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전망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일자리 추경에도 청년 실업률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라 곳간에 대한 걱정이 줄어든 만큼 정부가 다시 한 번 추경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예상한 국세 수입 규모는 242조 3000억 원이었다. 2016년(232조 7000억 원) 대비 10조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러한 국세 수입 예상액은 올 7월 11조 원 규모의 추경안 통과와 함께 251조 1000억 원으로 8000억 원 더 늘어났다. 추경 효과로 경기가 부양되면 세수가 보다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 국세 수입은 260조 원을 넘어서며 지난해에 비해 30조 원 가까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올해 (세수가) 260조 원을 조금 넘을 가능성이 있다”며 “초과 세수 사용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부총리는 “국채 상환 문제를 포함해 법규에 따라 폭넓게 사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는데, 경제계 일각에서는 이 ‘폭넓게 사용’이라는 옵션에 추경이 들어있다고 본다. 초과 세수로 재정건전성 부담이 준 만큼 내년 초 다시 한 번 일자리 추경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10년(2008~2017년) 중 절반이 넘는 6년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추경을 편성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에는 저소득층 유류비 지원과 해외 자원 확보 등을 목적으로 4조 3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28조 4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통과시켰다.
2013년에는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대규모 세수결손을 메꾸기 위해 19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고, 2015년에는 메르스 대응을 위해 11조 6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했다. 2016년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여건 악화 대응을 위해 11조 원 규모, 올해는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여건 개선에 사용하기 위해 역시 11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추경 때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재원이다. 2008년 추경은 전년에 쓰고 남은 예산(세계잉여금) 4조 3000억 원으로 메웠으나, 2009년, 2013년, 2015년에는 추경 편성을 위해 국채를 발행했다. 빚을 내 추경에 필요한 돈을 마련한 것이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세수 증가분을 추경으로 돌리면서 국채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했다. 2016년에는 세수 증가분 중 9조 8000억 원과 세계잉여금 1조 2000억 원을 사용했다. 올해 추경에도 세수 증가분 중 8조 8000억 원과 세계잉여금 1조 원, 기금여유분 1조 2000억 원이 쓰였다.
올해는 세수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추경을 하고도 돈이 남아돌게 됐다. 올해 일자리 추경이나 내년도 일자리 관련 예산안 처리에서 재정건전성을 내세운 야당에 발목이 잡혔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비장의 카드를 갖게 된 셈이다. 여기에 일자리 추경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실업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초과 세수를 무기로 내년 초 추경에 나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0월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전년 동월보다 0.1%포인트 올라갔고, 청년 체감실업률도 21.7%로 1년 사이 0.6%포인트 상승하는 등 청년실업 문제는 악화일로다.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로서는 이처럼 청년층 실업이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인 청년층의 일자리 상황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는데, 올해 세수 초과로 실탄이 마련된 만큼 내년 초 추경 카드를 들고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며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로서는 일자리 추경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야당도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둔 내년 초 추경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장한 상태라고 들었다”며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추경 재원이 확실한 상태여서 야당으로서는 대응책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3년 동업 카카오페이와 LG CNS의 '한여름 파경' 아직까지 뒷말 까닭
·
동계올림픽 앞두고 최순실·정유라 공동 소유 평창 땅 얼마나 올랐나
·
[단독] 원전 입찰 담합 혐의, 효성중 직원이 LS산전 소속인 척한 이유
·
'가짜 경유 논란' 현대오일뱅크 "반제품 공급한 것뿐인데…"
·
"효성 수사 재탕 아니다"는 검찰이 찍은 '유령직원+유통마진' 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