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얼마 전 2018년 증시전망 보고서를 만든 다음에 “경기선행지수를 만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나 통계청에서 개발한 경기선행지수가 있는데, 왜 힘들게 경기선행지수를 개발했느냐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답은 간명했다.
“기존에 만들어진 경기선행지수가 잘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래프는 한국 수출과 OECD 한국 경기선행지수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파란선은 경기선행지수, 빨간선은 한국 수출이다. 2010년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이전에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면 수출이 늘어나고, 반대로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수출이 망가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0년 이후 이 관계가 어긋나고 말았다. 2014년 말부터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기 시작했건만, 반대로 한국 수출은 내리막을 걸었으니까. 2016년도 마찬가지다.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수출은 반대로 30% 이상 늘어나는 형편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그 이유는 바로 내수 경기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내부에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2013년부터 한국에 중국 관광객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284만 명이 오다가 2013년에는 433만 명, 그리고 2014년에는 무려 613만 명이나 왔다. 덕분에 2013년부터 한국 내수 경기는 갑자기 좋아졌다(물론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정책 덕도 보았다). 반대로 수출은 이때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국제유가가 폭락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 중 하나인 개도국 경기가 나빠진 게 문제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OECD 경기선행지수의 설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선행지수는 수출과 내수 관련지표 모두를 집계하는데, 수출이 부진하더라도 내수경기가 크게 개선되면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한 원인도 명확하다. 그해 가을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 관광객이 발을 끊으니, OECD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이 사례에서 보듯,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다시 말해 경기의 변동을 칼 같이 예측해주는 지표, 혹은 이코노미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 흥미롭게 읽은 책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주식 투자법’의 저자 백우진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지표 하나로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럼 여러 지표를 종합한다면 경기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주식시장의 방향을 더 잘 예상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는 경기선행지수가 집계된다. 경기선행지수는 생산/소비/투자/고용/금융 등 분야의 지표로 종합 산출되며, 3~6개월 후의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경기선행지수가 일기 예보 수준의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책 37쪽
그 잘 맞던 OECD 경기선행지수의 예측력이 2010년 이후 급격히 떨어진 것이 백우진 작가의 말을 방증한다. 세상을 한결같이 잘 예측하는 지표는 없으며, 이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거시경제를 연구할수록 경기예측력이 높아졌다면 많은 경제학자들이 금융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지속적으로 눈부신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례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그런 경제학자도 없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책 38쪽
물론 이 지적은 내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경기예측을 그렇게 잘 한다면 왜 월급쟁이 생활을 하겠는가.
결국 이코노미스트라는 직업은 ‘알람’을 울리는 존재라 할 수 있다. 경제가 어떤 위험에 부딪히고, 이게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알람’을 울리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물론 이 알람이 무척 잘 틀린다. 다만, 경제지표를 매일처럼 확인하고 또 주요 학자들이 쓴 논문을 읽노라면 먼 훗날에는 잘못된 알람이 아주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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