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완연한 가을이다. 지구 온난화로 봄과 가을이 짧아졌지만, 가을은 가을이다. 스타크래프트와 가을을 연결지으면 ‘프로토스’가 떠오른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프로토스는 남자의 종족이다. 남자의 종족이라 불리는 이유는 마인밭을 짓밟는 질럿과 러커밭을 뚫는 드라군으로 대표되는 물량전 때문이다. 오늘은 프로토스 물량전의 대명사, 도재욱을 추억해보자.
도재욱은 2006년 하반기에 데뷔했으나 2008년에 처음으로 스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2006년 프로리그 팀플레이 전용 선수로 뛰었으며 2007년부터 프로리그 개인전에 출전했다. 2008년 초 치러진 박카스 스타리그 2008이 그의 첫 개인리그였다. 처음으로 진출한 개인리그에서 8강 진출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며 이어진 리그에서 준우승했다. 이것이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리그 결승진출이었다.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지만, 그는 어떤 선수보다 팬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이유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있다. 동시대에 활약했던 송병구가 리버와 캐리어를 활용하고 김택용이 커세어를 쓸 때 도재욱은 우직하게 질럿과 드라군을 썼다. 고급 유닛에 의존하는 테크니컬한 플레이가 아니라 질럿과 드라군을 활용하는 정석 힘싸움에 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정석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뇌리에 남을 수는 없다. 정석 플레이는 기본기가 훌륭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단 시스템이 발전하며 기본기가 훌륭한 선수는 많아졌고, 정석 플레이로 빛을 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없다.
비밀은 그의 물량에 있다. 도재욱이 질럿과 드라군만으로 스타리그 기준 대테란전 승률 1위를 할 수 있던 까닭은 물량이었다. 같은 팀 선배인 최연성처럼 도재욱은 빌드 최적화에 능했다. 상대보다 한 발 앞서 확장기지를 펼쳤고, 반 박자 빠르게 생산건물을 올렸다. 진출하는 상대의 병력을 사방에서 잡아먹는 장면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빠르게 테크트리를 올리기보다, 빠르게 생산기지를 만들어 좀 더 많은 유닛을 생산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신이라 불리는 이영호의 천적이기도 했으며 대테란전 스페셜리스트로 군림했다.
하지만 물량전에 기초한 플레이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하이템플러와 리버 같은 고테크 유닛이 전술의 핵심이 되는 저그전에 취약했다. 저그전 승률이 50%가 채 되지 않는데, 이는 테란전에 비해 너무나 떨어지는 수치다. 상대는 고테크 유닛을 사용하지 않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쉽게 예측했고, 이로 인해 다전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최고 커리어가 준우승인 선수가 대명사로 남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도재욱은 물량전의 대명사가 됐고, SK텔레콤 소속 프로토스의 대명사가 됐다. 비록 이번 아프리카 스타리그 시즌 4 조별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앞으로도 그는 프로토스의 대명사로 남을 것이다. 도재욱이 다시 한번 날아오르길 바란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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