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프로 선수의 세계는 ‘돈’으로 설명된다. 종목의 상금 유무를 떠나 실력에 따라 선수의 몸값이 매겨진다.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면 스폰서십 체결을 놓고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고, 선수는 그 경쟁의 승자와 손을 잡는 게 일반적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기업이 브랜드와 제품의 홍보를 위해 선수들과 스폰서십을 맺는다. 그런데 계약 없이 선수 스스로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어 흥미롭다. 타 브랜드가 계약금을 앞세워 스폰서십 체결에 집중함에도 사용률이 압도적이다. 그립 브랜드 ‘골프프라이드’다.
# 선수 스스로 사용하는 골프그립
골프프라이드는 1949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의 기업가이자 발명가인 토마스 L 파윅이 창립했다. 골프광인 그는 우연히 골프 그립에 가죽 대신 고무를 사용한 후 손에 밀착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시 지역의 제조회사인 웨스트게이트 러버 컴퍼니와 계약을 맺고 그립 생산에 나섰다. 당시 유명한 자동차 오일 ‘걸프 프라이드(Gulf Pride)’에서 영감을 받아 브랜드 명칭을 ‘골프프라이드(Golf Pride)’로 지었다.
골프프라이드 등장 후 그립 시장은 서서히 고무그립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립감과 내구성이 우수한 것뿐만 아니라 가볍고 충격 흡수력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큰 호응을 얻었다. 1958년 토미 볼트가 US 오픈 우승 때 사용해 ‘메이저 우승 그립’에 등극했고, 웰리 얼리치, 칙 하버트와 같은 유명 선수가 사용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인기는 골프프라이드의 기술력이 크게 기여했다. 선수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꾸준히 업그레이드 된 그립은 타 브랜드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 결과 선수와 스폰서십을 체결하지 않음에도 선수 스스로 사용하게 만들었다. 타이거 우즈조차 조건 없이 사용할 정도다. 오늘날 세계 주요 투어(PGA, LPGA, EPGA, ELPGA, KPGA, KLPGA, JGTO, JLPGA 등) 사용률 80%에 달하는 넘버원 그립 브랜드가 됐다.
# 트렌드를 주도해온 골프프라이드
골프프라이드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새로움’ 때문이다. 진보적인 성능과 새로운 디자인의 그립은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대표적 모델이 1950년대에 출시된 립 락(Rib Lock)이다. 립 락은 기존의 둥근 형태의 그립에 변화를 시도한 최초의 모델로 평가된다. 립 안쪽에 또 다른 립, 또는 돌출된 부분이 있었기에 골퍼가 클럽을 잡을 때 정렬이 더욱 쉬웠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파인 라인(Fine Line)이 골프프라이드의 인기를 주도했다. 립 락에 비해 좀 더 세밀하게 그립 표면이 디자인됐다. 파인 라인은 검정색·연한 파란색, 파란색·흰색, 붉은색·검정색 등 다양한 색상의 조합으로 제작돼 골퍼가 선호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당시 두 가지 이상의 색상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파인 라인이 유일했다.
1995년에 개발된 투어 벨벳(Tour Velvet)은 전 세계 투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그립이다. 안정감, 신뢰성 등이 혼합된 고무 그립으로 현재 골프클럽 브랜드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그립으로 가장 선호하고 있는 모델이다.
멀티 컴파운드(Multi Compound)는 골프프라이드의 가장 성공적인 하이브리드 그립이다. 2004년 빨강과 검정 등의 색상 조합으로 첫 선을 보인 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모델이 출시되고 있다. 이 그립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고무와 실을 조합해 디자인된 것이 특징. 미끄럼을 방지하는 실과 부드러움 갖춘 고무의 만남은 그립 시장에서 골프프라이드의 존재감을 드높였다. 골프프라이드 최고의 매출을 올린 모델로 가장 많은 투어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다.
류시환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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