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눈썹 관리샵을 일컫는 브로 바(brow bar)를 이용하는 남자들이 계속 증가세다.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benefit)가 국내에서 운영 중인 브로 바를 2016년 기준 4만 명의 남성이 이용했다고 한다. 전체 고객 중 남자 비율은 15%였다. 베네피트가 한국에 처음 브로 바를 만들었던 2008년엔 남자 비율이 1% 미만이었던 걸 감안하면 비약적 증가다.
초기의 남자 고객은 주로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모델 등 외모와 직업이 직접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반 직장인과 대학생, 심지어 군인까지 올 정도로 다양해졌다. 직업적 필요가 아닌 보편적인 이유로 오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2030 남자들에게 눈썹관리는 보편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브라질리언 왁싱도 퍼지고 있다. 처음엔 수영선수를 비롯한 운동선수들이 했다. 이후 패션업계, 모델이나 연예인 등으로 확산되고, 그 후 패션과 뷰티에 관심 있는 멋쟁이들에게 퍼져갔다. 미국과 유럽 남자들 중에선 청결을 이유로 제모하는 경우도 꽤 있을 정도로 자리 잡아았다. 심지어 남자의 왁싱을 연인을 위한 매너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사실 제모의 시작은 다리털이다. 반바지를 입을 때 수북한 다리털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남자들로 인해 다리털 숱 제거기가 인기상품이 되었다. 기업에서도 출퇴근 복장에 대한 기준이 완화되면서 여름철엔 반바지까지 허용되는 곳이 많아졌다. 이제 남자에게 반바지는 더울 때 입는 실용성을 넘어 하나의 패션 스타일이 되었다. 여기다가 여성들이 너무 무성하지도, 빈약하지도 않게 적당히 제모된 남성들의 다리를 선호한다는 점 때문에 남자들의 다리털 제모는 더 확산되고 있다.
이제 남자가 눈썹 관리하고, 겨드랑이와 다리의 털을 밀고,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시대다. 20대 남자들이 먼저 시작했고, 30대로 번져가고 있다. 다리털, 수염, 눈썹 등 남자들의 제모 영역도 다양한데. G마켓에 따르면, 7~8월의 남성 제모용품 매출 신장률이 2012년 대비 2013년이 27%, 2014년은 32%, 2015년은 52%, 2016년은 76%였다. 7~8월 제모용품 구매자의 성별 비중에서도 2012년엔 남자가 17%, 여자가 83%였는데, 2016년에는 남자가 34%, 여자가 66%였다. 남성의 제모용품 구매는 지속적으로 증가함을 보여준다.
심지어 수염을 반영구 제모하는 남자도 있다. 아침마다 면도를 하는 번거로움과 잦은 면도기 접촉으로 인해 피부가 예민해지면서 색소침착, 모낭염은 물론 때론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또 아침에 면도를 해도 오후가 되면 털이 자라 지저분한 이미지를 주는 경우도 많아 최근에는 수염 제모를 대안으로 삼는 남성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왜 털에 대한 남자의 태도가 바뀌었을까? 털은 오랫동안 남성성이자 힘을 상징했다. 삼손의 힘이 머리털에서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수북한 털 같은 신체적 특징으로 남성성을 드러내기보다 재력과 능력 같은 사회적 특징으로 남성성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해졌다. 과거 털을 남성의 상징으로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얼굴과 몸매 등을 잘 꾸미고 잘 관리한 남자가 우월한 이미지를 가지는 시대가 됐다.
제모는 도시 남성들이 잘 가꾼 세련된 멋쟁이 느낌을 낼 수 있는 선택 중 하나다. 현실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에서도 자기 몸을 가꾸고 드러내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결국 남자들 사이에서 제모에 관심이 커져가는 건 새로운 남성성이자 남자로서의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이라서다. 남자가 털을 밀고 여자 같아진다는 게 아니라 이제 털 많은 남자보단 털 잘 관리한 남자가 여자들에게 더 남성적인 남자라 여겨져서다. 더 이상 힘자랑하고 덩치 큰 걸로 남성성을 규정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니 털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이다.
털,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관리를 하느냐 방치하느냐의 문제가 된 셈이다. 원래 남자의 외모 관리를 뜻하는 그루밍(grooming)이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주며 털 관리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공교롭게도 지금 시대 남자들이 자신의 털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으니 진짜 더 그루밍해진 것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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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드랑이털에 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