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참나무겨우살이가 사스레피나무에 붙어 자라고 있어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보인다. 밑에서 쳐다보면 잎 뒷면에 황갈색 털이 밀생하여 누렇게 보이는 점이 다를 뿐이다. 황갈색 이파리 사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갈래로 붙어 있는 꽃망울과 빨간 꽃술이 보인다. 조그마한 참나무겨우살이 꽃이 마치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 치마의 허리춤에 매달린 노리개처럼 앙증맞게 이쁘다. 뒤로 완전히 젖혀진 4개의 짙은 초록색 꽃덮개와 그 위에 뾰족 튀어나온 빨간 꽃술이 한층 돋보인다. 꽃이 떨어지고 달랑 암술대만 남은 두 개의 꽃 흔적은 무슨 곤충의 더듬이처럼 보인다. 아직 피지 않은 갈색의 꽃망울은 말미잘 촉수처럼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다음 차례를 기다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제주의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참나무겨우살이의 모습이다.
식물이 살아가는 형태도 인간 사회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만큼이나 다양하다. 대부분 식물은 스스로 광합성을 하여 살아간다. 하지만 극히 일부는 다른 식물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완전 기생식물이 있는가 하면 잎에 엽록소가 있어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있지만 물과 다른 영양물질을 다른 식물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반기생식물이 있다. 인간사회에서 이도 저도 아닌 어중치기를 반거들충이라고 하듯 식물 세계에서도 어중치기 반기생식물이 있다. 참나무겨우살이가 여기에 속한다.
참나무겨우살이는 사철 푸른 잎을 가지고 있으며 키는 1m 이하이다. 잎은 길이가 3~6cm이고 넓은 타원형으로 마주나거나 어긋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앞면은 털이 없어 광택 나는 푸른색이지만 뒷면에는 황갈색 털이 빽빽하게 붙어 있어 밑에서 쳐다보면 누렇게 보인다. 열매는 10월경에 타원형으로 달리고 겨울이 지나서 노란색으로 익는데 과육은 점성(粘性)이 강하여 끈적거린다. 이 열매는 겨울에 새들의 먹이가 된다. 새들이 열매를 쪼아 먹기 위해 과육을 파헤치면 끈적거리는 과육과 함께 종자가 새의 부리에 붙어 다른 나무에 옮겨 붙는다. 또 새의 배설물과 함께 배설된 종자가 나뭇가지에 부착되어 발아된다. 종자는 발아 후 5년이 지나야 본잎이 나온다.
육지에서는 참나무에 붙어서 자라는 ‘겨우살이’를 보통 ‘참나무겨우살이’라고 부르며, 이 겨우살이를 항암 효과가 있는 약재라 하여 시중에 유통한다. 이 겨우살이는 육질의 잎을 가지며 갈색 털이 없고 겨울에 투명한 노란 열매를 맺는다. 이 겨우살이는 참나무, 물오리나무, 밤나무, 팽나무 등 낙엽활엽수에 기생한다. 둥지같이 둥글게 자라 지름이 1m에 달하는 것도 있다. 다육질의 잎을 가지며 바소꼴(피침 모양)로 잎자루가 없다. 겨우살이와 참나무겨우살이는 서로 종(種)이 다르다.
참나무겨우살이는 육지의 낙엽활엽수에 자라는 겨우살이와 달리 오직 제주도의 상록수에서만 자생한다. 제주도에 나는 상록 기생 관목으로서 뒷면에 갈색 털이 빽빽한 사철 푸른 잎을 달고 있다. 생육환경 또한 상록성 나무에 붙어 자라기에 육지의 겨우살이처럼 낙엽 진 겨울 나뭇가지 사이에 새집처럼 덩그러니 드러나지 않고 상록의 이파리에 가려 있다. 구실잣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육박나무, 생달나무, 사스레피나무 등 제주도의 상록나무에 기생하며 자라기에 겨울에도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 모습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참나무겨우살이의 생약명은 마상기생(馬桑寄生)이라 하여 한약재로 사용한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고 허리와 무릎에 힘이 없고 시큰거리는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풍습(風濕)으로 인해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 것을 치료하고 임신 중에 태아가 안정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한다.
비슷한 겨우살이 종류로 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가 있다. 참나무겨우살이는 이들과는 꽃과 열매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오직 제주도의 일부 상록수에만 기생하는 상록 관목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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