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굳이 패셔니스타나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 하지만 아주 약간의 투자로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은근히 센스 있다는 말이 듣고 싶은, 바로 당신을 위한 가이드.
현대인에게, 특히 2030세대에게 여행은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명품 옷을 입고, 비싼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 더 멋있어 보이는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시작한 여행 열풍은 이제 일상이라고 부를 만큼 자리를 잡았다. 대학생들의 유럽 배낭여행이나 워킹 홀리데이는 한때 무척 핫한 트렌드였지만 지금은 평범하게 느껴진다.
유럽 배낭여행 열풍은 서유럽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로 여행지가 확장되어 갔다.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전향한 손미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도 국내 유럽여행의 지평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했다.
더 이상 유럽여행을 가는 게 특별하지 않아진 2010년부터는 북유럽이 가장 힙한 지역으로 손꼽히게 됐다. 여행뿐 아니라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 인테리어 소품, 패션과 음악이 전방위적으로 한국의 트렌드세터들을 매료시켰다.
2017년 겨울, 이 시점에서 가장 힙한 도시는 어디일까. 정답은 미국 오리건주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다. 한국에서만 반짝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다. 포틀랜드는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가장 힙한 도시로 떠오르며 젊은이들의 워너비 여행지 리스트 상단을 지배하고 있다.
당장 포틀랜드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왜 포틀랜드가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는 것인지, 왜 세계의 청춘들이 포틀랜드 스타일을 힙하게 받아들이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남들과 한 끗 다른 센스 있는 남자가 될 수 있다.
포틀랜드가 위치한 오리건주는 미국 서북부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캘리포니아주와 인접해 있는데, 지리적 요소가 포틀랜드와 오리건을 특별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캘리포니아,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트렌드의 메인 스트림인 이태원 같은 느낌이다. 반면 포틀랜드는 메인 스트림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조금 불편하지만 한적한 곳을 찾아 자신들만의 문화를 꽃피운 초창기 경리단길과 비슷하다.
가로수길이 명동처럼 변한 후 세로수길의 작은 숍들이 주목 받은 것처럼, 포틀랜드의 급부상 뒤에는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오랫동안 고유의 문화를 쌓아온 도시들의 영향이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포틀랜드는 커피와 맥주는 물론이고, 다이닝과 패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독특한 문화를 가진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났다. 전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킨포크’의 발상지가 포틀랜드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시문화란 무엇일까. 다양한 취향을 인정하는 것에서 도시문화가 시작된다. 거리마다 획일적이지 않고 다채로운 숍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오너도 소비자도 다양한 취향을 가져야 한다. 똑같은 프렌차이즈 카페와 패밀리 레스토랑, 옷을 찍어내듯 만드는 SPA 브랜드에 싫증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자연스레 도시문화가 부흥할 수 있다.
포틀랜드는 딱히 볼거리가 많은 도시는 아니다. 유명 관광지처럼 압도적인 랜드마크도 없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카페와 수제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 로컬 재료를 이용한 레스토랑이 여행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킨다.
미국 도시답지 않은 소박한 규모의 다운타운은 끝에서 끝까지 자전거로 오갈 정도의 넓이다. 거리 풍경만 보면 미국이 아닌 유럽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포틀랜드는 커피와 맥주로 유명하다. 샌프란시스코에 블루보틀이 있다면 포틀랜드에는 스텀프타운이 있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스텀프타운보다, 오직 포틀랜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를 원한다면 바리스타, 코아바, 하트 커피 세 곳을 추천한다.
특히 ‘하트 커피(heart coffee)’는 영국 ‘GQ’에서 선정한 월드 톱5 커피숍에 이름을 올렸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영국 최고의 에디터들이 포틀랜드 커피를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뽑은 것이다.
커피보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포틀랜드의 밤은 짧게만 느껴질 것이다. 너무 많은 브루어리가 존재하기에 어떤 맥주를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면, 다운타운의 베일리즈 탭룸(Bailey's Taproom)에 들어가면 된다. 포틀랜드와 오리건의 브루어리에서 만든 수제 맥주를 골라 시음할 수 있다.
다이닝 또한 미식의 도시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에 뒤지지 않는다. 포틀랜드에서 시작해 뉴욕까지 접수한 폭폭(pok pok)은 미국 최고의 태국식 레스토랑으로 떠올랐다. 다운타운에서 떨어진 아피자 스콜스(Apizza Scholls) 피자를 먹기 위해 동부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여행자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포틀랜드와 오리건에서 나고 자란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사소해 보이지만 로컬 푸드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것도 특별한 도시 문화를 만드는 비법이다.
학교 때문에, 회사 때문에 당장 포틀랜드로 떠날 수 없더라도 그곳의 로컬 문화를 알아보면 여행을 다녀온 듯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될 것이다.
왜 서울은 포틀랜드처럼 다양한 숍들이 없을까 한탄하지 말기를 바란다. 도시 문화를 꽃피우는 주역은 남다른 취향과 안목, 감각을 가진 소비자들이다. 우리가 먼저 독특한 카페, 원칙을 지키는 레스토랑, 감각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면 서울도 포틀랜드처럼 힙한 도시로 전 세계에 알려질지 모른다.
매력적인 도시 문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도시인들의 몫이다. 세계에서 가장 힙한 도시 포틀랜드를 부러워만 하지 않을 날이 오기를, 그러기 위해 더 많은 보통남자들이 남다른 센스를 장착해야 될 것 같다.
장예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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