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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7300억 원어치 보유"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옥중 편지 단독입수

아이팩토리 소액주주 "구속 이후에도 합의금 명목으로 3억 원 건네" 검찰에 고소

2017.12.01(Fri) 17:29:28

[비즈한국] 240억 원 투자금 사기와 600억 원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으로 1심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옥중에서 추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속 이후에도 합의금 용도로 3억 원을 건넨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1일 김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과거 김성진 대표의 코스닥 상장기업​ 아이팩토리 소액주주다. 아이팩토리는 ‘창조경제 황태자’​로 불리던 아이카이스트와 생산 협력 계약을 맺으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허 아무개 전 대표 배임 횡령 건으로 거래 정지 후 상장 폐지되면서 약 7000명의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었다. 이 중 비교적 큰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 18명은 김 대표 구속 이후에도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김 대표의 설득에 따라 3억 원을 모아 김 대표에게 건넸다.

특히 김 대표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중국에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피해 변제를 위해 자신이 출소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수감 중 면회를 온 소액주주 대표에게 자필로 자신이 비트코인을 소유하게 된 경위와 비트코인 지갑 주소, 그리고 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편지에 적어 전달했다. 자신이 출소만 하면 비트코인을 찾아 약속한 투자액을 변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 광둥성 슈퍼컴퓨터에 비밀번호가? 전형적인 비트코인 사기 수법

김 대표가 편지에 적은 비트코인 지갑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은 30자리의 영어 대소문자와 숫자로 된 지갑 주소만 알면 누구나 잔액을 알 수 있다. 

그가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비트코인 지갑 주소는 ‘1AhTjUMztCihiTyA4K6E3QEpobjWLwKhkR’. 조회해 보니 실제로 6만 6378개의 비트코인이 들어있었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7300억 원에 달한다. 이 비트코인 지갑 주소는 비트코인 잔액 상위 10위에 늘 이름을 올리는, 공개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지갑이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아이팩토리 소액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자신이 비트코인 3만 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은 지갑 주소만 안다고 꺼낼 수 없다. 일종의 비밀번호인 프라이빗 키(private key)가 필요하다. 보통 ‘wallet.dat’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김 대표는 이 파일이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슈퍼컴퓨터 내에 숨겨져 있다고 편지를 통해 설명했다.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이러한 주장이 전형적인 비트코인 사기 수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블록체인 전문가로 유명한 김호광 게임허브 대표는 “입출금 내역을 볼 때 랜섬웨어 범죄에 동원되는 지갑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설명들도 보면 중국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비트코인 사기와 수법이 대단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 광둥성 서기가 비트코인 투자 권유? 정·관계 인맥 과시로 피해자 설득

편지 내용을 보면 흥미로운 이름이 다수 등장한다. 김 대표는 편지에서 지난 2014년 말레이시아 출장에서 A 대기업 총수 일가 중 한 명을 만났으며, 그를 통해 중국 상무위원 손자를 소개 받았다고 밝혔다. 이듬해 그의 주선으로 전·현직 광역 자치단체장 두 사람, B 대기업 현지 법인장과 함께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후춘화 서기가 비트코인 투자를 권유했으며, 2015년부터 광둥성에 약 150억 원을 투자해 비트코인을 캐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채굴한 3만 개의 비트코인을 담보로 C 은행과 새로운 화폐사업을 추진하던 중 구속됐다며, 채굴된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서 출소가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정·재계 인맥을 과시하며 자신이 3만 개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고 편지를 통해 주장했다.


편지에 등장하는 ​전·현직 광역자치단체장 두 사람이 지난 2014년 광저우에서 열린 한-중 문화교류 관련 포럼에서 후춘화 서기를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 중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김 대표로부터 후원금 5000만 원을 쪼개기 수법으로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 매체는 김 대표가 후춘화 서기와 악수하는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C 은행 역시 과거 아이카이스트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속을 수도 있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한 아이카이스트 피해자는 “만약 그 정도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구속되기 전에 합의를 했을 것”이라며 “허무맹랑한 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대행사 통한 가짜뉴스로 투자자 안심…구속 중에도 지속적으로 게재

김 대표가 가상화폐 사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1월 초 한 IT 전문 매체는 아이카이스트그룹이 하드웨어 기반 가상화폐인 ‘HD코인’을 개발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문의한 결과 홍보 대행사를 통해 보도 의뢰가 들어왔으며, 따로 사실확인은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16년에는 김 대표의 다른 코스피 상장기업 ‘아이카이스트랩(현 암니스)’이 한국금거래소와 금 거래 기반 전자화폐 독점 사업을 진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석 달 만에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2013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원을 방문해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로부터 터치테이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카이스트 관련 각종 사업 진행 및 계약 체결 뉴스는 회사가 폐업하고 김 대표가 구속 중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전직 아이카이스트 직원은 “언론에 보도된 것 중에 실제로 진행된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홍보대행사를 통해 가짜뉴스를 게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카이스트 관련 사업 진행 보도를 한 매체 역시 “대행사를 통해 전달받은 내용을 보도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소액주주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이미 1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의 불안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추가 사기를 벌이는 김 대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향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김 대표의 사기 행각을 만천하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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