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의 본사 사옥은 경영철학 등 각 기업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이 때문에 각 기업마다 사옥 부지의 ‘터’를 알아보는 것부터 건물 디자인까지 세세하게 심혈을 기울인다.
서울 구도심인 광화문을 중심으로 들어섰던 대기업들은 기업 특색과 필요에 따라 강남, 판교 등지로 흩어졌다. 본사 사옥을 소유하는 방식도 다변화됐다. 창업주로부터 수십 년간 기업이 존속하고 성장해 오너 2, 3세로 경영이 넘어간 곳은 대부분 지주회사나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계열사가 사옥을 소유하고 있다. 사옥에 입주한 나머지 계열사가 사옥을 소유한 회사에 임차료를 지불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이 건물을 소유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데 기업별 소유방식과,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대기업들이 어떤 구조의 임대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비즈한국’이 알아봤다. 그 첫 번째로 본사 건물을 법인 소유로 두고 있는 삼성·현대자동차·LG·롯데, 네 그룹 속으로 들어가보자.
1910~1930년대생 창업주들이 기업을 일궈내며 전국 곳곳에 땅을 사둔 것은 본사 사옥 소유 구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정주영 현대차그룹 창업주,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는 대표적인 땅부자로 전국 요지에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소유하던 부지에 본사 사옥을 신축한 경우가 많았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일찌감치 서초시대를 열었다. ‘삼성 서초타운’이다. 3개 동으로 이뤄진 삼성 서초타운 A동에는 삼성생명, B동에는 삼성화재, C동에는 삼성전자가 들어서는 등 주력 계열사가 모여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물산 소유인 B동에 입주해 연간 304억 원의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삼성은 서초동 부지를 순차적으로 사 모았다. 현재 삼성타운을 이루는 부지는 1987년 삼성생명이, 1998년 삼성물산이 사들인 땅이다. 삼성전자는 계열사의 유동성을 위해 삼성물산과 삼성코닝,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던 서초동 부지 총 2248평을 1355억 원을 들여 다시 매입했다. 이로써 삼성타운을 더욱 넓게 지을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법인 등기상 주소지는 경기도 수원이지만 서초 사옥 42층에 회장실이, 41층에 부회장실이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까닭에 서초타운은 삼성그룹의 얼굴로 불린다. 삼성그룹에 위기감이 팽배하던 2011년 이건희 회장은 당시 진행된 세무조사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신수종 사업으로 뛰어든 바이오 사업 등을 챙기기 위해 종종 서초 사옥으로 깜짝 출근을 하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삼성의 서초사옥을 부러워하며 현대차 역시 강남시대를 여는 것을 숙원사업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차·현대모비스와 컨소시엄을 맺어 2014년 4조~6조 원 수준 낙찰가로 예상되던 한전부지에 10조 5500억 원을 써내 최종 낙찰 받았다. 예상을 벗어난 고액을 써낸 현대자동차는 당시 시가총액이 8조 원 증발하며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지 않은 현대자동차는 현재 양재동 사옥을 본사 개념으로 사용한다. 현대·기아차가 입주해 있으며 현대제철·현대오트론·현대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의 일부 부서도 파견 형식으로 양재사옥에 세 들어 있다.
LG그룹 사옥은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엘지트윈타워’다. 럭키금성트윈타워에서 1995년 LG트윈타워로 이름을 바꿨다. 여의도 트윈타워에는 지주회사를 비롯해 전자·화학·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지주회사 (주)LG 소유인 엘지트윈타워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연간 392억 원이다. 이밖에도 (주)LG는 새문안로에 광화문 사옥을 소유하고 있는데 입주 계열사인 LG생활건강과 서브원으로부터 연간 120억 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롯데그룹은 40년 만에 소공동시대의 막을 내리고 잠실시대를 열었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울의 구도심인 소공동에서 롯데를 일궜지만 신 회장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뉴롯데 시대를 열었다.
롯데월드타워는 토지와 건물을 롯데물산이 갖고 있다. 4조 2000억 원을 들여 지은 롯데월드타워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일부 지분이 들어 있다. 계열사로는 롯데지주 주식회사, 롯데케미칼 등이 입주해 롯데물산에 일정 수준의 임차료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정확한 임차료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간 분기별 임차·임대료가 50억 미만인 경우 공시 의무가 없는데, 이들 계열사가 롯데물산에 지불하는 임차료는 50억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 역시 18층에 마련되어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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