대산업개발 지주사 전환 발표, 정몽규 회장의 승계 프로젝트와 무슨 관계?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정몽규 회장 '지배력 확대'와 '승계 정지작업' 두마리 토끼 잡나

2017.12.09(Sat) 13:31:06

[비즈한국] 끊임없이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가가 제기되던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5일 이를 공식화했다. 이를 두고 상법 개정안이 줄줄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고, 자사주의 마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이 사라지기 전에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작업은 결국 정몽규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됐고 또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에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10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이사회에서 인적 분할을 결정했다. 존속회사인 HDC 주식회사(가칭)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신설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가 사업부문을 맡게 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정몽규 회장 등 총수 일가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은 18.56%에 불과하고, 국민연금이 9.98%, 템플턴자산운용이 9.87%, 블랙록자산운용이 5.03%를 갖고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자신을 제외한 대주주들이 합심할 경우 자신의 지분율을 뛰어넘기 때문에 지배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정 회장은 과거 싱가포르 계열 템플턴자산운용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주고 불안했던 기억도 있다. 2003년 템플턴자산운용은 9월부터 10월까지 현대산업개발 주식 92만 2640주를 사모아 지분율을 14.97%에서 16.20%까지 끌어 올렸다. 최대 주주인 현대산업개발 최대주주인 정회장 외 특수관계인 7인의 현재 지분율은 17.03% 수준이었다.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템플턴이 경영권 참여 의사가 없는 단순 투자자”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템플턴 자산운용은 2005년 돌연 현대산업개발 “이사 선임, 배당, 합병 등 경영 참여를 수행할 수 있다”며 주식보유목적을 변경해 공시했다. 또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정부 방침에 따라 정권 입맛에 맞는 주주권을 행사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필요성을 높인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정 회장과 오너일가의 지배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상법 369조에 따르면 회사가 가진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인적분할 방식으로(주주 보유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것) 지주회사와 신설회사를 분리하면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한다. 지주회사의 자사주는 여전히 의결권이 없지만, 분할해 새로 설립된 자회사의 신주에는 의결권이 생기는 것.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현대자산개발은 올 들어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11년 만에 자사주 350만 주를 사들여 자사주 비중을 2.39%에서 7.03%까지 끌어올렸다. 사모은 자사주는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지주회사인 HDC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의 7.03%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정몽규 회장의 의결권이 확대되는 효과를 낳게 되는 것.

 

정 회장은 인적분할 이후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신주로 맞교환해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대기업이 지주회사 전환 시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지주회사법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정부가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막고 복잡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대주주의 지배력 확보와 상속이 용이하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경영권 승계와 상속 문제가 걸려 있는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사례가 많다. 

  

현대산업개발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승계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에 정몽규 회장의 3남에 대한 직접 지분은 없다. 정 회장의 자녀는 아직 나이가 어려 회사 경영에 참여할 단계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 발표에 앞서 이상한 흐름이 포착됐다.

 

정몽규 회장은 비상장 계열사 두 곳의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10월 26일 정 회장은 부동산 관리 회사 아이서비스의 보유 지분 10.61%(15만 주)를 전량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5만 7204원으로 총 85억 원 수준이다. 정 회장은 같은 날 토목·건축 계열사 아이앤콘스 보유 지분 전량인 6만 주(4.79%)도 처분했다. 주당 가격은 8만 9343원으로 53억원 규모다. 

 

정 회장이 보유하던 비상장 계열사 지분 전량을 매입한 곳은 ‘엠엔큐파트너스’다. 엠엔큐파트너스는 지난 10월 19일 설립된 자본금 7억 원 규모의 회사로 대표이사가 정몽규 회장이다. 사업목적은 ‘자회사의 주식 소유로 사업내용 지배, 경영지도, 부동산 임대, 컨설팅’ 등으로 통상의 지주회사가 하는 일을 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에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최대주주를 자신의 3남에게 넘겨주는 최대주주변경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정 회장은 엠엔큐파트너스를 승계에 활용할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결정은 투자와 사업 기능을 분리해서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기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핫클릭]

· 10년 전 100만 원을 OOO에 투자했더라면…비트코인 '올킬'
· 택시업계 반발에도 '펫택시' 합법화 길 열려…신산업으로 발전할까
· 대박과 쪽박 사이…누구나 하지만 아무나 성공 못하는 1인 미디어의 세계
· [단독] 박광온 의원 고가 추석선물 받아 김영란법 위반 혐의 고발당해
· [재벌 본사 건물 해부3] 어려울 땐 비상금고, 잘나갈 땐 성장의 상징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