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 가서 1년에 200권 넘게 책을 읽는다고 하면 어떤 장르의 책을 주로 읽느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읽습니다. SF나 인문교양서 등 특정 주제에 한정해서 읽는다면 많이 읽을 수가 없어요. 닥치는 대로 읽습니다.
책을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책날개를 펼쳐 저자 소개를 읽었을 때, 저자의 삶이 흥미로워야합니다. ‘아, 나도 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 책을 읽습니다. 최근에 제가 꽂힌 저자가 한 사람 있어요. ‘춘추전국이야기 1~11’ 시리즈를 완간한 공원국입니다. 저자 소개를 읽고 반했어요.
지금은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의 목축 지대에서 생활하며 현장조사를 수행 중이라는데요, 목동들 옆에서 텐트를 치고 살면서 낮에는 건초를 나르고 밤에는 글을 씁니다.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중인 ‘공원국의 유목일기’도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공부를 위해 여행하는 탐험가’라니, 정말 부러운 삶입니다. 언젠가 퇴직하면 저도 방랑자가 되어 세상을 유유히 떠돌면서 여행에서 길어 올린 생각을 글로 엮어내고 싶네요.
부럽기로 치자면 ‘춘추전국이야기’ 1편의 주인공인 관중도 못지않지요. 어려서 가난했던 관중은, 장사를 하면 망하고 세 번 출사하면 세 번 다 쫓겨나고 세 번 싸우면 세 번 다 도망갑니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꿋꿋이 버티던 관중은 친구 포숙의 도움으로 제나라의 재상이 되고 부국강병의 길을 열어 제환공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로 만듭니다.
그 자신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었기에 관중은 백성의 어려움에 공감할 줄 압니다. 제후들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물자를 독점할 때, 관중은 백성을 잘 살게 해주는 게 정치의 기본이라 말합니다. 관중은 중국 역사 최초의 경제학자로서, 그가 만든 국가 생산 및 동원 체제가 중국 문명의 기틀을 닦습니다.
관중이 중시하는 것은 농사인데요, 특히 ‘사람 농사’에 주목합니다. 관리들에게 인재 천거가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말하면서 인재의 기준을 세웁니다. 도덕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우선이고, 다음으로 용맹한 사람이라 말합니다. 순서를 흔들지는 않아요.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도덕성이라는 거지요. ‘어리석은 군주는 좋은 신하를 쓰지 않고, 사악한 신하는 총애를 빙자하여 권력을 팔아먹는다.’ 사람을 쓰는 관중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주가 살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덕이 그 사람의 지위와 맞는지 살피는 것이다. 둘은 공이 녹봉과 맞는지 살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능력이 그 자리에 맞는지 살펴야 한다(‘춘추전국이야기 1’ 춘추의 설계자, 관중 247쪽).
평화로운 나날보다 싸움의 시기를 관통하며, 사람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다고 믿습니다.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쟁의 시대, 춘추전국시대는 인간의 다양한 본색을 드러낸 인생 대백과 사전입니다. 부강한 나라,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 제자백가의 철학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웁니다. 춘추전국시대 500년의 역사에서 작가가 찾은 교훈은 무엇일까요?
“역사도 길고 인생도 길다. 90세까지 사는 시대가 됐는데 괴롭더라도 편안하게 보고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작가의 말에서 희망을 얻습니다. 나이 50에 아직도 꿈을 꿉니다. 퇴직 후 세계를 여행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일과 공부와 놀이가 하나 되는 삶! ‘춘추전국이야기’, 책에 나오는 인물이나, 책을 쓴 저자나, 하나같이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사람이라 오늘도 독서는 즐겁습니다.
김민식 MBC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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