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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흥행' 열쇠 쥔 국민연금의 선택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배당성향 확대 등 긍정적 목소리 높지만 '관치' 우려도

2017.10.12(Thu) 16:32:26

[비즈한국]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새 정부 정책 공약 가운데 하나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눈길이 모인다. 코스피의 발목을 잡았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상승폭이 커진다는 기대다. 반면 단기 매매에 치중된 증시 환경과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참여로 인한 ‘관치’ 논란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사진=연합뉴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란 기관투자자가 고객 대리인으로서 기업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행동지침’이다. 큰 저택에서 주인 대신 집안일을 맡아 보는 집사(스튜어드)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핵심은 경영참여와 견제에 있다. 투자자의 역할을 주식 보유와 의결권 행사에 한정하지 않고, 소액을 보유했더라도 주주권을 활용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무리한 경영을 감시하고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법적 강제력은 없다. 개별 기관투자자가 자율적,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연성 규범(Soft law)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이 가장 먼저 도입해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12월 금융당국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을 도입했다. 지난해 연기금에 큰 피해가 발생한 ‘삼성물산 사태’가 불거진 직후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에 의결권 행사를 소극적으로 행사해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도입 배경이다. 

 

도입 초기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강조했고, 새 정부 출범 후 ‘주주권 강화’ 주요 정책으로 포함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5월 이후 국내 기관투자자 6곳이 도입했고, 최근까지 기업지배구조원에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계약서 양식을 제출한 곳은 52곳에 달한다. 

 

은행권에선 KB금융그룹이 가장 먼저 도입을 결정했다.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6개 계열사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기로 했다. 신한·하나·NH농협금융지주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공단도 스튜어드십 코드 연구용역을 거쳐 도입 여부와 방식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에 120조 원을 투자해 시가총액의 7%를 차지하고, 주요 기업의 대주주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흥행’의 열쇠를 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을 비롯, 은행과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도입이 늘어나 연말 가입자가 세 자릿수로 늘어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긍정의 목소리가 높다. 재벌개혁의 획기적 계기가 돼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개선해 배당성향을 높일 수 있고, 주주환원 정책 활성화로 주가상승을 견인할 것이란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문제로 오너리스크와 주주가치 하락,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적 신뢰도 하락 등이 꼽힌다”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증시 저평가 요인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0~2013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먼저 시행했던 영국, 네덜란드 등 6개 국가들의 경우 기업 가치가 재평가돼 대부분 주가가 상승하고 배당성향이 증가했다.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 증시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데이 트레이딩(주식과 채권의 하루 가격 움직임을 이용해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거래량은 895억 주로 전체 거래량(1865억 주)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최근 4년 새 최고치다. 평균 주식 보유기간도 개인은 두 달, 기관은 세 달이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한 단기‧초단기 주식 매매 비중이 크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강조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취지가 달성되기 어렵다. 

 

국민연금 참여가 ‘양날의 검’이 되리란 지적도 나온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기업은 약 300개다. 이 중 보유 지분 5% 이상 달하는 기업은 50여 곳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면 자금운용을 위탁받은 자산운용사들도 코드 도입이 불가피해지고,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받는 영향도 커진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비중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시장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관치 논란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오래전부터 국내 금융시장의 문제점으로 꼽힌 ‘관치 금융’의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진출이나 인수합병(M&A) 등 경영상 민감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2년 국민연금은 최대주주 자격으로 하나금융그룹의 사외이사 추천을 고려했다. 그러나 정부 산하 공적연기금이 전략적 투자자로 기업경영에 참여할 경우, 당시 하나금융이 추진 중이던 해외은행 인수가 해당 국가 금융당국의 승인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철회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도입은 19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릴 국정감사에서 의견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도와 수준이 이번 국감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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