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군사·안보 싱크탱크 중 하나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박사는 권위 있는 북한 전문가다. 수십 년간 쌓아온 그의 북한에 대한 연구는 주로 군사전략, 그러니까 북한이 어떻게 왜 전쟁을 일으키고, 어떤 식으로 도발을 할 것이며,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런 그가 지난 16일 서울의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공군 주최로 개최된 제20회 국제항공우주심포지엄에서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억제전략’이라는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계속된 핵무기와 미사일 도발에 대한 원인과 전망은 물론, 이것을 막기 위해 한미동맹은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제시했다.
한미동맹은 브루스 베넷이 제안한 군사옵션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까? 그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적어도 그의 영향력을 감한할 때 그가 북핵 대응을 위한 행동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의미가 갖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브루스 베넷 박사는 우선 한반도 전투공간에서 핵무기가 단 1발이라도 사용되면 대한민국이 파멸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비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핵실험 빈도가 점점 잦아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억제의 기본 개념에 입각하여 대응해야 한다. 요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면 얻을 수 있는 행위의 혜택보다 북한이 치러야 할 행위의 비용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행동만이 북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억제할 수 있을까. 브루스 베넷 박사는 전면전을 제외한 해결 방법들은 크게 비군사적인 해결법과 군사적인 해결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비군사적 옵션으로는 경제제재와 협상을 제시했는데, 그 중 협상은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서 북한의 핵 위협을 이겨내고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북한의 대규모 전면전 도발이나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해서 핵무기를 인정하고 북한의 도발이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비군사적 옵션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 정권에 피해를 끼치는 것인데, 북한의 주요 주민들이 정권을 버리고 북한을 탈출하도록 전면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제안했다. 각 군과 당에서 중간관리자 급인 북한사람이 탈북을 하면 100만 달러, 고위급 인사가 탈북을 하면 2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지원하고, 김정은이 고위급 정치인과 군인들을 숙청하도록 유도하여 체제 불안을 야기하자는 것이다.
전면전이 아닌 군사작전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자는 내용 역시 매우 흥미롭다. 브루스 베넷 박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시 동해에 이지스함을 배치, 북한이 발사시험하는 미사일을 요격해서 떨어트리는 것.
무인항공기에 USB 메모리를 탑재한 다음 북한 영공으로 침투하여, 북한의 엘리트 주민의 거주 지역에 뿌려 북한 주민들의 여론을 변화시키고, 이런 정보로는 김정은의 어머니가 재일교포라는 소문을 내게 만들어 북한 주민들을 동요시키거나, 한국의 우수한 연구시설과 학교에서 학자들이 근무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 들어가 있다.
좀 더 적극적인 군사옵션은 다소 기상천외한 측면이 있다. 북한 주민을 구호하고 도와주기 위한 인도주의 작전을 해병대와 공군이 연습하여 북한군을 긴장시키고, 북한 영공 밖에서 정찰기를 투입한 공개적인 북한 정찰 작전을 대량의 호위 전투기와 함께 수행하고,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서해안에서 발사, 북한 영공을 가로질러 동해안에서 폭발시키는 훈련까지 제안하고 있다.
브루스 베넷의 이런 주장들은 대단히 흥미롭고, 다소 허무맹랑하게 보이는 점도 없지 않다. 실제로 이런 행동들은 가능할까. 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북한이 한미동맹을 향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 할 경우 위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실패의 위험성도 상당해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시 이지스함으로 요격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한다. 북한의 영공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장점이 있지만, 만약 요격을 시도하다가 실패했을 경우 가지는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BMD(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미국의 BMD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도입 예정중인 한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쓰고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BMD는 실전과 같은 테스트와 지속적인 성능개량으로 과거의 BMD보다 요격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무인항공기로 USB를 북한의 엘리트 거주지역에 뿌리거나, 탈북을 하면 거금을 준다는 방법으로 북한 정권을 과연 흔들고 여론을 동요시킬 수 있을지 의문점이 드는 게 사실이다. 북한의 중산층, 특히 평양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경제적 이익과 혜택을 가장 크게 받아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이 적은 편이다.
20년 전 ‘고난의 행군’ 때 굶주리다가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남한 중산층을 부러워할지, 아니면 자신이 획득한 재산과 혜택에 애착을 가지고,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면 자신들이 가진 지위가 무너질 것을 걱정할지 예단할 수 없다.
북한 구호를 위한 인도주의적 작전 훈련은 결국 유사시 북한이 무정부 상태가 되었을 때 북한 영토에서 시민들을 구호하고 치안을 보호한다는 훈련인데, 이는 인도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전투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는 올바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전쟁 시 북한군의 방어선을 뚫고 적진에 진입하는 강습상륙작전이 아닌, 적의 저항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 벌어지는 행정상륙작전을 연습하는 이런 인도주의적 작전 훈련은 결국 실제로 벌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백두산 화산폭발과 같은 대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북한 정부가 지방이나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반면 공중작전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효한 압박수단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령 정찰기기와 호위 기체를 북한 영공 근처에서 정찰 비행을 실시할 경우, 적어도 국제법상에서 공해상의 영공은 항행의 자유가 있고, 북한 핵과 미사일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책으로, 공격은 하지 않되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겠다는 태도는 북한에게 온정적 태도를 보이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하기 쉽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도 자주 공해상에서 항공기를 투입한 정찰작전을 실시했으며, 특히 중국의 경우 센카쿠 열도 지역 근처에서 정보수집 항공기와 호위기체를 투입하여 정찰비행에 나선 바 있다.
공해상에서의 이런 비행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이미 B-1B 폭격기의 동해 비행에서 증명됐다. 단발성 작전이 아닌 정기적인 정찰비행에 나서는 것은 실제로 북한지역의 핵과 미사일 정보를 아는데 도움이 되면서도, 북한에게 강한 압박의 의사표시가 될 수 있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서해에서 발사해 동해안에서 폭파시킨다는 계획은 명백한 권리국의 영공침공이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항의를 받을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대단한 압박을 주어 북한을 긴장시키거나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
순항미사일을 서해에서 동해안으로 횡단하기 위해서는 북한 지역의 정밀한 전자 지도는 물론, 북한 방공망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북한의 미사일과 대공포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경로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공습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기 위한 압박은 그들이 핵을 가지게 되어 얻는 이득을 없애고, 핵을 포기했을 때 얻는 이득이 크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에 가깝다. 북한의 핵무기가 쉽게 불능화시킬 수 있는 것을 인지하면서, 북한이 한미연합군에게 느끼는 군사위협을 줄이기 위해 핵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대단히 어렵고 엉뚱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리 있는 브루스 베넷의 해법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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