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 9조 9000억 원, SK하이닉스 3조 7372억 원….’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반도체 회사 모두 3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글로벌 6대 완성차 회사인 현대자동차가 같은 기간 거둔 1조 2042억 원보다도 3~8배나 많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더한 전 사업부 영업이익은 14조 5300억 원에 달한다. 연간 영업이익이 55조 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반도체가 내장된 스마트 디바이스 공급이 증가하는 한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클라우드컴퓨팅 등 대거 서버 증설에 나서면서 반도체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지금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언제 막을 내릴지 시점을 두고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KES) 2017’에 참석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확실한데 하반기는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수요는 현재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공급이 늘어날 수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17일(현지시각) 샌지브 라나 CLSA IT 애널리스트가 “지난해 2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상승 사이클은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하회’로 하향 조정했다.
현재는 빅데이터·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과 관련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D램 공급자가 가격을 이끌어나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1년 6개월 이상 반도체 공급이 꾸준하게 이뤄졌고,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 반도체공장에 D램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밝혀 반도체 가격에 하락압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지난 2~3년 전부터 반도체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내년부터 푸젠 칭화 퍼헤이 YMTC 등 업체를 중심으로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 저가의 중국산 반도체 공급이 늘어날 경우 가격은 크게 꺾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삼성증권은 내년 중반 이후 반도체 시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고, 영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IHS마킷 역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내년에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HS마킷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내년 741억 달러(약 83조 원)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623억 달러, 2020년 577억 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은 반도체 제조 기술에 있어 아직 공정의 미세화·체계화에서 한 발 뒤처져 있어 수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중국이 시장의 신뢰를 살 수 있을 만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공급과잉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되레 한국산 반도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포브스’도 “요즘 출시되는 게임과 가상현실 프로그램은 고성능 하드웨어를 요구하기 때문에 처리·저장 능력의 향상이 필요하다”며 “고성능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반도체 수요는 견조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지난 10월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는 머신러닝과 AI 등 고용량화 추세로 수요는 전반적으로 타이트할 것”이라고 내년 반도체 시장을 전망했다.
반도체 호황이 시작되면 3~4년은 지속되는 전례에서 앞으로 시장을 내다보는 관점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아직은 초기 단계며, 울트라 슈퍼사이클로 접어드는 초입”이라며 “반도체 시장의 과거 주기를 봤을 때 2020년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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