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페이커가 울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그 자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마이클 조던, ESPN이 불사 대마왕이라고 불렀던 그가 울었다.
얼마 전 중국 4만 관중 앞에서 치러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페이커의 SKT T1은 삼성 갤럭시에게 0:3으로 완패했다. 2016년 롤드컵 결승전에서 SKT T1에게 막혀 준우승에 그친 삼성 갤럭시는 1년 만의 설욕에 성공했다. 직전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팀이 복수에 성공하며 우승하는 이야기는 너무 현실성이 떨어져 소년 만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삼성 갤럭시가 해냈다.
스타크래프트1에서도 준우승자가 이어진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몽상가라 불린 강민이다. 당시 강민은 MSL을 재패한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미남군단이라 불리었던 SUMA GO의 에이스였고 MSL 우승자 출신인 강민을 막은 건 박용욱이었다.
1:3으로 완패한 강민은 MYCUBE배 스타리그 결승전 이후 인터뷰에서 “오늘의 패배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어진 NHN 한게임배 스타리그에서 전태규에게 완승을 거두었다. 강민은 첫 진출에 우승을 거두는 로열로더 등극에 실패했지만, 프로토스 최초로 스타리그 2회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저그가 테란을 꺾고 우승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홍진호는 임요환과 최연성에게 막혔고 조용호는 이윤열에게 막혔다. 박경락은 4강이 한계였다. 근데, 박성준이 해냈다. 질레트 스타리그에서 박정석을 꺾고 우승한 박성준은 IOPS배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이윤열에게 가로막혔다. 최초로 테란을 꺾고 우승한 저그라는 금자탑이 슬럼프에서 부활한 이윤열에게 무너졌다.
하지만 박성준은 멈추지 않았다. 박성준은 뒤이어 치러진 EVER 스타리그 2005에서 이병민과 5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뮤탈리스크 컨트롤의 극을 보여주며 사상 처음으로 테란을 꺾고 우승한 저그가 됐다. 최초로 테란을 꺾고 우승한 저그 박성준은 이후 골든 마우스를 쟁취한 최초의 저그가 됐다.
스타크래프트의 신이라 불리던 이영호에게도 절치부심의 시절이 있었다.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치러진 2010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1에서 이영호는 5전제까지 가는 접전 끝에 2:3으로 김정우에게 석패했다. 3회 우승을 거두며 골든 마우스를 얻으리라 예상한 결승전에서 이영호는 김정우가 쓰는 드라마의 제물이 됐다.
절치부심한 이영호는 이어 치러진 2010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 결승에 진출해 폭군 이제동과 붙었다. 상해의 명물인 동방명주에서 치러진 결승에서 이영호는 이제동을 3:1로 꺾고 골든 마우스를 획득했다.
엄재경 해설위원은 온게임넷의 예능 프로그램 ‘스타 뒷담화’에서 “성공하는 프로게이머는 준우승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준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부득부득 갈며 눈빛을 불태우는 게이머야말로 정상에 이른다는 것이다. 강민은 준우승을 거둔 뒤 패배를 잊지 않겠다고 인터뷰한 이후 우승에 성공했다. 임요환은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약점이던 프로토스전을 극복하며 결승에 올랐다.
삼성 갤럭시는 세계 2등에서 멈추지 않고 1등을 향해 독주했다. 모두가 가슴 아파한 페이커의 눈물은 그를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르게 해주는 발구름판이 되어 줄 것이다. 전설은 죽지 않고 페이커는 멈추지 않는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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