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집안에 여자가 둘이나 있는데,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서야 되겠니? 어멈이 한국의 생활 방식을 좀 빨리 배우면 좋겠구나.”
자는 아내 대신 설거지를 하는 남편이 보인다. 시어머니는 “한국에 시집왔으면 한국 방식을 따르라”며 못마땅해 한다. 국립국어원이 여성 결혼이민자 한국어 교육을 위해 2010년 1월 발간한 책 ‘알콩달콩 한국어’ 내용 일부다. 국립국어원은 “(결혼 이민자 여성이) 한국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알콩달콩 한국어’는 농사일을 하는 주부인 여성 결혼이민자 티엔의 일상생활을 대화로 보여주고, 티엔의 궁금증을 ‘문화이해’ 편에서 답해주는 구성이다. 책은 티엔이 ‘한국 남자들은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느냐’고 질문하면, “술자리를 통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고, 노동의 육체적 피로를 덜 느끼기 때문”이라며 남편의 음주를 이해해보라고 조언한다.
티엔의 남편은 “당신은 주부예요. 주부면 주부답게 옷을 입어야지요”라며 티엔의 복장을 단속하고, 의류제품 세일 때까지 기다린 티엔을 “알뜰하다”며 치켜세우거나, 아이의 조기교육을 위해 “지금부터 계획도 세우고 적금도 들어야”한다고 다그치기도 한다.
가부장적 모습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국 문화라는 이름 아래 교육되고 있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우리도 이 책(알콩달콩 한국어)으로 결혼 이주여성들을 교육했다”며 “가부장적이고 여성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 한국어진흥과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대부분 결혼 이주여성이 농촌으로 가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제작하려고 했다”며 “당시 관점으로 만들어진 거라 지금 와서는 오해의 소지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며 “시대가 바뀌면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올해부터 개정판 연구를 시작해 내년에 낼 계획이다. 결혼 이주여성 분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사는 여성 결혼이민자는 2006년 8만 2828명에서 2016년 12만 8518명으로 10년 새 4만여 명 증가했다. 이 중 베트남 국적이 4만 1803명으로 중국(5만 6930명)에 이어 두 번째다. 경인 지역 거주자가 7만 8585명으로 가장 많고, 호남 지역이 3만 3101명으로 그다음이다.
박현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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