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인생독서] '가슴 뛰는 일'을 찾아서

[비즈한국] 공대를 나와 영업사원을 하다 통역사가 되고, 다시 예능과 드라마 PD로 이직한 제게 사람들이 가끔 묻습니다. 어떻게 천직을 찾아야 하는지. 답은 어쩌면 책에 있을지 몰라요. 

‘인생학교: 일’(로먼 크르즈나릭, 쌤앤파커스)의 도입부에는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가난한 동네에서 자라 죽기 살기로 공부해 고액 연봉을 받는 경영 컨설턴트가 된 롭 아처, 파키스탄 이민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부모의 기대에 따라 변호사가 된 사미라 칸, 고교 졸업 후 1년간 유럽을 여행하며 물구나무선 채 기타를 치다 훗날 정부 공무원이 된 이아인 킹 등. 문제는 정작 그들이 현재의 직업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는 거지요. 

책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직업의 핵심요소는 무엇인가?’ 직업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일에서 의미와 몰입, 자유 세 가지를 느껴야 한답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도, 몰입도, 자유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새로운 직업을 모색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은 세 가지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보라고 합니다. 첫째,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혼란과 두려움의 원인을 이해할 것. 둘째, 완벽한 직업은 하나뿐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양한 대안을 찾아볼 것. 끝으로, 꼼꼼하게 계획을 한 후 실행에 옮기는 대신,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고민할 것.

고교 진로 특강에 가면 아이들이 물어봅니다. “피디님은 언제부터 피디가 꿈이었나요?” 

저는 피디가 꿈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피디가 꿈이었다면, 공대는 왜 가고 영업사원은 왜 하고 통역대학원은 왜 갔을까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저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대충대충’ 삽니다. 

제 인생에 장기 플랜은 없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그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열심히 하면서 삽니다. 공대를 다닐 때는 그게 영어공부였고, 영업사원을 할 때는 그게 독서였고, 통역대학원을 다닐 때는 그게 시트콤 시청이었어요. 취미생활이 다음 직업으로 이어졌습니다. 통역사를 하려고 영어 공부를 한 게 아니고, 시트콤 피디가 되려고 시트콤을 본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순간 가장 재미있는 일을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의 김보통 작가도 만화가가 되려고 회사를 그만둔 게 아니더군요. 직장 생활이 죽도록 괴로운데, 이걸 평생 하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사표를 던집니다. 모두가 그에게 말하지요. “대책이 없구나. 넌 불행해질 거야.” 퇴직금을 야금야금 날리며 곰팡이 핀 식빵을 뜯어 먹으며 버팁니다. 다시 대기업에 취직할 생각은 없어요. 돈 안 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데 그게 다 재미있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백수이던 그는 어느 날 만화가가 되고 수필가가 됩니다.

‘진정한 삶의 고수는 일과 놀이, 노동과 여가, 몸과 머리, 공부와 휴식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는 두 가지 중 뭐가 뭔지도 잘 알지 못한다. 무엇을 하든 그저 탁월함을 추구하고 그에 걸맞게 완성할 뿐, 그것이 일인지 놀이인지는 타인의 판단에 맡긴다. 그 자신은 언제나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다.’ -‘인생학교: 일’ 110쪽

천직은 찾는 것일까요, 만드는 것일까요? 책의 원제를 들여다보면 답이 보입니다. How to find fulfilling work. 부제의 번역이 약간 아쉬워요.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이 아니라 ‘충만감을 주는 일을 찾는 법’이 맞지 않을까 싶네요. ‘지겨운 밥벌이’를 참고 계속 한다고 그 일이 어느 순간 ‘가슴 뛰는 천직’이 되지는 않아요. 100세 시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겁게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나는 의미, 몰입, 자유를 느끼는가? 그 질문에서 모험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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