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롤드컵’이라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중국에서 열렸다.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개최되는 롤드컵인 만큼 현장의 관심은 엄청나다. 16강 조별 예선을 거쳐 8강까지 진행됐다. 매주 도시를 이동하며 대회를 진행하는데, 연일 매진이다.
인터넷도 뜨겁다. 전 세계 유저가 사용하는 웹사이트 레딧에는 매일 롤드컵 관련 글이 쏟아지고, 트위터는 각 팀 팬들의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열기가 뜨거워진 데에는 ‘언더독의 반란’이 있다. 질 거라 예상했던 삼성 갤럭시가 롱주 게이밍을 3:0으로 잡고, 완패하리라 예상된 유럽의 미스핏츠 게이밍이 한국의 SK텔레콤 T1을 턱 끝까지 쫓아왔다. 미스핏츠는 2:3으로 석패했다. 오늘은 스타크래프트 리그 속 언더독의 반란을 알아보자. 프로리그 대표와 스타리그 대표를 뽑았다.
1. KOR vs KTF
넉넉한 지원을 받으며 훌륭한 시설에서 훈련하는 라이벌과, 열악하지만 근성과 열정으로 이겨내는 주인공의 대결이야말로 소년만화의 기본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스폰서를 바탕으로 스타선수를 보유한 대기업팀과 비대기업팀의 대결이 있다. KTF 매직엔스와 KOR의 SKY 프로리그 2004 3라운드 결승 대진이 그 모양새였다.
당시 KTF 매직엔스는 홍진호와 박정석, 강민, 조용호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선수를 보유한 스타크래프트계의 레알 마드리드였다. 그에 반해 KOR는 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했으며 선수마저 당시 규정에 따른 최소 인원 6명을 보유했다. 6명 중 전태규만이 개인리그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모두가 KTF 매직엔스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KOR는 달랐다. 그 전까지 강민에게 힘을 쓰지 못하던 전태규가 1경기부터 강민을 잡아내더니, 프로토스전이 고질병이던 한동욱이 박정석을 잡았다. 온 우주의 기운이 모이던 순간이었다. 7경기 에이스결정전에서 ‘자이언트 킬러’ 차재욱과 ‘목동 저그’ 조용호가 붙었다. 개인리그 성적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차재욱은 변변한 개인리그 성적도 없었지만, 조용호는 양대 개인리그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비록 저그에게 불리한 맵이었지만 그래도 모두가 조용호의 승리를 예상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차재욱은 불꽃러시로 조용호를 꺾고 KTF 매직엔스를 침몰시켰다. 자이언트 킬러란 별명에 걸맞게, 목동 저그 조용호와 스타크래프트의 레알 마드리드를 모두 쓰러뜨렸다. KOR의 승리는 비스폰팀이 거둔 최초이자 최후의 우승이다.
2. 김정우 vs 이영호
김정우와 이영호가 붙은 2010년 대한항공 스타리그 결승전도 대표적인 언더독의 반란이다. 스타크래프트에 깨달음을 얻고 신이 된 듯 압도적 경기력으로 결승에 진출한 이영호에 비해 김정우는 재경기 끝에 간신히 결승에 도달했다. 상대전적도 문제였다. 결승 이전까지 통산 상대전적에서 이영호가 김정우를 6:1로 압도했다. 결승 진출 경험도 차이가 컸다. 2연속 결승 진출에 통산 네 번째 결승이었던 이영호와 달리 김정우는 당시가 처음이었다. 기세도, 전적도, 경험도 모두 김정우가 밀렸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영호가 1경기와 2경기를 내리 따냈다. 많은 팬이 이영호가 3회 이상 스타리그 우승자만 받을 수 있는 골든마우스의 주인공이 되는 대관식이라 여겼다. 하지만 모든 반전은 부지불식간에 이뤄진다. 빠른 저글링 러시로 3경기를 따낸 김정우는 이어진 4경기와 5경기에서도 예상치 못한 기습으로 이영호를 꺾었다. 상성이 불리한 저그로, 사상 최고의 테란이라 불리는 이영호를 역스윕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에서는 2경기까지만 보고 껐다는 시청자의 댓글이 이어졌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에 비유한다. 팬들은 쓰이지 않은 순수한 스토리에 열광한다. 언더독의 반란은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스토리다. 질 거라 예상한 구단이 이기고, 경기가 끝났다고 하는 순간에 새로운 경기가 시작된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많은 기업의 인·적성 시험이 끝났다. 취업도, 성적도, 스포츠도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우리들의 반란을 일으키자.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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