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간은 오랜 세월 굶주림, 전염병, 전쟁의 공포에 시달려왔어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지요.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이 세 가지 재난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우리는 기아, 질병, 폭력의 공포에서 벗어나 기대수명이 한 세대 내에 30년 이상 늘어나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인류 문명이 이룩한 놀라운 발전 뒤에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될까? 인간의 흔한 반응은 만족이 아니라 더 갈구하는 것이거든요. 인간은 항상 더 낫고 더 크고 더 맛있는 것을 찾습니다. 기아, 역병, 전쟁의 위협이 마침내 사라지면 인류는 무엇을 할까요?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책 39쪽
21세기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새로운 계급이 탄생하는 현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도 없으며, 사회의 번영, 힘과 영광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쓸모없는 계급’은 그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책 445쪽
숱한 책에서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는 앞으로 찾아올 두 가지 변화는 수명과 실업률의 증가입니다. 즉 우리는 장시간 놀아야 하는 세대입니다. 퇴직 후, 긴 시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요?
1990년대 영어 공부를 하던 저는 AFKN을 보면서 재미난 시트콤은 비디오카세트에 녹화해두곤 했어요. 때로는 시트콤 방송 시간에 맞춰 강제귀가하곤 했지요. 그렇게 모은 비디오테이프만 백 개가 넘었는데요. 정작 볼 게 너무 많으니까, 다시 보기는 힘들더라고요. 요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면, 허탈한 생각이 들어요. ‘그 옛날 비디오 녹화한다고 괜히 고생했어. 이렇게 간편하게 다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오는데.’ IPTV나 넷플릭스를 보면 고민이 듭니다.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으니 정작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어.’ 선택의 여지가 늘어난 대신, 우리는 선택한 것에 실제로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어요.
바쁘게 일할 때는 퇴근 후, 잠깐의 드라마 시청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어요. 하지만 긴 시간 놀아야 할 때는? 수동적 감상 행위로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생깁니다. 저는 창조주보다 창작자를 꿈꿉니다. 장시간 놀아야 하는 시대에는 창작이 가장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테니까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일을 소중히 여깁니다. 이것이 창작을 연습하는 가장 쉬운 길이거든요. 저는 독서 일기로 창작자의 삶을 준비합니다.
김민식 MBC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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