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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프리즘] 기침 잦은 '슈퍼 코끼리'는 회복할 수 있을까

한국에게 '넥스트 차이나'로서 중요성 커졌지만 경제적 부침 시달려

2017.11.13(Mon) 06:00:00

[비즈한국] 2017년 세계은행 기업환경 평가 보고서가 10월 31일 발표됐다. 지난해 평가대상 190개국 중 130위(우리나라 4위)를 기록하며 기업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인도는 올해 무려 30단계나 뛰어오르며 100위를 기록하는 뜻밖의 쾌거를 달성했다. 

 

모디 인도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인도 국민 모두(Team India)가 합심하여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며 치하했고, 인도 언론들은 앞 다퉈 대서특필하며 장밋빛 경제전망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기침이 잦은 ‘슈퍼 코끼리’ 인도는 경제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초조함과 근심이 늘어가던 인도 정부에게 이번 평가 발표는 사막의 오아시스보다 더 반가운 희소식이었다. 지난해 11월 갑작스레 단행한 화폐개혁 여파로 올 상반기 인도 경제성장률이 6% 미만으로 하락하면서 실물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증폭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폐개혁 여파가 사라지기도 전에 주마다 다르게 부과되던 간접세를 단일화 한 통합부가가치세(GST) 제도가 7월부터 시행되면서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은 나날이 확대되어만 갔다.   

 

심지어 9월 말 모디 정부 고위 관료의 아버지이자 재무장관을 역임한 야스완트 신하(여당 원로)는 인도 주요 일간지 ‘인디아 익스프레스’에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고문을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화폐개혁이 경제적으로 실패한 조치임이 판명 났을 뿐만 아니라, 미숙한 준비로 통합부가가치세가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고용이 창출되기는커녕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이 여당 내부에서 시작된 터라 2019년 총선에서 연임을 기대하고 있는 모디 총리에게 정치적 타격이 가해졌다. 여당 내 치열한 공방이 언론을 통해 한동안 이어지자 야당은 쌍방의 싸움을 부채질하고 나섰다. 동시에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증손자 라훌 간디는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모디 정부는 급기야 지난 10월 24일 응급처방 성격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투자 활성화 및 고용창출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8만km가 넘는 도로 건설에 7조 루피, 부실 자산으로 허덕이는 은행들의 재자본화에 향후 2년 동안 2.1조 루피 등 총 9조 루피(약 1385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번 부양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도로 건설 계획이 그다지 과감하지 않은 데다 복잡한 행정절차 및 원자재 공급 차질 등으로 도로 공사 지연이 잦아 인프라 건설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막대한 부실자산으로 허덕이는 국영은행 재자본화를 위한 2.1조 루피 역시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추산한 필요자금액인 650억 달러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은행의 기업환경 평가 결과에 거는 인도 정부의 기대는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고, 자이틀리 재무장관은 50위 진입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발표 직후 인도 증시 센섹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여러 차례 경신하였는데, 11월 6일에는 33731.19를 기록했다. 센섹스 지수가 올해 들어서만 27% 상승한 것이다. 

 

경기 지표들도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GST 도입 이후 축제기간이 겹치면서 자동차 및 오토바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으며, 8월 산업생산지수(IIP)는 2017년 들어 최고인 4.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출 역시 13개월째 연속 확대되면서 무역적자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GST 도입으로 제조업 PMI(구매자관리지수)는 10월 들어 50.3으로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서비스 PMI는 최근 4개월 내 최고인 51.7을 기록했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물가 상승은 인도중앙은행 목표치 내에 머물고 있다.     

 

인도는 ‘넥스트 차이나’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 오전(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인 메세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양자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고도 높다. 인도의 기업 환경 순위가 30단계나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100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10개 평가분야 중 창업 156위, 건축 인허가 181위, 법적분쟁해결 164위, 통관행정 146위 등 행정절차와 관련된 부분들에서 거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 내부적으로도 세계은행 평가와 현실 간에 괴리가 너무 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소통 부재 및 이행 미진으로 기업들은 정부가 단행한 규제개혁들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2분기 민간기업 및 공기업의 투자 계획 건이 전년 동기 대비 66%나 감소하는 등 민간투자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매년 1000만 명의 신규노동력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공식부문 내 창출된 일자리는 불과 13.5만 개에 불과했다. 2019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고용 창출은 모디 총리의 연임 발목을 잡는 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2014년 출범 당시 약속한 빅뱅식의 개혁 추진 또한 더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에 따르면 난이도가 높은 10개 개혁안 중 모디 정부는 현재까지 2개(통합부가가치세 도입, 파산법 개정)만을 성공시켰다. 

 

투자 및 기업 활동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지는 노동법 및 투자수용법 개정은 2019년 총선과 연결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현 정부는 임기 만료 전까지는 대대적인 구조적인 개혁보다 소규모의 행정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중국을 추월하며 인도는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밝은 전망을 가진 국가(Bright Spot)로 떠올랐다. 더욱이 올 상반기 사드 위기 이후 인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지난 10월 16일 주인도 한국대사관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넥스트 차이나’로서 인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기침이 잦은 인도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설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 

박소연 국제학 박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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