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들에게 ‘본사 사옥’이 의미하는 것은 기업 이미지 그 이상이다. 재계에서 “사옥 이전은 그룹이 재출범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각 그룹들이 건물을 소유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대기업들은 어떤 형태의 사옥 소유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비즈한국’이 해부했다.
이번에는 재벌이 대를 넘어 회사를 물려주다 계열분리를 한 GS·LS·신세계·현대백화점·S-OIL을 살펴봤다. 사옥 변천사를 통해 기업의 성장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GS·LS그룹은 LG그룹을 그 뿌리로 한다. LS그룹은 2003년, GS그룹은 2005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됐다. 계열분리를 통해 구씨가의 LG는 여의도에, 허씨가는 역삼동에서 새출발을 시작했다. 초역세권인 역삼동에 위치한 GS강남타워는 테헤란로의 여타 오피스 빌딩과 다른 점이 있다. LG아트센터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입점해 있는 것.
GS 강남타워는 옛 LG강남타워에서 이름이 변경됐다. LG그룹은 과거 구인회 창업주와 허만정 회장의 동업체제로 운영됐다. 57년간의 동업은 2005년 허만정 회장 일가가 계열분리를 통해 GS그룹을 설립하며 막을 내린다. 부동산등기부상 GS강남타워는 럭키증권에서 LG로, 다시 현재의 GS로 소유자가 변경됐다.
현재 지하 6층~지상 38층의 GS강남타워에는 지주회사를 비롯해 GS리테일·GS글로벌·GS에너지·GS칼텍스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이들 계열사는 지주회사에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GS리테일과 GS글로벌의 연간 임차료만 190억 원 수준이다.
LS그룹은 GS그룹보다 앞선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됐다. 특이하게도 여타 재벌기업들이 본사 사옥을 서울에 두는 것과 달리 LS그룹은 본사가 경기도 안양에 있다. LS그룹이 2008년 안양 사옥시대를 연 배경에는 기업의 모태가 된 LS전선의 공장부지가 안양에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된 후 여의도와 삼성동에 흩어져 셋방살이를 하던 LS 계열사를 모아 ‘안양시대’를 연 것. 또 당시 기업의 지방 유치 등 이슈에 발맞춰 안양시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현재 LS그룹의 사옥에는 주력 계열사인 LS전선·LS산전·LS엠트론이 입주해 있다.
(주)LS가 소유하던 사옥은 2015년 LS아이앤디로 이전됐다. LS 측은 부동산개발 전문회사에 사옥을 맡겨 보다 전문적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LS아이앤디를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S아이앤디가 계열사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사옥 임대료만 연간 3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LS아이앤디는 2016년 전체 매출의 33% 이상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유통기업들은 강남시대를 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가 잠실에 월드타워를 만든 것과 같이 신세계도 중장기적으로 강남 신세계타운을 만드는 비전을 갖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로 양분되는 신세계그룹은 남매 분리경영이 특징이다. 이 같은 남매 경쟁구도는 마트와 백화점 사옥의 이원화에서도 드러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사들은 성수동 사옥을, 정유경 백화점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 인력은 강남권에 상주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본사 사옥은 흔히 ‘메사빌딩’으로 불렸다. 2008년 신세계가 메사빌딩을 사들인 후 신세계푸드·백화점·신세계몰 등 계열사가 입주하며 그룹 사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마트24·신세계푸드 등 이마트 계열사들이 이마트 본사가 있는 성수동으로 이전하고, 백화점과 신세계몰은 고속터미널로 사옥을 옮겼다.
신세계백화점의 강남시대는 신세계가 2012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일대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센트럴시티 지분 60.02%를 사들이며 점쳐졌다. 신세계는 2013년에는 센트럴시티를 통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인수하고, 최근 추가로 지분을 매집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율을 64.96%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정유경 백화점 총괄사장의 강남시대가 열리게 됐다. 신세계백화점 직원들은 현재 고속터미널 경부선 쪽 건물 5층을 사용하고 있다.
옛 현대그룹에서 분가한 현대백화점그룹은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과 내실을 중시하며 압구정 현대아파트 내에 있는 금강쇼핑센터 건물을 사옥으로 이용해왔다.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설립과 동시에 세워진 금강쇼핑센터는 1980년 현대H&S가 사들였다. 현대H&S가 현대그린푸드에 합병돼,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린푸드에 연간 16억 원에 가까운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40년여 만의 신사옥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휘문고등학교와 KT&G 대치타워 근처인 테헤란로 98길 인근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부지매입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존 사옥으로 사용하던 금강쇼핑센터는 추후 압구정동 재개발 가치 등을 고려해 매각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S-OIL(에쓰-오일)의 신사옥 입주는 ‘감개무량’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쌍용정유로 출범한 에쓰-오일은 IMF 외환위기에 쌍용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되고,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에 매각됐다. 그간 에쓰-오일 직원들은 여러 빌딩을 전전하며 그때마다 짐을 싸야 했다. 1995년 서울 중구 저동 쌍용그룹 사옥에서 여의도 굿모닝타워로 본사가 이전하고, 2001년부터는 여의도 63빌딩에서 셋방살이를 해왔다. 그런 에쓰-오일이 1772억 원을 투자해 마포구에 신사옥을 지은 것.
창립 35주년과 신사옥에 둥지를 튼 2011년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 CEO(최고경영자)는 “창립 35주년을 맞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정유회사로 성장하고 처음으로 본사 사옥에 입주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며 “마포사옥은 에쓰-오일의 심장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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