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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산에서 자라는 부추 '산부추'

백합과, 학명 Allium thunbergii

2017.11.07(Tue) 09:44:35

[비즈한국] 입동, 성큼 겨울 문턱에 들어섰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한여름 꽃이 지고 난 후 뜸했던 가을꽃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오더니만 이제는 그마저도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짧은 가을에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흐르는 세월 따라 영욕의 엇갈림이 무상함을 느낀다. 온갖 초목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을 맞아 피어나는 가을꽃들, 가을을 대표하는 가을꽃을 들라치면 대부분 사람이 들국화를 내세운다. 하지만 들국화라는 꽃은 없다. 쑥부쟁이류, 구절초류, 산국류를 통칭하여 가을 들국화라고 부를 뿐이다. 그중에는 초가을이 시작되면서 일찍부터 꽃을 피우는 개쑥부쟁이가 있다. 그러나 들국화의 대표 격인 산국, 구절초 등은 10월이 되어서야 꽃이 피기 시작한다. 

 

온 산에 단풍이 물들어가는 단풍 계절, 산과 들에는 들국화가 다투어 피어난다. 그들 중에는 들국화 아닌 가을꽃들도 적지 않다. 꽃이 대부분 빈약하거나 작아 단풍에 묻히고 말아 지나는 사람의 시선을 끌지 못할 뿐이다. 햇살이 곱게 내리쬐는 산길을 걷다가 곱게 꽃을 피운 산부추를 만났다. 

 

산에서 자라는 부추, 산부추. 꽃 색깔만 다를 뿐, 재배하는 부추와 거의 같은 모양이다. 사진=필자 제공


숲속에 한둘씩 자라는 것이 보통인데 산부추 꽃이 무더기로 풍성하게 피어 있었다. 활짝 핀 산부추 꽃이 유난히도 돋보였다. 꽃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니 마치 밤하늘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놀이 폭죽을 생각나게 했다. 가느다란 꽃대 끝에 여러 개의 꽃이 우산을 펼친 듯 방사형으로 피워 폭죽의 불꽃이 퍼져 나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알차게 익어가는 풍요로운 가을의 결실을 자축하는 것인지? 서리 내리고 눈 오는 겨울의 문턱에서 떠나고 사그라져 가는 한 해의 아쉬움을 폭죽처럼 터뜨리는 것인지? 말 없는 산부추 꽃송이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따라 비치는 모습이 오락가락했다. 아마도 세상사가 다 이러하리라 여기면서 화려한 산부추 꽃송이와 함께 알싸한 향을 맡으며 보냈던 산속의 그때가 새삼 그리워진다. 

 

산부추는 산지나 들에서 자라며 여러해살이풀인데 우리나라 어디서도 잘 자란다. 야생으로 잘 자라며 풍성한 잎과 함께 진한 향기를 품고 있다. 하얗게 꽃을 피우는 부추와 꽃 색깔만 다를 뿐 길쭉한 잎사귀와 뿌리, 비늘줄기 등 모든 것이 채소 작물인 부추와 거의 같은 모양이다. 산부추라는 이름도 산에서 자라는 부추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다. 알싸한 향기와 ​매콤한 맛이 부추와 같다. 오래전부터 민가에서는 산나물로 즐겨 찾는 귀한 식재료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어느 요리 백과에서는 ‘야생에서 자라는 부추로 귀한 채소입니다. 사찰에서도 이용되는 식재료로 일반 나물류처럼 즐겨 먹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찰에서도 이용된다’는 설명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산부추는 맛도 향기도 부추와 같아 오래전부터 민가에서는 산나물로 즐겨먹었다. 사진=필자 제공


사찰에서는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특별히 먹지 못하게 하는 음식이 있다. 마늘·파·부추·달래·흥거의 다섯 가지로,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오신채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들 식물의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음을 흩뜨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흥거는 백합과의 식물로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식물이다. 한국에서는 흥거 대신 양파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산부추 또한 부추보다도 더 향이 강하고 진하기 때문에 사찰에서는 결코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산부추의 뿌리라 여기는 비늘줄기는 파처럼 생겼다. 길쭉한 타원형으로 마른 잎집에 싸이며, 외피는 잿빛을 띤 흰색이고 두껍다. 잎은 2~6개가 비스듬히 서고 둔한 삼각형이며 꽃은 붉은 자줏빛이다. 가느다란 꽃자루 끝에 여러 송이가 우산 모양의 방사형으로 달린다. 화피갈래조각은 끝이 둥글며 꽃밥은 자줏빛이고 암술머리가 수술보다 길어 밖으로 튀어나온다. 

 

비늘줄기와 어린순은 인기 있는 산나물이다. 산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소화를 도와 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동맥경화나 심장질환인 협심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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