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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프리즘] 여풍은 '위'에서만…인도 여성 사회진출 아이러니

여성 국방장관 등 정·재계에 우먼파워 막강하지만 전통적 사고방식과 사회 인프라 문제

2017.10.11(Wed) 10:21:47

[비즈한국] 인도 여성, 특히 인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주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여성으로서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을 느낀 것도 사실이지만,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인 관념이 뿌리 깊게 박힌 나라에서 정·재계 우먼파워가 그 어느 곳보다 막강하다는 아이러니가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지난 9월 3일 인도 개각에서 35년 만에 여성 국방장관이 탄생했다. 9월 26일 인도를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오른쪽)과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국방장관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 거세지는 인도의 우먼파워

 

2019년 총선 준비 모드에 돌입한 모디(Modi) 인도 총리는 연임을 위한 포석으로 9월 3일 세 번째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으로 총 75명의 각료 중 6명의 장관이 경질됐으며 4명의 장관 승진자와 9명의 국무장관이 발탁됐다. 

 

이 중 가장 큰 뉴스감은 뭐니 해도 시타라만(Sitharaman) 상공장관의 국방장관 임명이었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여전한 인도에서 부처 특성상 남성성이 가장 강한 국방부가 여성 손에 맡겨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였다.

 

이로써 인도에서는 35년 만에 여성 국방장관이 탄생했으며, 주요 3대 부처 중 외교부와 국방부를 여성 장관이 이끌게 되었다. 인도 언론들은 서로 앞 다퉈 ‘여성’ 국방장관 탄생을 보도했고, 시타라만 장관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임명은 인도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떠한지 세계에 알리는 큰 메시지”라며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인도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사실 인도 정계의 우먼파워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인도 초대 총리였던 아버지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의 후광을 업고 1966년 인도 3대 총리로 취임한 인디라 간디(Indira Gandhi)다. 1984년 자신의 경호원들 손에 피살되기 전까지 장장 15년(1977-1980년 제외) 동안 인도를 통치하였는데, 반민주 독재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통일진보연합(UPA)이 출범한 2004년부터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까지 10년 동안 인도 정계를 손아귀에 넣고 주무른 실세는 이탈리아 출신이자 인디라 간디의 며느리인 소니아 간디(Sonia Gandhi) 여사였다. 그녀는 2004년 ‘포브스’가 처음으로 선정한‘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리스트 3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지금도 제1야당 총재로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도는 독립 이후 지금까지 총 1명의 대통령과 16명의 여성 주총리(Chief Minister)를 배출했고, 현재 31명의 주총리 중 3명이 여성이다. 특히 ‘언니’(Didi)라 불리는 마마타 바네르지(Mamata Banerjee) 웨스트벵갈(West Bengal) 주총리는 모디 총리의 최대 적수로 꼽히고 있다. 비록 여성의원 비율은 11.8%(한국 16.3%)로 세계 190개국 중 142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여성이 연이어 하원의장을 역임하고 있다.

 

정계뿐만 아니라 재계에 부는 여풍도 만만치 않다. 스위스 은행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가 2년마다 발표하는 ‘크레딧스위스 젠더 3000’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인도 기업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은 11.2%로 5년 만에 2배 이상(2010년 5.5%)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이는 우리나라(2.3%) 보다는 5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특히 금융 산업의 경우 절반 이상이 여성 CEO(최고경영자)다. 국영 및 민간 최대 은행인 State Bank of India와 ICICI은행 모두 여성이 수장을 맡고 있다.  

 

영화 ‘바드리나스의 신부’ 포스터.


# 감소하는 여성의 경제활동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인도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은 지난 20년간 지속 감소해왔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도시 여성들의 출산율은 선진국보다도 더 낮아졌는데도 말이다. 2016년 기준 인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7%로 1990년 당시 35%에서 8%나 감소했다. 특히, 농촌지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크게 급감하였는데, 1994년 절반에서 2012년 36%로 떨어졌다. 

 

또한 여성 대졸자의 비노동 비율은 65%로, 고학력일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다는 보편적 인과관계가 인도에서는 성립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취업 목적 외에 결혼시장에서의 가치 제고 수단으로 인도 여성의 교육수준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참고로 연애결혼이 증가하는 추세이나 아직까지 결혼의 90% 이상이 중매로 이루어지는 인도에서는 결혼지참금과 함께 여성의 학력이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는 여성들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미국 싱크탱크 Centre for Work Life Policy Work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을 하고 싶다고 답한 인도 여성의 비율은 80%로 미국(52%)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인도 극장을 점령한 볼리우드 영화 ‘바드리나스의 신부’(Badrinath Ki Dulhania) 역시 결혼해서 가정에 충실하길 원하는 시부모님의 염원과는 달리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성장하는 여주인공과 이를 응원하는 남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을 잘 반영하고 있는 예다. 

 

이처럼 경제발전에도 인도 사회가 여전히 전통과 현재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상황인 데다, 사회 인프라 부족으로 여성의 노동공급에 제약도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여성의 노동력을 대부분을 흡수했던 농업 부문 내 고용 창출이 감소하고, 인도 경제가 제조업을 뛰어넘어 바로 서비스 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저숙련 여성 노동력에 대한 수요 역시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 수가 남성 노동자 수만큼 증가할 시 GDP(국내총생산)가 미국의 경우 5%, 일본의 경우 9%, 인도의 경우 무려 27%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역시 친성장·친여성 정책 도입이 인도의 GDP를 2% 증가시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고, 세계은행은 인도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6%만 증가해도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7.9%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과 경제성장 간 양적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인도 정부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1994년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제인 판차야트(Panchayat)의 여성 공천 33%를, 2013년 8월에는 1956년 제정된 회사법(Companies Act)을 개정하여 모든 상장기업 및 연 매출 30억 루피 이상인 국영기업들을 대상으로 여성임원 최소 1명 고용을 의무화하였다. 

 

또한 2014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촉구한 모디 총리는 2016년 연설에서 여성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강조하며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영화 ‘바드리나스의 신부’에서 여주인공 바이데히는 항공 승무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는 남주인공 바드리나스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떠난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바드리나스는 그런 여자친구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먼 타국의 낯선 환경에서 꿋꿋이 생활해 나가며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녀를 자랑스럽게 여기기 시작한다. 

 

흔히들 영화는 그 시대를 투영하거나 반영한다고 한다. ‘바드리나스의 신부’가 현재 인도 젊은 세대의 사상과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인도 여성들의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밝지 않을까.

박소연 국제학 박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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