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동영상 콘텐츠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며 ‘메가트렌드’로 불린다. 방송과 같은 전통 미디어 시장은 물론 정부·기업·민간 등 가릴 것 없이 각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업계에선 “동영상이 글과 사진을 넘어서면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지형을 바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핵심 콘텐츠가 됐다.
동영상 시장은 ‘1인 방송’ ‘1인 미디어’가 이끌고 있다. 1인 미디어는 크리에이터(국내에선 BJ로 통용) 한 사람이 콘텐츠를 만들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는 방송 형태다.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어 스마트폰·인터넷 확산에 따라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이제는 하나의 ‘직업’이자 또 다른 ‘산업’으로 자리 잡은 1인 크리에이터, BJ의 세계를 ‘비즈한국’이 들여다봤다.
# ‘비디오 퍼스트’ 이끄는 1인 미디어
직장생활을 하던 최 아무개 씨(여·30)는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BJ)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에 올리던 영화 리뷰와 뒷이야기 콘텐츠 등이 영화사에서 연락이 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던 데다, 입담에도 자신이 있어서였다. 최 씨는 “취미로 해오던 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노하우도 쌓이고 인지도도 높아졌다. 글과 사진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방송으로 더 좋은 콘텐츠롤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BJ로 ‘생업’을 전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업계와 아프리카TV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온라인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BJ는 2만 명에 가깝다. 대표적 국내 MCN 업체인 아프리카TV에서만 1만여 명의 BJ가 활동 중이고 유튜브와 기타 방송 플랫폼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이어진다. 한 MCN 업체 관계자는 “별다른 직업 없이 방송에만 전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BJ만 매달 200~300명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BJ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되면서 1인 미디어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BJ들이 활동하는 아프리카TV·유튜브·팟캐스트·다이아TV 등은 대형 문화 ‘산업’으로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아프리카를 입력하면 아프리카 대륙이 아닌 아프리카TV가 먼저 검색될 정도다.
1인 미디어 시장은 특히 광고 영역으로 급격한 확장세를 보인다.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BJ가 광고 플레이어가 됐다. 최근 기업들이 톱스타 마케팅보다 BJ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한 대형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뷰크(뷰티크리에이터·메이크업 등을 전문으로 하는 BJ)들의 영향력이 젊은 층에서 폭발적”이라며 “제품만 노출하던 전통적 마케팅보다 BJ들이 방송에서 메이크업 모습을 보여주는 등 제품을 사용하면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러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2016년 1조 900억 원 규모에서 2019년 약 2조 2000억 원으로 2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대부분의 마케팅 업계는 1인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집행비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새 유통 트렌드로도 각광받는다. 과거 게임, 음식 등에 몰려있던 방송 콘텐츠가 어린이, 스포츠, 전자제품 등으로 다양해지면서부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홈쇼핑 등에 입점이 어려운 중소업체들이 주로 활용한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BJ가 산지에서 배송까지 이뤄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면서 지난 달에만 2000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예인 기획사와 비슷한 형태로 BJ들을 직접 관리하고 지원해주는 MCN 업체도 늘고 있다. CJ E&M과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생겨난 업체는 100여 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별도의 케이블 채널을 개설해 유명 BJ들을 진행자로 내세워 방송을 내보내는 등 MCN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 못해
새 문화산업은 새로운 ‘스타’를 만든다. 유명 BJ의 말 한마디, 방송 장면 하나가 연예인 등 기존 미디어 스타와 비슷한 관심을 받는다. 한 달 수익이 수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최근 BJ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유명 BJ가 되는 사례는 극소수다. MCN 업계는 지난해 후원·광고 등으로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BJ는 200여 명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기업 협찬, 홈쇼핑, 방송 출연 등으로 수익을 올려 실제 개인 방송 콘텐츠로만 관심을 받은 BJ는 더 적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비슷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활로를 찾지 못하면 방송을 그만두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BJ가 됐던 앞서의 최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년간 방송에 집중했지만 시청자 수는 하루 평균 90여 명에 불과했다. 수익도 예상했던 금액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최 씨는 “광고 수익은 유튜브 조회수 1회당 1원 정도다. 조회수 1만 회를 올린 영상이 거의 없다”며 “조회수를 올리려 바이럴마케팅 형식이나 알고 지내던 영화사 도움도 받아봤지만 잠깐이었다. 방송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유명 BJ들은 1인 미디어가 아직까지는 전형적인 ‘승자독식’ 산업이라며 신중한 선택을 강조한다. 익명을 원한 한 10년차 BJ는 “방송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하는 등 새로운 대안이 있는 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욕설이나 엽기 등 선정적인 방송으로 넘어가 제재를 받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고가 장비나 네트워크가 필요 없어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위험도가 높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스타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에서 유튜브로 전향하며 이슈가 됐던 다른 BJ는 “무턱대고 방송을 전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다양한 시청자와 공유하는 것 역시 취미일 뿐, 직업으로 보기 어렵지 않나. 콘텐츠 주제와 방송 콘셉트는 물론 촬영과 편집 등 충분한 준비를 한 뒤에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인 방송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방송해야 외면당하지 않는다. 다니는 직장이나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여유 시간 등 특정 시간에 방송을 ‘꾸준히’ 해본 뒤 다시 고민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폭력·음란성 1인 방송이 늘면서 정부가 별도의 규제를 검토 중이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논의된 이후 정부가 주도적으로 규제에 나선 모양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인 방송 후원액 상한을 100만 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뜨겁다.
방통위는 지난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심위, 경찰청, 여성가족부와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등 7개 국내외 기업을 포함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가칭)’를 꾸렸다. 정부 부처와 기업, 시민단체가 모인 대규모 조직이다. 협의회는 1인 미디어 규제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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