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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돌려받을 수 있을지…" P2P 연체율 급증 '폭탄돌리기' 주의보

돌려막기식 상품 구성, 고위험 부동산PF대출…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2017.10.27(Fri) 17:22:52

[비즈한국] 누적 대출 규모 1조 4000억 원을 넘어서며 급성장 중인 국내 P2P(개인간거래)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부 업체의 연체율이 급격하게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이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P2P 전체 대출은 부동산담보대출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에 집중돼 있는데, 최근 정부 부동산 대책과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실 위험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지인으로부터 부동산PF P2P 대출 상품을 소개 받았다. 연 20%에 가까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던 그는 총 5개 상품에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업체의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한 상품을 제외하고 수익은 물론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연체금만 3000만 원이 넘는다. 지금으로선 원금이라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P2P금융은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개인 간 직접적인 금융거래를 말한다. 기업이나 개인이 P2P 업체에 대출을 신청하면, 업체들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빌려주고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한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P2P금융협회가 6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누적 대출액 1조 4739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 국내 도입 2년 만이다. 대부분의 P2P 업체들이 연 10~20% 고수익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나 개인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돈을 빌리는 쪽은 쉽고, 일부 대부업체보다 싼 이자로 빌릴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이유다.

 

문제는 최근 들어 P2P 연체율과 부실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10위권의 한 업체는 지난 8월 말까지 0%였던 연체율이 한 달 만인 9월 49%까지 치솟았고, 10월 20일엔 77.2%까지 올라갔다. 앞서의 A 씨가 투자한 업체는 누적 대출액이 800억 원에 육박하는데, 연체율과 부실률의 합이 16%가 넘고 스마트펀딩은 21%에 달한다.

 

직장인 A 씨가 투자한 상품 일부. 모두 부동산PF 상품으로, 상환일이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연체 중이다.


P2P 업계에선 전체 업체 가운데 일부의 문제이며, 지난 5월 말 개인 투자자가 한 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연 1000만 원으로 제한한 금융당국의 P2P 대출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 투자자가 급감, 새 투자자가 나오지 않게 되자 연체가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연체율이 높은 일부 업체들도 투자자들에게 공지 등을 통해 “연말까지는 충분히 모든 대출을 상환할 수 있으며, 연체 이자는 밀리지 않고 지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 P2P 업계 투자 구조를 보면, 일부 업체의 일시적인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대출 상품 가운데 일종의 돌려막기 식 상품이 적지 않아 사실상 위험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개인이나 기업이 P2P업체에 6개월 후 상환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신청했는데, 업체가 투자 상품을 1~3개월로 쪼개 단기 상품을 구성하는 식이다. 대출을 신청한 개인이나 기업은 1~3개월씩 짧게 빌려도 업체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아 대환하는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방식의 상품은 투자가 원활이 이어지면 큰 문제가 없을 수는 있어도, 투자 금액 1000만 원 제한 가이드라인 등 돌발 변수가 나타나면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P2P 대출 상품의 대부분이 부동산 관련, 특히 부동산PF대출에 집중된 점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54개 회원사의 누적대출액은 1조 3291억 원. 이 가운데 부동산담보대출이 3007억 원, 부동산PF대출이 4469억 원이다. 부동산 대출이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56%)이다. 

 

부동산PF​ 대출 증가속도도 가파르다.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8월까지 부동산PF 대출액은 174% 증가했다. 전체 대출액 중 부동산PF 대출의 비중은 8월 말 기준 33.6%다. 투자수익률은 18%로, 개인신용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보다 높아 인기는 지금도 식지 않고 있다.

 

부동산PF는 개발사업자가 주택,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을 투자자들로부터 받고, 분양 이후 나오는 수익 중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형태다. 현재 P2P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토지를 사들인 다음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할 때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부실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부동산PF 비중이 50% 이상인 업체 14개의 평균 부실률은 1.69%로 다른 업체(0.46%)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높다. 이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특성상 사업구조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여러 갈래로 얽혀 있으며, 담보물이 실물이 아닌 부동산 준공 후의 가치 즉, 미래 가치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이 중간에 멈추거나, 문제없이 완공 되더라도 분양이 안 되고 부동산 경기가 안정되지 않으면 이자는 물론 원금 회수도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2P에 투자한 돈은 원금 보장이 안 된다. 중간에 투자금 회수도 불가능하다. 만약 돈을 빌려간 사람이 갚지 않으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며 “그 중에서도 부동산PF 상품이 가장 위험도가 높다. 이 상품을 이용하는 개인이나 업체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에서도 대출 승인이 거부된 예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P2P업계 평균 연체율은 2~3%대로, 최근 업계에선 일부 중소업체의 문제로 보고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상환기간이 남은 투자상품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이 상품들의 상환 기간이 돌아오면 평균 연체율도 급격히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원이 들어오고 문제가 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 중이다. 투자금 모집을 두고 벌이는 업체 간 경쟁도 감시 대상”이라면서 “P2P는 고위험 상품이다. 투자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늘 고려해야 한다. P2P업체는 물론 대출자 정보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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