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기대감, 코스닥 주도주인 IT·바이오, 기업 자체의 호재.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코스닥 상장기업이 있다. 바로 ‘신라젠’이다. 시가총액 8조 원에 육박하며 코스닥 시총 3위 기업으로 우뚝 올라 선 바이오 벤처기업을 두고 대박의 '실체' 논란이 한창이다.
신라젠은 2006년 설립된 회사로 3세대 항암 치료제인 ‘펙사벡(Pexa-Vec)’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업체다. 간암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신라젠은 펙사벡을 통해 간암뿐만 아니라 다른 암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알려지며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9월 1일 종가 2만 6500원이던 신라젠 주가는 11월 21일 한때 15만 2300원을 찍은 뒤 12월 1일 10만 8400원으로 마감했다. 석 달 만에 4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황태호 부산대학교 의대 교수가 설립한 신라젠은 현재 치과의사 출신 문은상 대표가 이끌고 있다. 신라젠은 2014~2016년 누적 매출 168억 원, 누적 영업손실 424억 원을 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영업손실만 207억 원이 발생했다.
통상 IT·바이오주가 지수를 견인하는 코스닥 특성상 많은 개미투자자와 기관들이 ‘핫한 종목’으로 떠오른 신라젠을 투자 바구니에 주워 담고 있다. 그런데 신라젠의 주가에는 실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신라젠이 개발중인 신약 펙사벡은 간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가 지난 2013년 2월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표지 논문으로 실려 화제를 모았다. 펙사벡이 차세대인 3세대 항암제 ‘면역항암제’이기에 차별화됐기 때문이다.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의 단점을 극복한 항암제로 면역항암제가 부각되며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시장 기대감과는 달리 의약업계에서는 3세대 항암제에 대한 신뢰도나 기대감이 미미하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면역항암제는 그야말로 항암보조제에 불과하다”며 “바이오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면역항암제를 의료현장에서 적용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펙사벡의 임상이 3상까지 와서 상당히 많이 진행됐다는 것에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다”며 “면역항암제 시대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그런 만큼 펙사벡도 진행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지난해 12월 6일 상장 당시부터 치료약을 ‘연구’ 중이고 현재까지도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핵심 상품인 펙사벡이 아직 출시되지 않아 이로 인한 매출은 전무하다. 펙사백의 시판까지는 적어도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과 연구개발 비용 등으로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모 당시만 해도 신라젠 주가가 이렇게 급등할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온다. 바이오주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품이 출시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신라젠에 관해 모니터링을 하며 지속적으로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올해만 해도 신라젠은 6월과 9월 두 차례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주가 급등에 의한 조회공시요구를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코스닥시장의 주가 모니터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특례상장을 도입해 실적 등 상장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 기업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상장이 가능하다. 신라젠도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은 일견 긍정적이지만, 실적과 무관하게 기술력만으로 적정주가 측정이 어렵다”며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의 주가 급등락에 대해서도 보다 다양한 기준을 갖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으로 주가 급등 종목은 낙폭도 그만큼 커질 수 있고, 투기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어 신라젠도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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