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용오름처럼 치솟다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기 일쑤다. 인터넷 보안 측면으로는 높은 자산이 있는 것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거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 얘기다. 가상화폐의 경제적 가치는 무엇이며, 현재 적절한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비트코인은 가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이 때문에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진정한 버블 상태다.”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은 허상일 뿐이며, 현재의 가치에는 많은 거품이 끼어 있다고 평가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상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 가격은 23일 8267.4달러(약 899만 원)에서 불과 일주일 새 1만 1517.4달러(약 1252만 원)로 40%나 뛰었다. 그러다 하루 만에 1000달러 가까이 빠졌다. 자산으로서 펀더멘탈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말 가상화폐는 교환가치로서 역할을 못하는 걸까.
비트코인 등 여러 가상화폐로 주식과 채권·종이화폐·옥수수·철광석 같은 현물 자산을 구입할 수 있다. 실체가 있는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면 통용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또 지폐처럼 물리적으로 전달할 수는 없어도 이체를 통해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는 허상 취급을 받는다.
버핏은 가상화폐가 자산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했다. 주식처럼 기업 가치를 측정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익을 올리거나 배당을 지불하지도 않는다. 내재적인 가치가 없지만 단지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투기 자금을 끌어들여 버블 상태라는 것이 버핏의 생각이다. 비관론자들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해 권위를 부여받지 않은 가상화폐는 통화로서도 가치가 없다며 전통적 화폐론을 펼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는 않다. 홍콩 달러의 경우 홍콩 금융관리국과 홍콩 스탠다드차타드(SC), 홍콩 HSBC, 중국은행 홍콩법인이 각각 발행한다. 통화량으로 따지면 중국은행보다 HSBC가 더 많다. 통화비중이 70%나 된다. 화폐 발행의 권위는 꼭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 거래에서의 신뢰에서 구축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분산원장을 통해 금융거래를 공인하는 가상화폐의 개념·가치와 유사하다. 이 가치에 얼마의 비용을 지불할 것이냐, 이를 둘러싼 새로운 통화 개념에 대한 이해와 가치 평가가 벌어지는 중이다.
홍콩 같은 소규모 경제에서는 민간 중심의 화폐 발행이 가능하지만, 미국·중국처럼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통화는 중앙은행의 통제나 권위 부여 없이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페이팔의 설립자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금의 경우 일반적인 지급 수단은 아니지만 돈의 예비 형태로 화폐의 역할을 한다. 가상화폐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가상화폐가 세계 주류로 자리 잡으면 더 나은 점도 있다. 인플레이션 통제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해 인플레이션율을 조절한다. 발행된 통화는 금융기관을 거치며 통화승수를 일으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2017년과 1980년의 짜장면 가격이 다른 이유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통화량이 정해져 있어 인플레이션 유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인플레이션 통제가 더 쉬워지거나 심하게는 통화량 조절을 통해 경제의 완급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의 전통적 역할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의 주장을 고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1971년 미국이 금태환을 포기하기 전까지 금은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는 자산이었지만, 이후로는 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 액세서리를 만들 때 말고는 금의 가치를 높게 쓸 만한 곳은 많지 않다. 더구나 지구상 대부분의 금은 바다 속에 묻혀 있다. 그렇다면 현재 온스당 1300달러인 금은 온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가상화폐의 분산원장 및 암호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때까지 가상화폐가 과열·투기론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금이 어떻게 현재와 같은 지위에 올랐는지 더듬어보면 비트코인 기축통화론도 허황된 얘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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