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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어떻게 될 것 같은 한미 FTA, 꼭 알아야 할 '팩트' 체크

절차 복잡한 개정협상, 트럼프 임기 내 가능할지도 미지수 등

2017.10.09(Mon) 22:35:02

[비즈한국] 한국인이 풍성함을 즐기던 추석연휴 기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소식과 한국 브랜드의 세탁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예고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이를 전하는 보도들은 한미 FTA와 세탁기 소식을 동일한 사안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한미 FTA와 세이프가드는 떼 놓고 봐야 할 일들이다. 한미 FTA와 미국의 통상압력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제시해 본다.

 

① 한미 FTA 개정협상, 당장 어떻게 안 된다

 

한미 FTA 개정협상이 타결되고 발효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의 체결 과정이 힌트가 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2005년 2~4월 FTA 사전실무점검회의 1~3차 회의를 서울과 워싱턴(D.C.)에서 가진 후 같은 해 5~11월 4차에 걸쳐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가졌다. 

 

공식협상 전 이런 절차는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사전준비 과정이다. 올해 8월과 10월 한미 양국의 통상부처가 가진 ‘한미 FTA 공동위원회 제1, 2차 특별회기’는 ‘공식 개정협상’을 위한 사전준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이 타결되고 발효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06년 2월 국내에서 한미 FTA 공식협상을 앞두고 거쳐야 하는 절차인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고, 다음날 워싱턴에서 한미 FTA 추진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3~4월 한미 FTA 1, 2차 비공식 사전준비협의를 개최한 뒤 2006년 6월에야 워싱턴에서 한미 FTA 제1차 공식협상을 개시했다. 

 

공식협상은 2007년 3월까지 8차에 걸쳐 개최됐고, 이후에도 고위급 협상, 통상장관 회의 등을 거쳐 2007년 4월 최종 협상타결 됐다. 이후 한미 FTA가 양국 국내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법률검토 등을 거쳐 6월 서명식을 가졌다. 서명 후에는 양국 국내법에 따라 의회 비준 절차만을 남겨두게 된다. 

 

그러나 2007년 9월 17대 국회에 제출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19대 국회 내에 처리되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8년 4월 총선으로 새롭게 구성된 18대 국회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다시 제출된 것은 그 해 10월이다. 그러나 비준동의안은 2년 5개월 동안 처리돼지 못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2월 한미 양국은 FTA 추가협상에 합의했고, 국회 제출된 비준동의안은 5월에 철회된다. 6월에 새롭게 제출된 비준동의안은 그 해 11월 국회를 통과한다. 이후 양국은 한미 FTA 이행준비상황 점검회의, 한미 FTA 이행점검회의를 수차례 진행했고, 다음해인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됐다. 발효일부터 양국 수출입 제품에 관세인하가 적용된다.

 

2005년 2월 양국 간 논의가 시작된 한미 FTA가 2012년 3월 발효될 때까지 무려 7년이 흘렀다. 이처럼 FTA 협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내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협상이 완료되고 양국 의회에서 비준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까지 통상분야의 핫이슈였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은 수년간의 협상 끝에 2015년 10월 가까스로 타결됐지만, 1년 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없던 일처럼 돼 버렸다. 마찬가지로 한미 FTA 개정협상도 미국의 다음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년 초로 잡힌 개정협상 개시 시기는 트럼프 취임 후 1년이 지난 때다. 또한 정권 말기, 대선 1년을 앞둔 시기는 레임덕으로 정권이 힘을 잃는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실질적으로 3년의 시간을 남겨둔 셈이다. 

 

다만, 최초의 한미 FTA 협상 때는 양국이 규모를 갖춘 첫 양자 FTA를 맺는 것이라, 실무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2만 2000여 개(한국 1만 1261개, 미국 1만505개)에 이르는 방대한 상품양허 품목의 관세율과 원산지기준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미 데이터가 모두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미 있는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하면 되므로 협상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개정협상 또한 ‘협상’이니만큼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하고, 손해를 보거나 납득하지 못하는 산업계를 무마하기 위해 보상책을 마련해야 하는 등 ‘국내협상’에서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한국은 대국민 설명회, 공청회, 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이유로 지연작전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내년에 협상이 빠르게 타결되더라도 20대 국회가 2019년 4월 총선 전까지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다시 21대 국회에서 비준을 받아야 한다. 미국 또한 그 사이 총선을 거치게 된다.

 

② 한미 FTA 아예 폐기? 미국 쪽 타격도 만만찮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후 현재 164개국(WTO 홈페이지 기준)은 점진적으로 관세율을 낮추는 추세다. WTO 본부는 개별적인 양자 FTA를 맺기보다는 WTO 내에서 관세율을 낮추는 다자 협의를 선호한다. 

 

한미 FTA가 폐기되더라도 한국과 미국은 WTO 체제 하에서 무역을 하면 된다.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론을 언급한 후 한국보다는 미국의 피해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어, 한국은 조급한 입장은 아니다(관련기사 트럼프가 던진 '한미 FTA 폐기론'에 미국이 더 시끄러운 까닭). 

 

다만 지금은 FTA 자체보다 북한과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또는 북한과의 긴장감을 이용해 한미 FTA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FTA 개정협상에 성의를 보이는 모습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들은 이미 WTO의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무관세 또는 저관세로 수출을 하고 있다. 1997년 발효된 WTO의 다자간협정(한국·미국·EU·중국·일본 등 78개국 가입)인 정보기술협정(ITA)은 컴퓨터, 휴대폰 등 404개 IT 기기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미 FTA로 인해 타격을 입을 산업으로 자동차 분야가 꼽힌다. 현재 양국의 자동차 수입관세는 한미 FTA로 0%지만, 한미 FTA가 폐기되면 한국에서 미국 수출 시 적용 관세는 2.5%다. 이 경우에도 미국의 타격이 더 크다. 한국의 자동차 수입관세는 8%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낙농업계 반발도 변수다. 한미 FTA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세 40%(미국→한국)는 15년 동안 관세가 점진적으로 인하돼 15년차에 관세가 없어진다. 돼지고기 수입관세 25%(미국→한국) 역시 한미 FTA로 10년 동안 관세가 점차 사라진다. 올해 3월 15일부터 한미 FTA는 6년차가 적용되고 있다. 

 

또한 계절관세(국내 감귤 성수기 때는 관세 50% 유지)를 적용받는 미국산 오렌지는 7년차인 내년부터 국내 수입관세 0%(3~8월)가 적용된다다. 국내 수입관세 36%인 치즈와 버터도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관세가 사라진다.

 

재협상을 하는 동안 미국도 산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자국 내 협상을 해야 하므로 반대여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③ 세이프가드는 FTA와 별개의 문제다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는 ‘공정무역’ 차원에서 한미 양국의 무역위원회(미국 ITC, 한국 KTC)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내의 불공정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담당하고, 무역에서의 불공정거래는 무역위원회가 관리한다. 

 

반덤핑관세는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자국 내 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수출했을 때 매기는 관세다. 상계관세는 수출국 정부가 수출자에게 과도한 보조금을 제공해 가격을 낮췄을 경우 매기는 관세다. 한국의 낮은 산업용 전기료와 지자체의 저렴한 부지제공 및 세제혜택은 상계관세의 시비거리가 되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반덤핑관세, 상계관세는 불공정무역에 대한 것이지만, 세이프가드는 적정한 가격으로 수출한 ‘공정무역’에 대해 발동하는 것이므로 요건이 반덤핑관세, 상계관세보다 엄격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매기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업체가 무역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 이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의한 무역피해도 미국업체인 월풀이 제기한 것이다.

 

미국 ITC는 이번과 동일한 월풀의 청원에 따라 2015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 부과를 위한 예비판정을 내렸으나, 지난 해 9월 WTO 분쟁조정위원회가 협정 위반이라며 미국 쪽에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월풀이 마지막으로 세이프가드를 염두에 둔 피해구제를 ITC에 요청한 것이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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