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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에 '친환경' LNG 발전 고사 위기?

'경제급전'에 LNG 후순위라 가동률 떨어지는데 발전소는 추가

2017.10.26(Thu) 23:44:51

[비즈한국] “발전소만 많이 짓는 게 무슨 소용이냐. 가동률이 바닥인데….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신뢰가 안 간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관계자의 말이다.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역설적으로 친환경 발전 관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져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정책에 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책 방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노동당을 비롯한 탈핵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반대 및 신규 핵발전소 건설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석탄 발전소의 가동을 단계적으로 중단해 풍력·태양광 등 현재 4%인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030년 2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원자력·석탄 발전량 감소에 따른 전력 공백은 LNG 발전소를 더 지어 채운다는 계획이다. 현재 원자력·석탄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70%, LNG 발전 비중은 20% 수준이다.

 

그러나 LNG 발전의 현재 가동률은 3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365일 중 240일 가까이 가동이 안 된다는 뜻이다. 현재도 LNG 발전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실정에서 LNG 발전소를 늘려 발전량을 채울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LNG 발전업계 관계자는 “LNG 발전이 친환경 발전 정책의 최대 수혜자인 것처럼 여론이 조성되지만, 가동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LNG 발전소가 추가로 들어서면 과당 경쟁으로 문을 닫는 발전소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의 경제급전(생산단가가 싼 전력을 먼저 공급) 논리의 에너지 공급 정책 때문이다. 발전 단가가 저렴한 순서대로 에너지가 공급되기에 정부가 가격이 싼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가 먼저 가동된다. 원전과 석탄 발전소가 100% 가동되고도 전력 부족 현상이 생겨야 LNG 발전소가 가동된다. 

 

현재 이들 발전소의 가동률은 70~80%다. 가동 여력이 있기 때문에 발전소 수를 줄인다고 해도 가동률은 더욱 올라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원전·석탄의 비중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LNG 발전소는 늘어나게 된다. 발전소 건립은 현재 가동률이 아닌, 전력 생산 능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원전·석탄 발전소가 줄어 전력 생산능력이 하락하면 LNG 발전소를 더 많이 짓게 된다. 결국 LNG 발전소는 고사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환경급전(친환경 전력을 먼저 공급)으로 정책을 바꾼다고 하지만 이 역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발전이 우선순위이기에 LNG 발전은 중간에 고립된다. 친환경성과 가격을 분배할 경우 신재생발전과 원전·석탄을 중심으로 한 전력 체제가 꾸려지게 된다. 정부는 이런 에너지믹스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을 전망이다. 

 

이에 LNG 발전소를 추가로 짓기보다는 현재 발전 설비를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믹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 중공업사 관계자는 “발전소 하나를 짓는 데 조 단위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현재 가진 설비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면서 발전소 추가 건립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또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데 대한 불안감도 있다. 지난 22일 공론화위원회 결정으로 신고리 5·6호기를 짓겠다고 결정해서다.

 

원자로를 짓는 한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전기수요의 정확한 예측과 정책 일관성을 모두 못 지키고 있으며 스스로의 방침조차 공론화위원회를 방패막이로 뒤바꿨다”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 또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결정을 뒤집을 것이냐”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로드맵과 추가 공론화위원회를 위한 공론조사 표준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논란이 있을 때마다 공론조사를 벌이겠다는 얘기다. 정부의 갈팡질팡 에너지 정책에 에너지 기업들은 4분기에 들어섰음에도 내년 경영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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