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카드 바로 해지했다. 상담원이 해지사유를 물어보길래 ‘성폭행 이슈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대카드 자르고 왔다. 불매운동 시작한다.” “불매리스트에 추가했다. 이런 회사의 카드를 썼다니 화가 난다.”
현대카드가 최근 불거진 사내 성폭행 미흡 대처 논란으로 지탄을 맞고 있다. 더불어 정태영 부회장이 SNS상에서 공개한 ‘성중립 화장실’과 과거 발언까지 재조명되며 사용자들의 탈퇴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대카드 사내 성폭행 의혹은 지난 4일 자신을 위촉계약사원이라고 밝힌 A 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게재하며 알려졌다. A 씨는 자신이 유부남 팀장 B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이후 퇴사하려 했지만 센터장이 사직서를 찢는 등 퇴사를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글을 게재한 이후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게시글에 팀장 B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댓글을 남기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B 씨는 “이미 경찰에서 종합적 조사를 마치고 지난달 26일 검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무고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해 사건 진행 중이다. 성급하고 감정적으로 쉽게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명 가구업체 한샘에서 발생한 성폭행 논란 직후 사내 성폭행 의혹이 알려지자 현대카드에 대한 누리꾼의 비난이 빗발쳤다.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일각에서는 불매운동까지 시작됐다.
현대카드는 지난 7일 “성폭력 등 직장 안전문제에 단호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사건에 대한 자체 및 외부 감사와 검경의 조사가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 말미에는 “사내 케이스의 자세한 내용을 대외적으로 밝히며 갑론을박 하는 것은 저희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당사가 직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예단은 매우 유감이다”라고 전했다.
현대카드의 입장을 접한 누리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카드가 단호한 어조로 입장을 밝힌 것이 거만한 태도로 읽힐 수 있다는 것. 이전에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내한 콘서트 등으로 논란을 빚었을 당시의 현대카드 입장과 비교해 봤을 때 공손한 어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현대카드는 8일 새로운 입장문을 게재했다. 새 입장문에서 현대카드는 “당사 관련 논란으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어제 이와 관련한 입장을 짧게 알렸다. 해당 일은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이전의 사과문을 언급했다.
이어 “당사가 말을 아끼는 것이 또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 상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라며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밝혔다. 더불어 사건을 ‘남녀 간 프라이버시’로 판단했던 이유를 사측 입장에서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카드 측이 이틀에 걸쳐 두 차례의 입장문을 내놓으며 이미지 타격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불똥은 다른 곳으로도 번졌다. 정 회장이 연구 중이라고 밝힌 ‘성중립 화장실’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
정 부회장은 지난 3일 개인 SNS를 통해 “현대카드 본사의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개조하기 위해 2년째 디자인을 연구해 완성단계다. 2년 전 처음 검토를 시작했을 때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요즘 유럽과 미국에서는 보수적인 회사들조차 앞 다퉈 남녀공용으로 바꾸고 있다. LGBT(성소수자) 이슈가 강한 이유도 있겠지만 트렌드가 그런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언급대로 애초 현대카드의 성중립 화장실은 성소수자 이슈를 상징하는 시도로 현대카드의 디자인 혁신과 궤를 같이했으나, 최근 불거진 사내 성폭행 의혹이 확산되며 부정적 이미지를 심게 됐다. 앞서 한샘에서 불거진 ‘몰카 범죄’와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등과 연결되며 “성중립화장실이라기 보다는 남녀공용 화장실이다”, “피해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SNS상에서는 정 부회장의 과거 발언까지 재조명됐다. 한 누리꾼은 과거 정 부회장의 발언을 캡처해 게재하며 “사장(정태영 부회장을 뜻함)부터 이런 마인드인데 이번 사건 처벌이나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2012년 12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식당이나 카페에서의 카드사용통계를 보면 여성회원의 사용이 더 많은 장소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남성의 지불이 압도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불쌍한 남자들,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건가”라고 언급했다. 이 논란에 “가벼운 농담 했다가 OECD 통계까지 나오는 격론 속에 현카는 여성 민심 잃고 있습니다. 난 여성 편입니다”라고 답해 여성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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