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옷, TV, 컴퓨터, 가구, 여행상품, 자동차 등 무엇이든 파는 것처럼 보이는 홈쇼핑의 문턱은 생각보다 그리 낮지 않다. 제한된 방송 시간 내에 최대한 높은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면 판매자와 방송사 모두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서 그렇다.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덤까지 얹어 주는 상품 구성은 기본. 쇼호스트의 유려한 말솜씨와 눈길을 잡는 화면 구성까지 더해져 단시간에 시청자의 구매 결정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순식간에 퇴출되고 만다. 그래서 TV 홈쇼핑은 1분 1초가 전쟁 상황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한때 홈쇼핑의 높은 마진구조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상품의 성격이나 개별 단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온라인에서 파는 것보다 더욱 높은 유통 마진을 방송사가 가져간다. 이를 두고 유통업체의 갑질 혹은 횡포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던 것. 물론 이러한 주장이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상품을 동시 다발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와 같은 온라인 유통과는 아무래도 마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홈쇼핑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아예 판매업자가 방송 시간을 구입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판매에 대한 거의 모든 책임을 판매자가 떠안게 되는 냉혹한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수수료 형태의 계약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방송사 입장에서는 상품의 경쟁력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해당 방송시간에 판매가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 상품을 80% 이상 반드시 편성해야 하는 ‘홈앤쇼핑’은 애초부터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홈앤쇼핑의 방송 인가조건이었던 만큼 불평할 처지도 아니다.
오히려 홈앤쇼핑은 역발상으로 접근해 재미를 보고 있다. 일반 홈쇼핑 방송사들이 접근하지 않는 지역 우수제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 이는 홈앤쇼핑의 지역 우수 중소기업 판로개척 프로그램 ‘일사천리’를 통해 소개된다. 5년 동안 꾸준히 방송된 일사천리는 홈앤쇼핑의 설립 취지에 부합할 뿐 아니라 가끔씩 ‘중박’ 이상의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두어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 반건시, 샤워꼭지 매진 행렬…7개 제품 정규방송 전환
반건시는 감에 특별히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다들 좋아하는 간식이다. 하지만 지역특산품인 데다가 생산 시기가 정해져 있다 보니 판매하는 곳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반건시 하면 대부분 KTX나 기차역을 떠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 홈앤쇼핑은 지난 2월 경상북도와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를 통해 청도감영농조합법인의 ‘청도 반건시’를 론칭했다. 홈쇼핑 특성상 시식은 불가능하지만, 이미 반건시의 인지도는 충분히 높다고 판단했다. 대신 두 달간 준비 과정에서 경북우수농산물 지정 및 전통식품 품질인증, GAP 인증 등 객관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이 주효했다. 론칭방송에서 무려 1000세트가 판매된 것. 이후 시청률이 높은 일반방송 시간으로 전환 편성돼 무려 3000세트가 팔리며 흥행을 이어나갔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수압을 높여주는 샤워꼭지도 홈앤쇼핑에서 선보였다. 지난 5월 홈앤쇼핑 입점상담회를 거쳐 론칭한 비앰에스의 ‘파핀샤워기’가 그것. 물줄기가 뿜어지는 토출구를 미세하게 뚫어 수압을 높이는 원리의 파핀샤워기는 론칭 방송에서 무려 2000세트가 판매된 이후, 정규 편성을 통해 론칭 때의 두 배인 4000세트가 판매됐다. 특히 최근 지어진 아파트가 대부분 욕실이 두 개라는 점에 착안, 홈쇼핑 특유의 실속을 강조한 1+1 구성으로 판매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통했다.
이외에도 농업회사법인 독도무역의 ‘명이나물’을 비롯해 오리진지앤비의 ‘친환경세정제’ 등 7개 상품이 정규방송으로 전환 편성되는 성과를 거뒀다.
# 60분 방송을 40분으로 쪼갠 이유 들어보니…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이라면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시작된 일사천리 방송에 대한 초창기 내부의 시각은 사회적 공헌 활동(CSR)에 머물렀다. 내부에서도 ‘지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
수수료율도 정규방송에 비해 대단히 낮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유통마진 비율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보통 10% 미만”이라고 귀뜸했다. 이는 보통 온라인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내부에서 지원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 제품이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면서 내부에서 대접도 많이 달라졌다. 2012년 첫 방송을 시작해 2013년 56개 기업 제품이 방송을 탔으며 이후 기업이 계속 늘어 올해는 134개사 우수 지역 중소기업의 제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가능성이 확인된 이상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생을 모색한 것. 또 전담 부서와 담당 MD를 별도로 두어 꾸준히 홍보 및 마케팅을 이어나가도록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일사천리가 ‘마이너리그’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사천리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으면 보다 시청률이 높은 정규방송으로 승격돼 판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시간에 성적이 다소 부진한 상품도 모바일 앱을 통해 상시 판매될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눈길을 끈다.
홈앤쇼핑 측 관계자는 “홈앤쇼핑은 당초 설립 목적이나 방송인가 조건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굳이 내세우기도 어색한 부분이 있다”며 “최대한 많은 중소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통상 홈쇼핑 방송사의 60분 편성을 40분으로 쪼개 일일 생방송 편성을 30개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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