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한국 자산시장이 뜨겁다. 부동산시장이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강세 흐름을 보이는 데다, 주식시장도 KOSPI뿐만 아니라 KOSDAQ까지 랠리에 동참했다.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동반 급등한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니, 거의 7년 만에 재테크의 호시절이 찾아온 셈이다.
자산시장이 오랜만에 강세를 보이는 것을 기념해 투자의 기초를 다져보면 어떨까? 모처럼 들른 서점에서 주식이나 부동산시장 투자의 기초를 다룬 책들이 경제/경영 베스트셀러의 상단을 차지하는 것을 보니, 오랜만에 투자를 재개하면서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그럼 누구에게 ‘투자의 기초’를 물어보는 게 좋을까?
여러 후보가 떠오르지만, 세계 최고의 주식투자가 가운데 한 사람인 워런 버핏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발간된 책 ‘워런 버핏 바이블’은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을 쉽게 설명해준다.
흔히 투자를 설명할 때, 장래에 더 많은 돈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현재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버크셔(워런 버핏이 경영하고 있는 투자회사)가 내리는 투자의 정의는 더 까다로워서, 장래에 더 많은 구매력을 받으리라는 합리적인 기대에 따라 현재 구매력을 남에게 이전하는 행위로 설명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투자는 장래에 더 많이 소비하려고 현재 소비를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내린 정의에서 중요한 추론이 도출됩니다. 투자 위험은 베타(변동성을 가리키는 월스트리트 용어로서, 주로 위험 측정에 사용됨)로 측정할 것이 아니라, 예정 보유 기간에 투자자에게 발생할 구매력 손실 확률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유 기간에 걸쳐 어떤 자산의 구매력이 매우 확실하게 증가하기만 한다면, 그 자산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더라도 위험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제부터 보겠지만, 가격이 변동하지 않는 자산도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책 66쪽
앞부분은 쉽게 이해된다. 예를 들어 1년간 예금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가 1.5%라고 할 때, 최소한 연 1.5%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을 매수하는 게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뒷부분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아래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자산별로 투자에서 손해를 볼 확률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한국 주식은 33.3%의 확률로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하며, 아파트는 13.3%의 손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자산시장의 참가자들은 대체로 현명하기 때문에, 손실확률이 높은 자산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 주식의 연 환산 복리수익률은 9.7%에 달해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하며, 아파트 역시 5.2%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해설은 이 정도로 그치고, 워런 버핏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어보자.
투자 대상은 매우 많고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세 가지 유형이 있으며, 각 유형의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제부터 각 유형을 알아봅시다.
첫 번째는 일정 금액으로 표시되는 투자로서 MMF, 채권, 주택담보대출증권, 은행예금 등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금액으로 표시되는 투자가 대부분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이 가장 위험한 자산입니다. 베타는 제로일지 몰라도 위험은 매우 큽니다. (중략)
화폐 가치 안정을 강력하게 원하는 미국에서조차, 내가 버크셔 경영을 맡은 1965년 이후 달러의 가치가 무려 86%나 하락했습니다. 당시 1달러에 살 수 있었던 물건이 지금은 7달러나 합니다. (중략)
당신이나 나 같은 납세 투자자라면 상황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위에 말한 47년 동안 미국 단기 국채를 계속 보유했다면 연 수익률이 5.7%였습니다. 얼핏 보기에 만족스러운 수익률 같습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의 평균 소득세율 25%를 공제하면 이 5.7%에서 나오는 실질 소득은 전혀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소득세가 명목 수익률 5.7% 중 1.4%를 떼어 간 다음,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세금이 나머지 4.3%를 삼켜버렸기 때문입니다. (중략)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나는 금액 표시 증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 67~68쪽
이 부분도 쉽게 이해된다. 현재 한국은행 이자율이 1.5%인데 여기서 이자소득세 12.5%를 제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2017년 11월 기준) 1.3%를 감안하면 은행에 예금한 실질 수익률은 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은행 예금이 재테크의 대상으로 적합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적합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은행 예금보다 더 위험한 투자 대상 자산이 존재하니,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무런 ‘산출물’을 주지 않는 자산들이라고 한다.
두 번째 투자 유형은 아무런 산출물도 나오지 않는 자산입니다. 사람들은 장차 다른 사람이 (산출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 높은 가격에 사줄 것을 기대하면서 이런 자산을 사들입니다. 17세기에는 튤립이 이런 사람들이 선호하는 투자 상품이 되었습니다.
이런 투자가 유지되려면 이런 매수자 집단이 계속 증가해야 하며, 이들은 이런 매수자 집단이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매수에 가담합니다. 이들은 자산 자체에서 나오는 산출물(영원토록 전혀 나오지 않음)에 매력을 느껴서가 아니라, 장래에 다른 사람이 더 열광적으로 원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 자산을 삽니다.
이런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상품이 금입니다. 현재 거의 모든 자산에 대해 걱정하며, 특히 지폐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투자 대상입니다. (이들이 지폐의 가치를 걱정하는 것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금에는 두 가지 중대한 결점이 있습니다. 용도가 많지 않고, 산출물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금이 산업용과 장식용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런 용도로는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신규 생산량을 소화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금 1온스는 아무리 오래 보유해도 여전히 1온스일 뿐입니다. -책 69쪽
아래의 그림은 1980년 이후 국제 금 가격과 미국 소비자물가의 관계를 보여준다. 1980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2.8배 상승한 반면, 국제 금 가격은 2.0배 상승하는 데 그쳐 지속적인 구매력을 하락을 경험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 금 가격은 2002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2002~2012년까지 급등한 후 다시 급락하는 등 가격의 변동성이 커 ‘손실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워런 버핏의 ‘원칙’대로라면 금이나 예금 같은 자산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투자자들은 이런 자산에 열광할까?
이에 대해 워런 버핏은 ‘공포감’에서 원인을 찾는다.
앞에서 설명한 두 유형(‘일정 금액으로 표시되는 투자’와 ‘아무런 산출물도 나오지 않는 자산’)은 공포감이 극에 달할 때 최고의 인기를 누립니다. 개인들은 경제가 붕괴한다는 공포감에 휩쓸릴 때 금액 표시 자산, 특히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통화 붕괴가 두려울 때는 금처럼 산출물 없는 자산으로 몰려듭니다.
그러나 2008년 말 “현금이 왕”이라는 소리가 들릴 때는 현금을 보유할 시점이 아니라 투자할 시점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현금이 쓰레기”라는 소리가 들리던 1980년대 초는 채권을 투자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시점이었습니다. 두 사례에서 대중이 따라붙을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렀습니다.
여러분도 짐작하다시피 내가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세 번째 유형으로서, 기업이나 농장이나 부동산 같은 생산 자산입니다. 이 중에서 이상적인 자산은 인플레이션 기간에도 신규 자본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면서 구매력 가치가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자산입니다. 이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자산이 농장, 부동산, 그리고 코카콜라, IBM, 시즈캔디 같은 기업들입니다. (중략)
미국 기업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계속해서 효율적으로 제공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상업용 ‘젖소’들이 여러 세기 살아가면서 갈수록 더 많은 ‘우유’를 공급할 것입니다. 젖소들의 가치는 교환 매개(화폐)가 아니라 우유 공급량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우유를 팔아서 번 돈은 복리로 증식될 것입니다. 마치 20세기에 다우지수가 66에서 1만 1,497로 증가했듯이 말입니다. -책 71~73쪽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다. 특히 나보다 특별히 뛰어난 것 같지 않는 사람들, 특히 주변의 지인이 급등하는 상품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나도 한번’ 하는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 이후 국제 금가격의 급등락이 보여주듯, 아무런 산출물을 낳지 않는 자산에 투자할 때에는 워런 버핏의 조언을 되새겨 보는 게 어떨까?
우리에게 남은 인생은 충분히 길어, 얼마든지 우유를 짜낼 시간이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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