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서울시 흡연시설 고작 43개, 흡연자도 비흡연자도 괴롭다

담뱃값 올랐지만 흡연시설 예산은 없어…최근 디자인 공모해 연말까지 4개 설치 예정

2017.11.22(Wed) 18:04:10

[비즈한국] 11월 21일 오후 1시 30분, 시청역 4번 출구 앞 흡연 부스에는 시청 직원과 민원인, 직장인과 대학생 등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시청 출입증을 패용한 이에게 물어보니 시청역 인근의 흡연장소는 이곳 하나뿐이라고 했다. 

 

부스는 흡연자들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다. 흡연자 몇몇은 뒤편 화단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한 손에 커피가 든 종이컵을 든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 화단은 시청 정문으로 향하는 통로와 매우 가까웠다. 담배연기가 퍼지자 곁을 지나는 행인들은 손을 저으며 빠르게 지나갔다.

 

시청역 4번 출구 앞의 흡연 부스. 개방형이라 지나가는 행인에게 담배연기가 퍼진다. 사진=김종용 인턴기자


흡연 부스에서 담배를 피던 조 아무개 씨(27)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차라리 시청이 나아요. 다른 곳은 흡연 시설 자체가 없거든요. 아무리 찾아다녀도 담배 피울 장소가 마땅치 않아요. 그래서 골목이나 한적한 거리를 찾게 되는데요.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연기가 날아갈까 봐 눈치가 보이죠.”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길거리 흡연 시설은 11개 자치구에 43개다. 민간에서 설치·운영하는 35개를 제외하고 공공기관이 직접 설치한 곳은 8개다. 반면 서울시 금연구역은 25개 자치구, 25만 3796곳이다(올해 8월 기준). 실내 공중이용시설 23만 4326곳, 실외 공중장소 1만 9470곳이다. 올 12월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흡연구역은 더 줄어든다.

 

강서구 화곡역 6번 출구 옆 골목에서 담배를 피던 김 아무개 씨(26)는 정부에 불만을 쏟아냈다. 

 

“여기서 피울 수밖에 없어요. 강서구 살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흡연 부스를 본 적이 없거든요. 어쩔 수 없이 숨어서 피우는 거죠. 건물 내에서 담배 피우면 환풍구 타고 돌아다닌다고 하잖아요. 담뱃값은 올랐는데 왜 금연구역만 늘어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제가 낸 세금 어디로 갔나요?”

 

담뱃값 4500원 중 세금·부담금은 3318원으로 약 74%를 차지한다. 내역을 보면 건강증진부담금 841원(18.6%), 지방세인 담배소비세 1007원(22.3%), 지방교육세 443원(9.8%), 국세인 개별소비세 594원(13.2%), 부가가치세 433원(9.6%)이다. 담뱃값 인상 전 7조 원가량이던 담뱃세 수입은 2016년 약 12조 3761원으로 늘어났다. 하루에 담배 1갑을 피우면 1년에 약 120만 원을 더 내는 셈이다. 이는 8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할 때 내는 재산세와 비슷하다.

 

2017년 보건복지부 금연지원서비스 관련 예산은 1467억 원으로 14개 사업에 쓰인다. 대표적으로 △저소득층금연치료사업 △군인의경금연지원서비스 △찾아가는금연지원서비스 △금연캠프 △보건소금연클리닉 등이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증진부담금에서 흡연 시설 확충에 사용하는 비용은 없다”고 말했다.   

 

담배 가격에 포함된 건강증진부담금에는 흡연 부스 확충에 필요한 예산은 없다. 사진은 서울역 앞 흡연구역. 사진=김종용 인턴기자


비흡연자인 유 아무개(26) 씨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위해 흡연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위에 흡연하는 친구가 많아요. 그 친구들도 보행 흡연이 나쁘다는 걸 잘 알아요. 흡연 시설이 부족하니 사람이 적은 장소에서 피려고 하죠. 흡연 시설이 늘어나면 대부분 거기서 담배를 피울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흡연 시설 확충의 필요성은 곳곳에서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흡연 시설을 확충해 달라는 민원이 증가했다. 그에 따라 흡연 부스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온라인 투표 시스템 엠보팅의 ‘간접흡연 피해 예방을 위한 흡연 부스 설치에 대한 생각은?’ 투표에서도 찬성이 89.38%로 압도적이었다. 

 

서울시는 실외 금연구역 주위의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한 흡연 구역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5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 흡연 시설 디자인 시민공모전을 열었다. 총 3개 자치구에서 4개를 신청 받아 현재 설치 중이며 12월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김종용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썬데이] X세대 총아, 나락 그리고 부활 '가위손'의 위노나 라이더
· [현장] 평창동계올림픽 '직관'하시게요? 먼저 세 가지 '각오'는 하세요
· 구조조정·수사종료 한숨 돌린 대우조선해양·KAI의 미래
· '드래곤볼Z 폭렬격전' 확률 조작 의혹 쓰나미 게임업계 덮치나
· '밀실 매각 논란' SK엔카직영 사측 협상안 확정, 해결 국면 맞을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