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2~2013년 채용 비리가 터져 나오며 ‘비리백화점’이란 별명을 얻은 강원랜드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이사는 취임 후 강도 높은 자체감사를 벌이고 부정 채용 의혹을 춘천지검에 수사의뢰했다. 그런데 강원랜드가 올해 초 대외협력팀 차장을 채용하는데 있어 투명한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랜드 설립 이후 채용된 당직자나 보좌진, 정당인 등의 채용현황을 살펴보면 18명의 채용인원 중 새천년민주당 지역자치부원장·민주당조직위원회 위원·의원 비서관·국회사무처 직원·대통령후보 경호·국회의장실 비서관·의원 보좌관·정당 부대변인 등 경력을 지닌 직원들이 대거 채용됐다.
가장 최근인 올 3월 계약직 공채로 입사한 대외협력팀 A 씨는 지난 10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A 씨는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며 한 의원과는 친인척 관계다. A 씨는 10년 넘게 한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해왔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1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맡으며 강원랜드 카지노 이익금의 최대 20%를 폐광지역 개발기금으로 출자하도록 하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또 2016년 6월부터 20대 국회 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위원을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감독을 받는 강원랜드로서는 문체부를 관장하는 교문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강원랜드 측은 대외협력팀의 인력충원 요청으로 지난 1월 공고가 나가고 3월에 공식적인 전형을 통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강원랜드는 경력직 채용공고를 통해 조리사·사내변호사·공인노무사·공인회계사·언론홍보전문가·대외업무 담당자 등의 채용을 진행했다. 공고에는 각 직무별로 요구되는 조건과 해당직무 경력 연수가 상세하게 제시돼 있다.
반면 대외업무담당자는 요구조건이 ‘국회·정부 등을 대상으로 한 대외협력·대관업무 분야 유경험자’라고만 제시됐다. 경력 연수나 요구되는 역량이 제시되지 않은 것.
A 씨를 채용할 당시 강원랜드 내부에서는 반발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강원랜드에는 15~17년간 일해도 승진을 못하고 대리에 머물러 있는 직원이 수두룩하다.
강원랜드 측은 “차장이 되려면 15년 이상 근무하면 된다”며 “기업, 산하기관, 국회 경력이 16년 이상이고, A 씨의 경력이 홍보와 대외업무가 주를 이뤄 해당 업무에 대한 경력을 다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원랜드의 한 내부 관계자는 “다른 채용직군은 직급과 경력기간이 명시됐는데 대외업무 담당은 그런 부분이 없었다”며 “경력직에 대한 직급산정 기준이 제각각인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2012~2013년 강원랜드 신입채용 청탁자 명단을 확보해 공개했다. 한선교 의원은 이 명단에도 청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청탁 명단에는 ‘추천자1’란에 한 의원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추천자2’에 당시 비서관 이름이 기술돼있다.
한 의원 이름이 2012년 신입직원 채용 청탁자로 거론된 데다 친인척인 A 씨가 강원랜드에 경력직으로 채용되며 청탁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딸을 인턴비서로 채용한 것이 논란이 되자 친인척을 채용해 일하던 의원들이 대거 보좌진을 바꿨다”며 “그 과정에서 의원의 친인척 보좌관들이 국회를 나왔다”고 말했다.
그간 정계 경력을 바탕으로 강원랜드에 입사한 직원들은 신입·경력공채·특채 등 다양한 문을 통해 채용됐다. 정계 출신 직원들은 대외협력팀, 카지노지원, 환전, 마케팅기획, 레저영업, 협력사상생팀, 건설관리팀, 대외협력팀 등 다양한 부서로 배치됐다. 굳이 정치권 경력이 있는 인사를 채용하면서도 경력과는 무관한 부서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의 강원랜드 내부 관계자는 “현업 부서의 요청에 의해 경력채용을 한다지만 타 부서 파견으로도 충분히 인력 커버가 가능하다”며 “경력직 채용이 특정인을 위해 만든 맞춤형 채용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A 씨는 “지난해 말쯤 보좌관을 그만두고 재취업 준비를 했다”며 “강원랜드 역시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서류·면접전형 등 공식 절차에 따라 입사한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한국’은 한선교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본인과 의원실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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