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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인생독서] 슈퍼히어로를 꿈꾸는 책벌레

책에서 얻은 삶의 '비기'를 세상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를

2017.10.10(Tue) 10:00:07

[비즈한국] 독서 칼럼 연재를 시작할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즐거운 취미인데, 혹 이게 괴로운 일이 될까 봐서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일이 제 삶의 즐거움입니다. 연재 칼럼을 맡으면 재미가 없어도 폼 나는 책을 읽어야 하고, 괜히 어려운 글을 쓰느라 폼 잡을까 봐 걱정이었어요. 

 

그나마 10여 권 정도 미리 읽어둔 책과 리뷰 글감이 있었기에 연재를 시작했는데요. 10여 편이 넘던 초고가 사라지는 건 파업 중인 노동자 통장 잔고 바닥나듯 금방이더군요. 역대 최장이라는 추석 연휴 기간이 희망이었어요. ‘2주간 쉬면서 집중적으로 책을 읽어야겠구나!’ 그런데 연휴 기간에도 계속 기고를 해달라는 요청에 기겁했어요. ‘아! 온라인 매체는 추석이라고 배달을 쉬는 법이 없구나!’

 


명절 연휴에 책을 읽고 리뷰를 쓰자니 우려했던 대로, 삶의 낙이 숙제가 된 것 같아 덜컥 겁이 나더군요. 이럴 때는 숨겨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듭니다. 휴대폰 메모장을 뒤적여요. 오래전부터 책을 읽다 좋은 글귀를 만나면 휴대폰에 옮겨 적는 습관이 있어요. 작년에 쓴 메모장을 뒤져보니 ‘메모 습관의 힘’(신정철, 토네이도)에서 옮겨 적은 글귀가 보이네요. 블로그에 소개하려고 메모까지 해뒀는데, 타이밍을 놓쳐 아직 리뷰를 쓰지 못했거든요.

 

이 책을 읽던 아내가 그랬어요. “책의 저자가 당신이랑 되게 비슷하지 않아?” 

‘대학교 때 SF에 빠져 살고, PC 통신 동호회 활동을 하고, 댄스 동호회에 가입해 춤을 추고, 와인 모임도 하고, 영화를 좋아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제 영화제를 쫓아다닌다.’ 

 

모르고 보면 누가 제 얘기를 쓴 줄 알겠어요. 저자인 신정철 씨는 다양한 취미를 즐기면서 사는데, 언젠가부터 그 재미도 시들해지더랍니다. ‘남들의 창작물에 감탄만 하지 말고 내 것을 만들자.’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입니다. 제 취미가 독서리뷰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남의 책을 읽기만 하는 것보다 나의 글로 다시 풀어내는 일, 즉 수동적 감상보다 능동적 창작이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주거든요.

 

남이 쓴 글을 읽는 것은 쉽지만 막상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아요. 이럴 때 창작을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메모하는 습관’입니다.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여행을 다니며,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 그때마다 메모를 합니다. 그렇게 쌓인 메모를 토대로 글을 씁니다. 신정철 씨는 창의성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창의성은 서로 다른 생각을 충돌시켜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백번 공감합니다. 창작자와 팬이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요. 팬으로 즐기는 내가, 창작자로 일하는 나와 만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메모를 쓴 과거의 나와 글을 쓰는 현재의 나도 다른 사람입니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게 메모예요.

 

초능력자들의 대결을 다룬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를 보면, 궁극의 초능력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의 노하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초능력에 가까운 힘이지요. 저는 책을 고를 때 저자 약력을 참고합니다. 그가 살아온 삶을 보고, ‘아, 나도 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이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책을 읽습니다. 공부도, 독서도, 동기부여가 중요합니다. 그가 오랜 세월 삶에서 익힌 노하우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메모 습관의 힘’은 ‘메모 달인’ 신정철 씨가 수년간 메모를 활용해온 노하우를 총정리한 책입니다. 시간 관리나 창의성 계발에 도움이 될 꿀팁으로 가득해요. 메모하는 습관을 통해 저자가 삶을 바꾼 과정도 재미있고요, 그렇게 얻은 노하우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인과 나누는 모습도 멋지네요. 

 

남의 능력을 카피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초능력자가 되고, 그렇게 익힌 능력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는 데 쓴다면 곧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거 아닐까요? 

 

혼자 보는 메모도 중요하지만, 타인과 공유하는 글쓰기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평생을 통해 수만 권의 책을 읽고, 그렇게 얻은 삶의 비기를 세상 사람들과 나누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이 책벌레가 꿈꾸는 슈퍼 히어로의 삶이니까요.​ 

김민식 MBC 피디​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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