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푸드트럭’은 박근혜 정부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푸드트럭을 내세워 청년창업을 장려하고, 일자리 창출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푸드트럭 붐’이 시들해진 상황에서 지난 정권에 떠밀리듯 푸드트럭을 시작한 청년 창업자들이 매서운 겨울을 견디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3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손톱 밑 가시’를 언급하며 직접 규제를 풀고 푸드트럭을 합법화했다. 이후 대통령 직속 기구인 청년위원회는 푸드트럭 청년창업을 지원토록 했고,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인 ‘코리아에이드(Korea Aid)’에서도 푸드트럭이 등장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의 기조에 맞춰 푸드트럭 영업허가를 내주고 영업장소를 지정했으나, 당초 정부가 전망한 2000대 이상 창업, 6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푸드트럭의 높은 폐업률이 지적된다.
지난 10월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푸드트럭 폐업률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영업신고된 푸드트럭 626대 가운데 9월 기준 192대가 폐업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기존 상권의 반발을 의식한 서울시의 소심행정과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서울시는 푸드트럭의 폐업률에 대해 “일반영업이 아닌 축제행사 푸드트럭이 행사 종료 후 폐업신고를 하는 행정 절차상의 특수성으로 인해 폐업률이 높아 보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푸드트럭이 가장 활성화된 서울시의 경우,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푸드트럭 지원 조례를 지정하고 활성화 전담팀을 신설해 신규 영업장소를 발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가 20억 원을 지원한 ‘밤도깨비 야시장’ 또한 영업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지자체의 지원을 제외하면 현재 푸드트럭 사업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관련 규제 완화는 주춤한 상황이다. 가장 최근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푸드트럭 관련 규제 개선은 지난 6월 입법 예고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다. 행정자치부는 이 개정안을 통해 푸드트럭 사업자들이 다른 업체의 광고를 차량에 실을 수 있도록 했다.
푸드트럭 사업자들은 푸드트럭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영업장소 부족’을 꼽는다. 지자체의 의지로 조례를 통해 영업장소를 확대할 수 있으나, 이 또한 기존 상권의 반발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 지난 10월을 끝으로 올해 야시장 운영이 종료되자 서울시의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다시 갈 곳을 잃었다.
다수 푸드트럭 사업자들이 유동인구가 몰리는 아파트 장터나 스키장 등 사유지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영업하는 현실이지만,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때문에 관리사무소나 행사대행업체에 휘둘리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반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혁 한국푸드트럭협회장은 “고정영업지의 경우 평일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때문에 푸드트럭의 80%가량이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는데, 대부분의 행사가 3월에서 11월까지에 집중돼 있다. 가끔 이벤트성 행사가 열리긴 하지만 많지 않다. 푸드트럭 영업자들은 겨울나기가 어렵다. 우리끼리는 ‘보릿고개’라 부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 주도하에 관리감독 되기 때문에 개선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푸드트럭활성화팀이 따로 있는 서울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소상공인지원과 등에서 푸드트럭을 관리하는데, 푸드트럭만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기에 인력부족 등의 문제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지자체 공무원도 많지만 적은 인력이 많은 일을 해결하기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민간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영업신고를 하도록 법을 개선해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도 정부에 여러 번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푸드트럭활성화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푸드트럭 사업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여기고 시급하게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이 영업장소 부족이다. 영업신고도 하지 않고 불법영업을 하는 사업자도 있어 이에 초점을 두고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소는 시유재산으로 한정돼 있다. 고속도로 졸음쉼터 등 국가에서 관리하는 시설 등을 활용해 장소를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법령을 고치지 않고도 지원 가능한 부분이 있는데, 지자체에만 푸드트럭 지원을 맡겨두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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