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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현자타임] 저널리즘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한국 재난보도 참담한 수준…저널리즘은 사회를 위할 때 빛난다

2017.11.04(Sat) 09:00:00

[비즈한국] 내 전공은 미디어다. 이 전공은 타 학교에서 언론홍보영상학부, 언론학과, 신문방송학과로도 불린다. 요지는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전공이란 뜻이다. 미디어학개론과 저널리즘 수업 첫 시간을 기억한다. 언론이 사회를 위해 수행해야 하는 기능과 의무를 배웠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을 위해 복무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한국의 신문은 특종으로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했고, 기업의 비리를 파헤쳤다. 그렇다면 오늘의 신문은 어떻게 구난에 기여하고 있을까?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영상 캡처


추석을 맞이한 10월 첫째 주, 미국에서 총기난사가 터졌다. 은퇴한 회계사가 저지른 묻지마 범죄였다. 부상자를 포함해 6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낳은 끔찍한 사건이었다. 트럼프는 사건이 발발한 직후 유감을 표명했고 시민들은 뛰쳐나와 미국총기협회와 그들의 로비를 받은 국회의원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찍한 총기난사 앞에 미국 언론은 무엇을 했을까. 그들은 침착하게 사건의 현황을 밝혔고 시민이 피해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했다. 나우디스뉴스와 워싱턴포스트, 그리고 바이스는 성금을 보낼 수 있는 기부단체를 알려주고 부상자를 위한 헌혈을 독려했다. 

 

선정적인 보도도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피 흘리고 있는 부상자의 사진이 아니라 서로 위로하고 있는 시민의 사진을 넣었다. 비비시(BBC)는 총기 난사와 관련해 알려진 사실을 건조하게 적시하고 앞으로 밝혀져야 하는 것을 제시했다. 미국의 뉴스 스타트업 복스(Vox)는 신속하게 관련 기사를 시간대 순으로 모아 섹션으로 정리했다. 사실 제공을 넘어 맥락을 보여주려는 목적이다. 

 

범인은 사건 발생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총기를 난사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이 밝히지 못한 진실을 언론이 알 리가 없다. 경찰이 예방하지 못한 범죄를 언론이 막을 도리는 없다. 하지만, 언론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시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성금과 후원, 그리고 헌혈을 장려할 수도 있다. 

 

한국의 재난 보도는 참담한 수준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날, MBC는 희생자의 사망보험금을 보도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은 2014년 5월 초, 실종자 유가족이 민간 잠수부가 사망하게끔 떠밀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피해자에게 이적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음모론을 퍼뜨렸다.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고 사회의 상처를 꿰매는 보도가 아니라 찢고 곪게 만드는 보도였다. 

 

저널리즘은 사회를 위할 때 빛난다. 올바른 정보를 주고 맥락을 보여줄 때 빛난다. 사건에 대한 경주마식 보도와 전문가 인터뷰 한두 문장은 저널리즘의 빛을 바래게 한다. 독자는 사건에 대한 가십과 단순 사실 나열식 속보를 바라지 않는다. 피해자를 돕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제를 고치기 위해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미디어가 더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선 사실 나열과 전문가 인터뷰를 넘어 행동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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