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30세 이상 국민 7명 중 1명이 걸리고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이 걸리는 질병은 무엇일까. 바로 당뇨다. 대한당뇨병학회의 2016년 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당뇨병 발병 비율은 30.4%이며 30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은 당뇨병 발생이 유력한 초고위험군이다. 이미 걸린 사람도 많은데, 걸릴 사람도 많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당뇨병은 완치가 사실상 불가한 질병이라는 점이다. 체내의 인슐린 체계가 고장나 생기는 당뇨병은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투여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초기에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식습관 등을 조절해 인슐린 투여 시기를 늦출 수는 있으나 인슐린 분비 기능을 원상태로 고칠 수는 없다. 완치는 불가한데 합병증을 불러오니 이것 참 난제다.
많은 의사는 당뇨병과 같은 난치병 혹은 불치병을 겪는 환자들에게 치료가 아닌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무병장수의 시대가 지나가고 유병장수의 시대가 왔기 때문에 꾸준히 질병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식습관을 조절해 인슐린 투여 시기를 늦출 수 있는 당뇨병은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병에 한 번 데어 봤으니 꾸준히 관리하고 조심하라는 이야기다. 학습하라는 말이다.
관리와 학습은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중요하다. 한국은 지난 몇 년 새 국가적 재난을 수차례 겪었다. 세월호 같은 인재와 메르스 등의 질병, 그리고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 지진 등의 자연재해까지 말이다. 인재와 질병 그리고 자연재해 방지는 사실상 불가하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으며,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한 번도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을지언정 한 번만 지진이 일어난 지역은 없다. 즉, 예방보다 대처가 중요하다.
지난 11월 일어난 포항 지진은 정부가 지난해 경주 지진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음을 알려준 사건이다. 더는 지진 안전 지역이 아님에도 지자체는 간판과 건물 내진 설계 여부를 검증하지 않았고, 규정에 따라 건물이 지어졌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더 이상 지진에서 자유로운 한반도가 아님은 2016년 경주 지진 때 수없이 지적됐다. 나아진 건 없고, 같은 일의 반복이다. 언론은 지적하고, 정부는 대책을 세운다고 말하지만, 인력 부족 등의 현실적 한계로 나아지지 않는다. 비슷한 사건이 터지고 언론은 다시 지적한다.
제주도 공장에서 음료 포장 기계에 깔려 홀로 죽어간 실습생 사건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올해 3월 16일자 보도자료로 2016년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 실습 과정에서 학생 안전과 권익 보호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기사는 매년 보인다. 달라진 건 기사의 내용이 아니라 날짜다. 같은 내용이 2015년과 2016년 등 연도만 바뀐 채 나온다. 나아진 건 없다.
사고 없는 사회는 없다. 사고에서 배우는 사회만 있을 뿐이다. 일본도 처음부터 안전 강국은 아니었다. 지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내진설계 관련 행정지침을 도입하고, 잘 따르게끔 감시체계를 만들었다. 학생을 위한 재해방지체험 학습시설과 사태 시 사용할 수 있는 설명서를 제공했다. 수많은 재난에서 철저하게 학습한 결과다.
무병장수에서 유병장수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듯, 한국도 재난 없는 사회가 아니라 재난에서 배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산업재해, 자연재해, 질병 등 우리는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이제는 배움과 개선으로 증명할 차례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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