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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채널 제친 '3채널'…허인 신임 KB국민은행장 내정에 담긴 사연

리딩뱅크 수성, 내부갈등 봉합, 인터넷전문은행 방어할 적임자로 꼽혀

2017.10.13(Fri) 18:32:43

[비즈한국] 관심을 모았던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 선임이 속전속결로 끝나면서 KB금융지주가 인사 논란을 잠재웠다. 

 

2008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KB금융지주는 국민연금공단과 ‘ING 뱅크 N.V.’가 번갈아 가며 최대주주의 자리를 차지했으나, 2011년부터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문재인 정부 1년차에 최고경영자(CEO) 교체는 낙하산 인사 없이 마무리됐다. 

 

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최근 금융계에서는 낙하산 논란이 종종 벌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고문을 지낸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9월 27일 취임식을 가졌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에서도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유력후보로 꼽혔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갑작스레 지원을 철회하고 금융위원회 출신인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급부상했다. 청와대 라인과 대선 캠프 간 힘겨루기를 한다는 등의 온갖 루머가 떠돈다.

 

윤종규 회장은 9월 26일 3차 확대지배구조위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됐다. 사진=KB금융지주


그에 비하면 KB금융지주 인사 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2014년 선임된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둔 올 9월 1일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처음 개최됐다. 2주 뒤인 14일 제2차 확대지배구조위는 윤 회장 외 3명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으나, 나머지 2명이 인터뷰를 고사해 윤 회장이 유일한 심층평가 대상자가 됐다. 윤 회장은 26일 3차 확대지배구조위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됐다. 

 

윤 회장의 연임 비결은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4년 내홍을 겪은 KB금융지주는 2015년 1분기에 신한금융에 업계 1위를 내줬지만, 윤 회장은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에서 신한금융을 981억 원 차이로 앞서며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KB국민은행 내에서는 극소수에 해당하는 ‘3채널(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꼽힌다. 사진=KB국민은행


이후 금융계의 관심은 KB국민은행장 선임에 모아졌다. KB국민은행은 2014년 주전산기 기종 선정 과정에서 IBM을 지지한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과 유닉스를 지지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대립하며 내홍을 겪었다. 모피아 라인으로 꼽히는 임 전 회장과 청와대 라인으로 꼽히는 이 전 행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온 것이 이유로 여겨진다. 이 두 명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뒤 사퇴했고, 전산 담당 징계자 3명은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2014년 선임된 윤 회장은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했다. 그러나 2016년 인수한 현대증권과 기존의 KB투자증권이 합병된 KB증권이 출범하는 등 비은행 비중이 20%에서 30%로 늘어나며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겸임이 사실상 불가해졌다. 

 

2014년의 내홍은 이번 회장 선임에서 낙하산이 배제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2014년 당시 노조위원장이 나서 지주사 회장 후보에 오른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종휘 미소금융중앙재단 등에게 자필편지를 보내 내부인사 발탁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내력을 가진 KB국민금융 지주에 낙하산을 보낸다면 정치권에서도 강한 반발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장 선임이 10월 말 결론날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교적 빠른 10월 11일 KB금융지주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해 허인 전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대표(부행장)를 차기 KB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의 연임이 9월 26일 확정됐으니 추석 연휴를 감안하면 ‘5업무일’ 만에 행장이 결정된 셈이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날치기 선임’이라고 비판한다. 

 

허 내정자는 하마평에 오르기는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는 KB국민은행 내에서 ‘3채널’로 꼽히는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다. 장기신용은행은 1998년 KB국민은행에 인수됐다. KB국민은행 내에서는 옛 KB국민은행 출신을 ‘1채널’, 2001년 합병한 주택은행 출신을 ‘2채널’로 부른다. 승진 시 1, 2채널을 안배하지 않으면 직원들의 반발을 부르기도 한다. 3채널은 극소수다. 

 

진주 출신인 허인 내정자는 대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장, 여신심사본부 상무, 영업그룹대표(부행장), 경영기획그룹대표(CFO) 등 전략, 재무, 여신심사, 기업금융 등 주요 보직을 골고루 역임했다. 

 

그는 2015년 12월 말 인사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2년도 되지 않아 행장이 된 것이다. 윤종규 회장이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과 대구고 동문이라는 점이 지적됐지만 최 의원은 현재 야당이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허 내정자에게는 큰 숙제들이 안겨졌다. 신한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야 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 대면접촉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금융을 하지 않는다. 기업은 대면영업이 필수이고 실사를 할 심사역도 필요하다. 허 내정자가 발탁된 배경을 보면 향후 국내 은행장은 소매영업보다는 기업금융 전문가가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점쳐진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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