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매우 뜨겁다. 한국 감정원이 발표한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8·2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 발표 직전인 7월 31일 대비 11월 20일 현재 경기 성남시 아파트 매매 값이 2.32% 상승해 수도권에서 오름폭이 가장 컸다. 서울에서는 송파구가 2.19% 올라 같은 기간 서울 평균치(0.62%)를 크게 웃돌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정부의 강력한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는 이야기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혹시 버블은 아닐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해 필자도 감히 단언할 수 없다. 자신이 처한 포지션에 따라 시장에 대한 생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 사람이 아닌, 국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미국의 주식투자자 워런 버핏은 2008년 미국 부동산 시장 폭락 당시 매우 큰 곤란을 겪었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고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워런 버핏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 최근 발간된 책 ‘워런 버핏 바이블’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우리는 클레이턴 인수를 통해서 대규모 조립주택 금융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클레이턴도 다른 동종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는 고객에게 제공한 대출금을 증권화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차대조표의 부채 부담이 감소했지만, (일반회계원칙에 의해) 이익이 조기 실현되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익을 서둘러 실현할 필요가 없고 대차대조표도 매우 건전하므로, 대출자산을 증권화하는 것보다는 계속 보유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클레이턴은 대출자산을 보유하기 시작했습니다(책 497쪽).
워런 버핏에게 부동산 시장에 대해 묻는 이유가 잘 나와 있다. 그가 보유한 조립주택 건설회사가 집을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사실상 부동산 담보대출회사를 인수한 것 같은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가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지 않았다면 조립주택 건설회사를 인수할 리 없었을 테니, 금융 사업까지 떠맡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08년 주주서한, 다시 말해 금융위기 직전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클레이턴은 조립주택산업을 선도하는 최대 기업으로서 작년에 2만 7499가구를 공급했습니다. 이는 주택산업의 총 공급량 8만 1889가구의 약 34%에 해당합니다. 대부분 주택 업체가 극심한 침체 상태이므로 2009년 우리 점유율은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 전체로 보면 주택 판매량은 1998년 37만 2843가구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동안 대부분 주택업체의 판매 관행은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더 설명하겠지만, “돈을 빌려서는 안 되는 고객들에게, 빌려주어서는 안 되는 기관들이 빌려준” 꼴이었습니다(책 498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또 다른 이름이 ‘서브프라임 위기’ 즉, 적격 등급 미만의 고객(서브프라임)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해 생긴 위기라는 것을 금방 보여준다. 조립주택을 지을 때 고객에게 구입할 자금을 미리 빌려주는 관행 때문에 클레이턴을 제외한 미국 조립주택산업이 붕괴되어, 클레이턴의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대목은 클레이턴이 다른 경쟁자와 전혀 다른 경영을 했음을 시사한다.
우선, 어느 정도 계약금이 필요한데도 이를 무시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속임수가 동원되기도 했습니다(대출 건당 3000달러를 수수료로 받는 대출 모집인들 눈에는 잠재 고객이 ‘2000달러짜리 먹잇감’으로 보였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고객들은 잃을 게 없다는 이유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금액을 매월 상환하겠다고 약정했습니다. 이렇게 이루어진 담보대출을 월스트리트 회사들은 증권화해서 순진한 투자자들에게 팔았습니다. 이런 연쇄 범죄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클레이턴은 이 기간 내내 직접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훨씬 합리적인 관행을 유지했습니다. 실제로 클레이턴이 창출하고 증권화한 대출에 투자한 사람들은 원리금을 한푼도 손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클레이턴의 사례는 예외에 해당합니다. 산업 전반적으로 손실이 어마어마합니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중략).
그러나 클레이턴의 고객 19만 8888명이 주택시장 붕괴 기간에도 계속해서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해준 덕분에, 우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은 없었습니다. 이는 우리 고객들의 신용도가 유난히 높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신용점수 FICO score(신용위험의 표준 척도)를 보면, 전국 중앙값은 723이지만 우리 고객의 중앙값은 644이고, 35%는 흔히 ‘비우량(sub-prime)’으로 분류되는 620 미만입니다(책 499~500쪽)
좋은 고객에게만 대출해주고, 또 대출을 증권화하지 않고 지속 보유하며 관리한 결과 클레이턴은 큰 손실을 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워런 버핏은 주식투자도 잘하지만 주택조립회사 경영에도 일가견이 있다.
조금 더 이야기를 진전시켜, 워런 버핏이 주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알아보자. 2011년 주주서한에서 워런 버핏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택 경기는 회복될 것입니다. 이 말은 믿어도 됩니다. 장기적으로 주택 수는 가구 수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전에는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지나치게 커진 거품이 요란하게 터지면서 경제를 통째로 흔들어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침체 초기에는 가구 수 증가 추세가 둔화했고, 2009년에는 가구 수가 극적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끔찍했던 수급 상황이 이제는 역전되었습니다. 지금은 주택 수보다 가구 수가 매일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기간에는 사람들이 결혼을 미루지만, 결국은 호르몬을 억제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침체기 초기에는 시댁이나 친정에서 함께 살더라도, 머지않아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현재 주택 건축 착공은 연 60만 건이어서 가구 증가 수보다 훨씬 적으므로, 이제는 주택 구입이나 임차가 증가하면서 과거의 주택 공급 과잉 상태가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습니다(이 속도는 지역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수급 상황이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책 574~575쪽).
아래의 ‘그림’은 미국의 주택착공호수와 주택가격 상승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워런 버핏의 2011년 전망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착공호수가 2008년 위기 이전 수준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떨어진 다음,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6년 말까지도 미국 주택공급은 지지부진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국 주택시장은 호황을 누릴 것 같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아래 ‘그림’은 한국의 주택공급과 주택가격 관계를 보여준다. 미국과 마찬가지고 주택공급은 주택가격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공급이 줄어든 다음에는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반대로 주택공급이 급증한 다음에는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꺾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워런 버핏의 말이 틀릴 수도 있다. 지역마다 부동산 시장의 여건이 다르며, 특히 실제 공급물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거주하거나 혹은 구입을 원하는 지역의 가구 수 대비 공급물량 등의 통계도 함께 점검해보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 한겨레(2017.11.26) ‘8·2 대책 이후 아파트값 분당·송파↑ 과천·용인↓’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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