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투자는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다수 투자 전문가들은 재산이 적을수록 투자 전략을 세심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간만 충분히 있다면 작은 돈도 언젠가는 목돈이 될 수 있다. 단지 인간의 삶이 유한할 뿐이다.
만약 여유자금 100만 원을 어딘가에 투자해보면 어떨까. 많다면 많은 돈이지만 월급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아끼고 무리하면 만들 수 있는 돈이다. 10년 전 100만 원을 어딘가에 투자했을 때 지금 만질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다. 세금이나 투자 과정에서 드는 수수료(펀드 제외)는 따로 계산하지 않았다.
# 외환(위안화) : 133만 원
글로벌 경제 흐름만 잘 읽는다면 외환은 훌륭한 투자처다. 그중에서도 지난 10년간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로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만약 10년 전 중국 화폐인 위안화를 샀다면 지금쯤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을지 계산해봤다.
2007년 12월 7일 기준 중국 위안화의 매매기준율은 124.22였다. 즉, 1위안당 124.22원이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1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약 8050위안이 된다. 이를 10년 후인 2017년 12월 7일 기준으로 환전했을 때는 133만 원가량이 된다. 다만 이는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위안화 절하 노력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위안화의 매매기준율은 무려 230.16을 기록하기도 했다.
# 저축 : 135만 원
은행에 저축하고 이자를 받는 것도 엄연히 투자의 한 방법이다. 안정성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엇보다 50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는 나라에서 완벽하게 원금을 보장해준다. 문제는 은행 이자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정기예금은 그나마 낫지만 10년 만기 순수 예금상품은 시중 은행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기준으로 100만 원을 은행에 예치했을 때 예상 수익율을 계산해봤다. 2007년 말 한국은행 기준 금리는 5%. 이후 기준금리는 이후 꾸준히 내렸다. 매년 말 기준금리 적용 시 100만 원을 저축했을 때 10년 후 예상되는 돈은 복리 이자를 포함 약 135만 원이다.
# 금 : 158만 원
금은 전통적으로 가장 안전적인 투자 자산으로 분류된다. 특히 정세가 불안하거나 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 때마다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시세가 오른다.
10년 전인 2007년 12월 뉴욕상업거래소 금 시세는 온스당 800달러 전후였다. 하지만 현재 금 시세는 이후 치솟기 시작하며 2011년에는 온스당 19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금 시세는 안정을 되찾기 시작해 2017년 12월 현재 127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만약 10년 전 100만 원을 투자해 금을 샀다면 현재 시세로는 158만 원이 된다.
# 펀드 : 227만 7100원
소액 투자자들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가장 간편한 방식은 ‘펀드’다. 직접 투자보다 리스크가 낮고,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손해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주식이나 다른 투자 상품 거래를 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만여 개 이상의 펀드 상품이 있다. 그 중에서 수익률이나 운용 규모 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하나가 바로 신영자산운용이 내놓은 신영 밸류 고배당 펀드다. 현재 운용 설정액이 2조 8685억 원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1조 원이 넘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 11월 말 기준으로 ‘신영 밸류 고배당 증권 자투자신탁(주식)’에 투자했을 때 현재 수익율은 운용 수수료를 제하고 127.71%다. 만약 1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원금을 포함해 227만 7100원이 된다.
# 애플·삼성전자 주식 : 546만 4000원·417만 원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급성장한 기업은 바로 애플이다. 1980년 12월 12일 상장한 애플의 주가는 2005년까지만 해도 주당 5달러를 넘지 않았다. 2007년 1월 9일 최초로 아이폰이 공개되면서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발표 1년 만에 2007년 12월 애플의 주가는 무려 6배나 상승하며 20달러 후반 대에 진입한다. 2007년 12월 7일 애플의 주당 거래가는 27.75달러. 심지어 당시 원-달러 환율은 1달러 당 923.60원에 불과했다. 100만 원이면 애플 주식을 25주 정도 살 수 있다. 정확히 10년 후인 12월 7일 애플의 주당 거래가는 169.32달러다.
단, 배당 수익은 별도다. 애플은 1995년 이후로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12년부터 21차례에 걸쳐 주당 30.47달러의 배당을 했다. 이를 전부 합해서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약 546만 4000원이다.
만약 같은 날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의 주식을 샀으면 어땠을까. 그날 삼성전자의 코스피 거래 종가는 60만 8000원이다. 따라서 100만 원으로는 단 1주밖에 살 수 없다. 그래도 애플과의 비교를 위해 100만 원만큼 주식을 구입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시세로 계산할 때 417만 원 정도가 된다. 12월 7일 기준 삼성전자 주당 가격은 253만 7000원이다.
# 레고(타지마할) : 910만 원
키덜트 문화의 상징인 조립식 장난감 ‘레고’도 어엿한 투자 상품으로 대접받는다. 매번 한정 수량만 발매하고 이후 추가 생산하지 않는 레고의 제품 정책으로 인해, 일부 모델은 거래 가격이 치솟기 때문이다.
가령 10년 전 출시한 ‘레고 타지마할 10189’의 정식 판매가격은 29만 9000원. 100만 원이면 3개를 사고도 10만 원가량이 남는다. 레고 관련 커뮤니티에 따르면 10년이 지난 현재 타지마할의 미개봉 신품의 거래 가격은 300만 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 10년 전 100만 원을 투자했을 경우 남은 돈을 포함 약 910만 원이 된다. 다만 최근 레고가 타지마할을 재출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중고 시세가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 비트코인 : 770억 원
비트코인은 세상에 나온 지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09년 1월 최초로 채굴이 시작된 이래, 본격적으로 거래소가 생겨나고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진 시점은 2010년 이후다. 이전에도 개인 간의 비트코인을 사용한 거래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비트코인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기준 시점을 10년 전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었던 시점으로 계산해봤다.
2010년 7월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일본 마운트곡스가 문을 열었다. 이후 어느 정도 서비스 안정화 시점을 고려해 2010년 12월 7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당시 1비트코인당 가격은 20센트에 불과했다. 100만 원을 투자했다면 당시 원-달러 환율(1132.00) 적용 시 4417개의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 2017년 12월 7일 1비트코인당 가격은 1만 5930달러(비트코인닷컴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계산하면 7036만 2810달러로 77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국내 거래소를 통하면 1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능가하는 수익율을 내는 투자처는 그 어디에도 없다. 투자가 아니라 차라리 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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