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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궁금해?' KT&G 전자담배 '릴' 끽연기

캡슐 방식으로 차별화 시도…필립모리스 "특허침해 법적 검토할 것"

2017.11.07(Tue) 15:15:06

[비즈한국] 속이 메스껍다. 아무리 기사 작성이 목적이라고 해도 연거푸 담배를 5대나 피웠으니 당연한 생리현상이다. KT&G가 새롭게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릴(Liil)’을 직접 시연해봤다.

 

‘릴’은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첫 제품이다. 기존에 출시된 경쟁제품인 필립모리스사의 ‘아이코스’와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의 ‘글로’의 장점만을 고루 취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전용 담배 ‘핏(Fiit)’도 함께 선보였다. 맛은 ‘체인지’와 ‘체인지업’ 두 가지. 모양이나 크기가 아이코스와 대단히 흡사하다. 실제로 ‘핏’을 아이코스에 사용하거나, 아이코스 전용담배 ‘히츠’를 릴에 사용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양쪽 모두 권장하지 않는 부분이지만, 왠지 글로 사용자만 ‘왕따’가 된 느낌이다.

 

KT&G 궐련형 전자담배 ‘릴’​과 전용담배 ‘핏’.​ 사진=봉성창 기자

 

릴의 공식 소비자가격은 9만 5000원. 성인인증 후 할인코드를 받으면 6만 8000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공식 출시일은 오는 11월 20일이며 13일부터 서울 내 GS25 전 점포에서 사전 예약을 받는다.

 

# ‘릴’ 연속 흡연 가능…담배 제거 시 재 남아 불편

 

먼저 본체인 릴을 자세히 살펴봤다. 길이는 아이코스와 비슷하지만 글로처럼 슬림한 모양이 눈길을 끈다. 무게도 90g밖에 나가지 않아 휴대가 간편하다. 아이코스가 본체와 히트스틱을 포함해 120g, 글로가 100g인 것과 비교하면 좀 더 가벼운 편이다.

 

흡연 방식은 글로처럼 본체에 직접 담배를 꽂아서 흡입하는 형태다. 본체가 슬림하고 무게가 가벼운 만큼 그립감은 나쁘지 않다. 청소를 위해 상단부와 하단부가 분리되지만 담배를 필 때는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다. 글로처럼 담배를 꽂는 구멍의 덮개를 옆으로 밀어서 사용이 가능하다.

 

KT&G 릴 개봉 모습. 본체를 비롯해 충전기와 케이블, 클리닝 키트로 구성돼 있다. 사진=봉성창 기자

 

가열은 아이코스처럼 담배 내부에 가열체를 꽂아서 내부에서 히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필립모리스에서는 ‘히팅 블레이드’라고 하는데, 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아이코스의 가열체는 얇고 가는 반면, 릴은 마치 송곳처럼 생겼다. 특허 이슈에 대해 KT&G에 문의 결과 “모양이 다르다”​는 모호한 답변만 받았다.

 

흡연 횟수에도 차이가 있다. 아이코스는 흡연자가 담배를 빠는 횟수를 센서가 감지한다. 일정 횟수가 넘어가면 진동이 오고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된다. 하지만 릴은 무조건 4분 20초 동안 가열되며, 이 사이에는 횟수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빨 수 있다. 이 부분은 흡연자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을 수 있다. 담배를 많이 피고 싶은 사람에게는 릴이 유리하지만, 적당하게 한 대만 피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이코스가 편리하다.

 

담배를 핀 다음 제거할 때 담배 속 재가 높은 확률로 남는다. KT&G 측은 좌우로 조심스럽게 돌려 빼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사진=봉성창 기자

 

릴의 결정적인 단점은 흡연을 마치고 다 핀 담배를 제거할 때다. 담뱃재 부분이 본체에 그대로 남는다.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담뱃재 부분이 가열체에 달라붙어 생기는 현상이다. KT&G 관계자는 “좌우로 슬그머니 돌려서 빼면 남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아무리 조심스럽게 좌우로 돌려도 재가 남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담뱃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상단부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하다. 반면 아이코스의 경우 스틱 상단부를 밀어서 빼면 담뱃재가 남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KT&G는 릴을 완전 충전하는데 2시간이 걸리며 약 20개피를 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짧은 시연 시간 동안에는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아이코스와 동일하게 충전 어댑터와 케이블 그리고 청소킷, 클리닝 스틱 등을 제공한다. 청소하는 방식 역시 아이코스와 유사하지만, 클리닝 스틱 자체는 아이코스보다 좀 더 두껍게 만들어졌다.

 

# ‘캡슐’로 차별화…아이코스와 바꿔 써본 결과는?

 

릴의 전용 담배 ‘핏’은 ‘체인지’와 ‘체인지업’ 두 종류다. 이름만 봐서는 언뜻 어떤 맛인지 감이오지 않는다. 둘 다 그냥 보통 담배 맛이다. 다만 체인지업이 좀 더 풍미가 있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경쟁제품과의 차별화 요소는 ‘캡슐’이다. 일반 담배에 있는 캡슐 형태를 그대로 가져왔다. 필터에 있는 캡슐을 손가락으로 지긋이 눌러 터트리면 멘솔맛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체인지에서는 캡슐을 터트리면 강한 박하향이 나고, 체인지업은 좀 더 딸기향에 가까운 맛이 난다. 특히 체인지에서 캡슐을 터트리면 아이코스 히츠의 ‘블루’보다 더욱 강렬하다. 자칫 기침이 나올 정도다.

 

핏은 체인지와 체인지업 두 종류로 출시된다. 모두 캡슐을 포함하고 있어 기호에 따라 맛을 달리 피울 수 있다. 사진=봉성창 기자

 

맛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연무량도 아이코스 못지않게 충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타격감도 일정하다. 특히 아이코스에서 나는 특유의 옥수수 찐 향이 체인지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담배 냄새가 덜한 점도 같았다.

 

무엇보다 아이코스 히츠와 길이와 굵기와 길이가 거의 동일하기에 서로 바꿔서 사용이 가능하다. 양사 모두 맛이나 유해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고장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보증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사용해 본 결과는 크게 무리가 없어보였다.

 

KT&G 릴 전용담배 핏(아래)은 아이코스 히츠(위)와 거의 크기와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 사진=봉성창 기자

 

다만 히츠를 릴에 꽂아서 사용했더니 다 피지도 않았는데 연무가 나지 않고 타격감이 확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됐다. 애당초 히츠가 아이코스에 맞춰서 10~12회 연기 흡입만 가능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핏을 아이코스에 장착했을 때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 유해성 관련 모호한 입장 ‘과연 괜찮을까’

 

릴은 기존에 나온 궐련형 전자담배 대비 휴대가 간편하고 연속 흡연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반면 담배 제거가 불편하고, 담배를 빨리 흡연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의 경우 지나치게 흡연을 많이 하게 되는 단점도 있다. 잦은 오작동과 약한 내구성을 지적받는 아이코스나 충분하지 못한 연무량을 가진 글로를 잘 분석한 느낌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급하게 내놓았다는 인상 또한 지울 수 없다.

 

시연 순서에 앞서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릴의 유해성 테스트나 임상실험 결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KT&G 측 책임자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유해성은 일반 담배 대비 상당 부분 저감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임상실험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한 마디로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제품을 서둘러 내놓았다는 이야기다.

 

릴과 아이코스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에 글리세린을 코팅해 가열함으로써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필터 구조나 글리세린 함량 등에 따라 유해성 여부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사진=봉성창 기자

 

내부 가열방식의 특허 문제에 대해서도 모양이 다르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아이코스를 만든 필립모리스 고위관계자는 “릴이 확보되는 대로 본사에 보내 법적 검토를 거칠 예정”이라며 “KT&G 같은 큰 회사가 노골적인 미투 제품을 내놓는 상황에 대해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릴의 제품 기획 및 설계는 KT&G가 했지만 제조 및 생산은 스마트폰 스피커 부품 제조로 유명한 이엠텍이 담당했다.

 

기자들이 유해성 검증 문제는 물론 니코틴 함유량 등 재차 질의를 했지만 KT&G 측은 아직 공식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외부 평가기관이 없어 추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아이코스나 글로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릴이 특별히 더 유해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만에 하나 문제가 불거졌을 때 KT&G가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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