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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단행, '순효과' 없고 '역효과'만 줄줄이

경기과열 요인 없고, 미국 금리 격차 줄이려는 목적…한은 “시장충격 최소화 약속”

2017.11.30(Thu) 13:36:05

[비즈한국] 한국은행이 11월 30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6년 5개월 만에 인상하면서 경제에 미칠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통상적으로 경기가 지나치게 달아올랐다고 판단될 때 이뤄진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경기 개선이 동반된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 3.25%였던 기준금리를 5.25%로 올리는 동안 경제성장률은 4~6%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저금리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올렸던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에도 6%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기, 특히 미국보다 금리가 높을 때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에 들어오는 효과도 벌어진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처럼 경기 개선 중이라는 신호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증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현재 한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돌아설 만큼 사정이 좋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올해 3%대로 예상되지만, 이는 11조 원의 추가경정예산과 반도체 수출 호황에 따른 것이다. 자동차나 선박 등 다른 산업의 수출은 지지부진한 데다 내수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11월 30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6년 5개월 만에 인상하면서 경제에 미칠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지고 있다.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5% 줄면서 2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제조업평균가동률은 전월에 비해 0.6%포인트(p) 떨어진 71.3%까지 하락했다. 이 여파로 설비투자는 전월에 비해 14.4%나 급감했다. 소매판매 역시 전월 대비 2.9% 줄었다. 

 

취업 시장도 개선 기미가 없다. 10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7만 9000명 늘어나면서 증가폭이 한 달 만에 다시 2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0.1%p 올랐고, 청년 체감실업률도 21.7%로 1년 사이 0.6%p 상승했다. 그나마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줄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와 증시가 오르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의 순효과는 찾기 힘든 반면, 어려움은 줄줄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문제는 그동안 불어난 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가 가져올 역효과다. 3분기 말 기준 판매신용(카드사 및 할부금융사 외상판매)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1341조 1515억 원에 달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늘어나는 이자부담만 2조 3000억 원이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면 그만큼 가계의 소비가 줄면서 부진한 내수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자동차와 선박 등과 같은 전통 제조업 부진 속에 호경기를 보이던 건설업을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크다. 10월 전산업생산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건설업만 0.8% 증가했다. 

 

또 기준금리 인상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늘리면서 취업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에 달하는 상황에 기준금리까지 오를 경우 채용의 문을 닫을 필요성이 높아진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지원을 위한 3조 원대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야당의 반대가 적지 않아 통과가 불투명하다.

 

기준금리 인상은 최근 급등세인 원화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것(환율 하락)이 분명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전망이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9월 인상기에 원·달러 환율은 1046.2원에서 914.5원까지 하락했다. 또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 인상기에도 원·달러 환율은 1204.9원에서 1058.5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9월 말 1148.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해지면서 하락하기 시작해 29일 1079.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경제계에서는 이러한 악재들을 고려해 한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최대한 완만하게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결정 소식을 전하면서 “금번 인상은 시장 가격 변수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통화정책)완화 축소로 방향 잡았지만 고려요인이 많다”고 말한 것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으로 볼 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역효과가 순효과보다 클 것이 명백한 만큼 가계부채 부실 가구에 대한 회생제도 확충,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일자리 지원 정책 강화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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