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이다. 이 같은 변호사의 ‘존재 이유’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는 현장에 변호사가 직접 나가는 일도 있다. 법정에서 다투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미 피해가 생긴 뒤에는 권리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헌법 제21조에 제시된 표현의 자유다.
이를테면 거리에서 집회,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을 통한 공개적 의사표현을 공권력이 탄압하는 경우다. 현장에서 직접 구제하지 않으면 소송을 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 의사표현은 적절한 시기와 장소가 필수라 권리를 보호하려면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당장 마주한 경찰에 합리적으로 항의하기 어렵고 물리력에서 차이가 크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필요로 한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려면 법정보다 거리에 더 주목해야 한다.
변호사가 시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과 대립한 극단적인 사건이 있었다.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변호사들이 경찰에 연행되어 형사재판을 받은 일이다. 2012년 대한문 앞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주민, 용산철거 참사유족 등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사회갈등으로 소규모 집회들이 열렸다.
2013년 경찰은 자살한 해고노동자들의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고 다른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대한문 앞 인도 위에 거대한 화단을 설치했다. 화단 앞의 집회는 물론이고 신고도 필요하지 않은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도 모두 금지했다. 국회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당시 대한문 앞에 투입된 경찰병력은 전국에서 청와대 다음으로 많았다고 한다.
대한문 앞은 집회 절대금지구역이 되어버렸다. 이는 헌법에도 반하고 법률에도 없는 기본권 침해다. 양심의 가책을 참을 수 없었던 나와 소수 변호사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이름으로 대한문 앞 집회신고를 냈다. 2013년 7월 한여름에 열린 집회의 이름은 ‘집회통제를 위한 화단설치의 위법성 규탄과 집회의 자유 회복을 위한 시민강연 및 집회’였다.
긴 이름에서 집회의 내용과 목적이 드러난다. 경찰은 집회신고 4일 만에 이를 제한했다. 가만히 있을 변호사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행정법원에 ‘집행정지신청’을 해 10여 일 뒤 법원으로부터 ‘경찰의 집회 제한은 부당하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쾌재를 부르며 집회현장으로 달려갔으나, 황당하게도 경찰병력이 집회장소에 가득 들어와 있었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노골적 방해였다. 변호사들이 법원결정문을 설명하고 집회장소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의 방해는 며칠 동안 반복됐다. 변호사들은 정당방위를 행사하기로 했다.
2013년 7월 25일, 우리는 경찰의 공권력 집행이 왜 위법한지 설명한 후 형법에 따른 적법한 정당방위 행사를 공표하고 경찰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경찰은 선배 변호사 한 명과 나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였다. 우리는 짐승처럼 사지가 들린 채 버둥거리고 소리 지르다 경찰버스에 실렸다.
이틀 밤을 유치장에서 보냈고, 긴 형사재판이 시작되었다. 기소된 변호사들은 6인이었다. 첫 재판일 피고인이 된 변호사들을 위해 동료 변호인 84명이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원로 변호사 한 분이 일어나 변론을 시작했다.
“검사께서는 재범의 위험이라고 하셨습니까? 변호사들은 또 거리로 나갈 것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변호사의 활동을 재범이라고 한다면 재범의 위험이라고 부르십시오. 증거인멸을 말했습니까? 이 법정에서 거짓을 말하는 자가 누구입니까. 재판장님, 만일 이 변호사들을 벌한다면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을 삭제해야 합니다.”
이후 변호사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항소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대법원 재판 중이다. 1, 2심 판결은 경찰이 집회를 방해했고 변호사들의 행위는 정당방위이므로 체포 역시 위법하다고 보았다. 변호사들은 기소됨과 동시에 경찰 책임자를 고소했는데, 검찰은 1심 판결이 나기도 전에 경찰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우리는 1, 2심 판결문을 첨부해 그 경찰들에 대한 재고소장을 작성 중이다.
치안·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의 헌신과 희생은 늘 고맙다. 그러나 공권력은 ‘공인된 폭력’이므로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지 않게 행사되면 국민을 억압하는 수단이 된다. 법은 경찰을 ‘국민의 봉사자’로 규정한다. 법치주의란 국가권력을 법에 따라 통치하라는 뜻이다. 부당한 공권력으로부터 시민들이 피해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은 변호사의 존재 이유다.
류하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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