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8월 ‘유해물질 생리대 파동’ 이후 생리컵을 비롯한 대용품을 찾거나, ‘약국생리대’, ‘면생리대’ 등 안전한 여성용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의 불안감을 악용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사기 사례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다는 의미로,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이 온라인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은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후원형 펀딩의 경우 목표금액을 달성하면 기업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제품이나 사은품을 발송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이 많다.
8월 생리대 논란 이후 여성들은 생리대 대용품인 생리컵, 탐폰 등에 눈을 돌렸다.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생리컵에 대해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제작 및 판매를 지원하기도 했다.
최근 ‘안전한 생리대’를 강조한 스타트업 기업 A 사가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들에게 생리대 제공을 약속한 뒤 배송을 하지 않거나, 펀딩 후원 전인 3월에 제조된 재고상품을 판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위터에서 최초 시작된 문제제기는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됐으며, 이후 “접착제 부분이 불량해 속옷을 버렸다” “배송지연에 회사가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경험담도 등장해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 펀딩에는 4300여 명의 후원자가 총 1억 5300만여 원을 후원했다.
한 후원자는 “여성의 건강을 위한다는 문구가 많았고, 생리대 안전을 강조해 신뢰하고 후원했다. 그러나 받은 제품은 3월에 생산된, 생리대 파동 전 만들어진 제품이었다”며 “신뢰를 갖고 후원했는데 실망스럽다. 회사에 문의했으나 답변조차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후원자 또한 “크라우드 펀딩은 모금 후 생산해 제품을 발송하는 것이 맞는데, 이 회사는 예전에 만들어 놓은 제품을 재고떨이했다”며 “다수 후원자가 물건을 못 받았다. 이를 문의하자 ‘생산이 늦어져 배송이 지연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제조일자를 보면 그 또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 프로젝트의 홍보 게시물을 살펴보면, A 사는 펀딩 목적에 대해 ‘믿고 쓸 생리대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여성들이 불안함과 의문을 제기하는 이때, 믿을 수 있는 정말로 좋은 생리대를 알리고 일정 이상의 소비층을 형성해 생리대 단가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을 뿐, 제조일자나 생산일정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A 사 이 아무개 대표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오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배송이 지연된 것은 생리대 제작이 아닌 후원자에 대한 리워드 제품 등 기타 부자재 생산 기간에 따른 것이며, 후원자가 예상보다 많아 배송 시스템 및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후원자분들께서 제조일자에 대해 오해하신 것 같다. 재고를 판매해 소비자를 기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좋은 취지로 생산한 제품이 맞고, 제품에도 하자가 없다”며 “다만 텀블벅 측에서 크라우드 펀딩 시 쇼핑몰처럼 제품 판매를 해서는 안 된다고 알렸고, 이에 좋은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후원자분들께 리워드 혜택을 드리는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생산해둔 제품에 리워드를 제작해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조일자 논란에 대해서도 “3월 제작된 제품은 생리대의 유통기한 3년에도 전혀 못 미치기는 기간이므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은 저희 책임이다. 프로젝트 모금 진행 전 또는 이후 생산한 제품이라 명시하거나 알린 적도 없다. 이전에도 두 차례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고, 생리대 특성상 소량 생산해 소량 판매할 수 없기에 초기 생산한 물량을 소진했다”고 전했다.
A 사가 후원자들에게 새로 생산한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 등의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A 사와 달리 최근 후원금을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거나, 제품이나 리워드를 발송하지 않거나, 약속과 상이한 리워드를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기’ 피해가 빈번해 플랫폼 운영자 및 후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논란에서 온라인 펀딩 플랫폼 운영자 텀블벅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텀블벅 측은 “이번 A사 생리대 논란은 예상치 못한 케이스다. 보통의 경우 리워드가 완성되어 있는 프로젝트는 ‘탄탄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한다. 프로젝트가 무산돼 후원자에게 리워드가 전달되지 못할 위험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례는 ‘생리대 사태’ 이후 민감한 부분을 체크하지 못해 논란이 발생했다. 처음 겪는 케이스라 A 사와 연락하며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크라우드 펀딩 사기’라 불리는 사례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후원자들에게 리워드 전달에 실패하는 경우다. 크라우드 펀딩의 구조적 특성상 이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 운영자로서 진행 전 모든 프로젝트를 검토조사 하고 있다. 대부분의 펀딩이 도움이 필요한 첫 창업자들에 의해 이뤄지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창작자들에게 컨설팅과 조언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텀블벅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 사기’는 1년에 2, 3건 후원금 100만 원 안팎 정도의 규모로 적게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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