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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최고형 벌금 5000만 원은 껌값" 롯데 수주 미성·크로바 재건축 잡음

건설업계 "벌금 내면 그만" 팽배…롯데건설 "미성·크로바 금품 살포 전혀 없다"

2017.10.13(Fri) 08:37:31

[비즈한국] 롯데건설이 지난 11일 사업비 4700억 원 규모의 서울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 살포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10년 응암 2구역 재개발 공사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87억 원을 뿌렸다가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대형 건설사로는 이례적으로 벌금 5000만 원 형을 확정 받은 바 있다. 

 

크로바 아파트와 단지 상가 인근에 걸린 롯데건설 홍보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응암 2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불법행위로 롯데건설이 부과받은 벌금 5000만 원은 건설사 법인에 부과되는 법정 최고형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롯데건설은 응암 2구역과 관련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어떠한 제약도 없이 공사 입찰에 참여해 일부 공사를 수주해 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11조 5항은 ‘시공자, 설계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과 관련해 금품·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위반하는 건설사 법인, 건설사나 용역업체 직원들, 이들로부터 금품·향응을 제공받은 사람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도정법 84조의 2는 이 법 11조 5항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도정법엔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부과(병과)할 수 있는 규정이나 반복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할 규정이 전혀 없다. 가벼운 처벌 규정으로 인해 건설업계는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수주를 해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직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담당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의 경우 사업비만 수천억 원대, 많게는 몇 조 원에 달할 때도 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시공사로 선정되면 안정적이면서도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라며 “금품을 제공하다가 재수 없게​ 적발되더라도 벌금은 최대 5000만 원이다. 건설업계는 사업 수주에 비하면 껌값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제공한 금품 비용도 조합원 분담금을 올리거나 일반 분양 시 분양가를 올리는 방법으로 만회하면 된다는 식으로 여긴다”고 귀띔했다. 

 

현직 건설사 관계자는 “현행법은 금품을 수수한 사람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금품을 전달하더라도 백주 대낮에 주는 것도 아니고 암암리에 돈을 전달하는 식이다”며 “금품을 제공받아 사용했다면 처벌을 각오하고 신고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신고가 없는 한 정부나 사법당국이 적발해내기도 매우 어렵다”고 주장했다.

 

롯데건설은 응암 2구역 사업과 관련해 용역업체에 용역비로 87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기장한 뒤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살포하며 시공사로 선정해 달라고 청탁했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거의 전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건네 적발된 건설업계 최초의 사례였다.

 

롯데건설의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은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게 될 경우 초과이익부담금 569억 원 지원, 공사비에서 569억 원 감액, 이사비 1000만 원과 이주촉진비 3000만 원을 제공하겠다는 세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초과이익환수제란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은 재건축을 통해 얻은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 가운데 3000만 원을 넘는 초과이익은 최대 50%까지 세금으로 내야 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 송파구청이 이러한 조건을 삭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리고 조합 역시 반대 결정을 분명히 했음에도 롯데건설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응암 2구역 재개발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다른 대형 건설사들의 움직임이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전에서 롯데건설과 경합을 벌이다 고배를 마신 GS건설은 지난 9월 클린 수주 경영을 선포했다. 응암 2구역 재개발에서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대림산업은 금품 관련 무리수를 두지 않았음에도 시공권을 박탈당했다가 원고인 조합원 H 씨의 소송 취하로 지난해 11월에야 시공권을 되찾아야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를 위해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조합에 세 가지 옵션을 제안했고 조합 총회를 통해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전달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시장 정화를 위해 우리 부, 서울시청, 자치구청과 함께 상시 신고센터를를 운영하고 있고 수시 현장점검도 실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증거확보 등에 제약이 있어 적발해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적발되는 대로 수사당국에 고발해 형사처벌을 받게 할 계획이다. 형사처벌을 받은 건설사들에 대해선 재입찰을 실시하도록 자치단체와 조합에 권고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재건축 시장 개선을 위해 도정법 정비를 추진하나 올 연말까지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사업 수주전이 줄을 이을 전망이라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 해소엔 역부족일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법정 최고형 벌금 5000만 원인 규정을 건설사들이 두려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반 정도에 따라 일정 기간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정비할 방침이다”며 “하지만 법 시행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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